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울린 ‘노쇼’에…시민들이 감동의 ‘완판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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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울린 ‘노쇼’에…시민들이 감동의 ‘완판쇼’
샌드위치 260개 허위 예약 피해…가게 주인이 SNS에 “폐기 직전” 호소
곳곳 문의 속 너도나도 주문…주인 “도와준 시민 덕분에 해결” 감사 글
2025년 06월 02일(월) 21:05
노쇼 피해 업주가 SNS에 올린 글. <SNS 캡처>
“‘노쇼’가 발생해 260개 모두 폐기하기 직전이다. 제발 살려달라.”

지난 1일 스레드, 인스타그램 등 SNS에 광주시 서구 A 베이커리카페 업주의 글이 올라왔다. 함께 올라온 사진에는 샌드위치 수백개가 만들어져 매장에 쌓여있는 모습이 담겼다.

샌드위치가게 주인이 전한 속사정은 이랬다. 지난달 27일 한 민간업체를 대신해 샌드위치 구매를 위해 연락했다는 고객은 전화를 걸어와 260개의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경기 침체 상황 속 대량 주문을 받은 반가움에 정성껏 메뉴를 준비했는데 정작 당일인 1일 구매자도 나타나지 않았고, 연락도 되지 않은 것이다.

업주는 확인 과정을 거치고 계약서도 작성했기 때문에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속상했지만 경찰에 신고하는 것은 제쳐놓고 기껏 만들어놓은 샌드위치를 어떻게 처리해야할 지 암담했다.

미니 샌드위치 260개를 통째로 버릴 상황에 처하자, 다급한 마음에 4200원짜리 샌드위치를 원가인 2600원에 판매하겠다며 SNS에 글을 올리고 도움을 청했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글이 올라간 뒤 시민들의 문의가 쇄도했다. 광주 시민들은 이웃 가게 주인의 어려움을 지나치지 않고 ‘온정’을 전했다.

SNS 글을 본 시민들은 “어디로 가면 되느냐”며 가게로 달려와 샌드위치를 사갔고 광주에 거주하지 않은 사람들로부터는 “택배나 배달주문으로도 가능하냐”고 물어 왔다.

한 도시락 업체 운영자는 샌드위치를 다량 구매해 “오늘 판매하는 도시락에 넣겠다”고 구입 의사를 전해 왔다. 한 시민은 “지금 몇개가 남았냐. 아동복지시설에 퀵서비스로 보낼 수도 있느냐”고 문의한 뒤 샌드위치 10여개를 구입해 아동복지시설에 기부하고, 담당자와의 문자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결국 260개 샌드위치가 반나절도 안 돼 ‘완판’되면서 업주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완판 이후로도 SNS에는 “가까우면 대여섯개는 사갈텐데 아쉽다. 고생했는데 너무 허무하겠다”는 등의 반응이 잇따랐다.

업주는 “노쇼 문제로 처리하기 곤란했던 제품들을 마음 좋은 분들 덕분에 기쁜 마음으로 해결하게 됐다”며 “마음써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고 전했다.

또 노쇼를 당한 점주를 대상으로 조언과 위로를 전한 지역민들에 대해 “조언을 깊게 새겨 다음엔 같은 일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도 밝혔다. 경찰이 ‘알아서 잘 하라’는 식으로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가운데 시민들이 직접 돕는 방안을 찾아내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업주는 구매문의를 한 업체측과 2일 다시 연락이 닿으면서 해당 업체의 고의성 등을 재확인 중이다.

SNS에는 비슷한 피해를 겪었던 지역 자영업자들로부터 위로와 공감의 메시지가 잇따르기도 했다.

한 자영업자는 SNS 댓글을 통해 “예약취소를 당하면 소상공인 눈에는 피눈물이 난다”며 “나도 ‘노쇼’ 당해서 전량폐기할 뻔 했다가 주변 자영업자 사장님들과 단골 고개님들이 도와주셔서 재료비 손해는 면했다”고 했다.

또 “예약건이 들어왔는데 선입금을 요구하기는 자영업자 입장에서 힘들다”, “자기가 다 속상하다. 안 그래도 경기 힘든데 노쇼사기는 진짜 없어져야한다”, “요즘 노쇼피해가 너무 많다. 단체주문은 의심부터 하셔야한다” 등 자영업자의 입장에 대한 공감과 조언도 이어졌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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