“시골 의료원서 못 버텨”…간호사들 장학금 반납하고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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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의료원서 못 버텨”…간호사들 장학금 반납하고 떠난다
전남도 ‘800만원 장학금+2년 의무 복무’ 강진의료원 채용
낮은 임금·열악한 근무 환경…2년간 22명 중 4명 중도 이탈
파격 대우 ‘취약지 간호사 파견사업’은 지원자 몰려 ‘대조적’
2025년 08월 18일(월) 20:00
/클립아트코리아
전남도가 2년 간 의료 취약지 근무를 조건으로 예비 간호사들에게 8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했지만 중도 이탈한 간호사가 25%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젊은 간호사가 지내기에는 부족한 기반시설과 비교적 적은 임금 등 근무 환경이 중도 이탈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시니어 의사’, ‘치매관리주치의’, ‘공공심야약국’, ‘취약지간호사 장학생’ 등 열악한 주거·생활 인프라 등으로 의사·약사·간호사 구하기가 힘들어지면서 의료 인프라가 열악해지고 지역민들에게 필요한 보건 의료 대책 추진도 힘들어지는 악순환을 언제까지 감수해야 하느냐는 도민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8일 전남도에 따르면 강진의료원은 지난 2023년 ‘전남 공공·취약지간호사 장학생’을 선발했다. 강진의료원은 “의료공백 지역의 안정적 의료환경 조성을 위해 사명감과 열정을 가진 우수한 간호사 장학생을 선발한다”며 장학금 800만원을 내건 선발 공고문을 게시했다. 선발 조건은 광주·전남 소재 간호대학(간호학과) 4학년생으로 대학 졸업 후 강진의료원 혹은 의료취약지 응급의료기관에서 2년간 의무 근무가 가능한 이들로 제한했다.

당시 선발예정 인원은 12명이었지만, 23명이 지원할 정도로 나름대로 인기를 끌었다. 최종 12명이 장학생으로 선정돼 강진의료원에서 일하게 됐지만, 이들 중 3명이 중도 이탈한 것으로 확인됐다. 의무 근무 기간인 2년을 채우지 못할 경우 지급받았던 장학금 800만원을 전액 반납하면서까지 이들은 의무 근무 기간을 채우지 않고 지역을 떠났다.

이들 뿐만 아니라 이듬해인 2024년 선발된 강진의료원 간호사 장학생 10명 중 1명도 이탈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22명 가운데 4명이 의무 복무 기간을 채우지 못했다.

강진의료원과 같은 간호사 장학생 제도를 운영 중인 순천의료원에서도 지난해 선발된 장학생 10명 중 1명이 중도 포기를 결정했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공공의료원의 낮은 임금 구조와 청년층에게 매력도가 떨어지는 근무환경 등이 이탈의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의료계 종사자 A씨는 “공공의료원 임금은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지역 내 종합병원과 비교해도 80% 수준으로 수도권과 비교하면 그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며 “수도권에서 근무할 경우 1년 만에 학기 중 받았던 장학금 정도는 반납하고도 남을 만한 연봉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간호사 장학생으로 채용된 공공의료원 간호사의 월급은 공무원 8급 수준으로 기본급의 경우 월 202만원(1호봉)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연봉으로 따지면 3000만원대 초반 밖에 되지 않아 도심권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라는 게 의료계 분석이다. 게다가 강진군의 경우 같은 공공의료원이 위치한 순천과 비교하면 정주여건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당장 순천의료원의 간호사 충원률이 99.14%(정원 117명·현원 116명)인데 반해 강진의료원 간호사 충원률은 77.63%(정원 76명·현원 59명)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공공의료기관 내 처우개선과 장학금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남도가 추진 중인 취약지 간호인력 파견사업만 하더라도 올해 모집인원 7명이 모두 채워졌는데, 이들에게는 기본급 6000만원에 특수근무수당(월 100만원), 숙소 등 파격적인 대우로 이탈은커녕 지원자가 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강진의료원 노동조합 관계자는 “이탈한 간호장학생들이 건강상의 이유로 면직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공공의료원 처우가 타 병원에 비해 열악한 것은 사실”이라고 답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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