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의 관문- 정유진 코리아컨설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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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시의 관문- 정유진 코리아컨설트 대표
2024년 07월 29일(월) 06:00
나라와 도시간의 경계를 이동하자면 관문을 지나 가는 일을 생략할 수는 없다. 관문은 과거 국경이나 요새의 성문으로 주요 지점을 잇는 통로에서 지나가는 사람과 물품을 조사하는 관(關)의 문(門)을 의미했다.

잦은 여행 탓인지 공항이나 기차역과 같이 도시를 대표하는 관문에 들어서면 습관적으로 실내외 건축을 포함한 공간과 시설 그리고 서비스 면면을 유심히 보며 비교하게 된다. 각기 다른 도시의 관문을 이용하면서 느끼는 점은 좋은 관문일수록 유형적 공간을 이루는 시설뿐 아니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과 시스템에 이르는 무형적 요소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 부분으로 치우침이 없다는 것이다. 건축적으로 아름답고 이용자를 위해 잘 갖춰진 시설과 서비스는 기본이고, 지역의 정체성이 담긴 도시 이미지와 정보를 홍보하는 일까지도 정교하다.

이런 기준으로 기대 이상의 발견을 한 관문을 꼽자면 카타르의 공항이다. 카타르의 도하 하마드 국제공항은 주변 아랍국가들에 비하면 신생 공항이다. 하지만 공간 디자인이나 이용자들을 위한 서비스가 남다르다. 무려 300종 이상의 나무와 약 2만5000종의 식물종을 보유한 생태계를 관문 시설의 실내 열대 정원으로 조성했다. 또한 카타르 예술가를 비롯하여 장-미셸 오토니에, 우르스 피셔 등 현대 미술 거장들의 아이코닉한 작품들을 곳곳에 설치하여 마치 사막 한 가운데 위치한 거대한 미술관을 방불케 한다. 이용자의 편의를 위한 세심한 실내 디자인도 뛰어나다. 아름다운 천장 공간의 자연광과 어우러진 편안한 조도도 조도지만 공항 대합실에 놓인 의자들과 바닥에 깔린 카페트에 이르기까지 신경 쓰지 않은 부분이 없다.

도하의 관문을 통과하는 사람들은 적어도 카타르가 천연가스와 석유만 있는 노잼 사막 국가가 아님을 느끼게 되고 공항 밖 도시 도하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자연스레 그들 중 일부는 아시아와 유럽 간의 이동 중 도하의 이슬람 박물관과 미술관을 비롯한 명소를 둘러 보게 될 것이다.

이 모두가 천연 가스와 오일이 많은 카타르이기에 가능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잠시 들른 공항에서 공공미술 작품을 보고, 세련되게 디자인한 고급 소재의 의자에 앉고, 카페트를 밟고 나면 지속가능한 도시를 꿈꾸는 그들의 강한 의지에 약간은 설득된다.

세계의 도시들은 지금 지속가능한 도시 구현을 목표로 모든 역량을 발휘해 도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국가보다 도시가 유명해지는 시대, 이미 국가의 경쟁력보다 도시 경쟁력이 우선인 시대가 되었다. 도시의 경쟁력을 갖추는데 무엇보다 다른 도시와의 차별이 중요하고 이러한 차별점을 부각하며 다양한 장소와 매체를 통해 홍보함에 있어 도시의 관문 시설은 더욱 중요한 공간으로 부상한다.

문화 예술 도시라고 간주하기 어려웠던 도시 도하를 경험하며 광주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공항과 기차역 그리고 터미널을 통해 광주에 도착한 방문자가 갖는 첫인상은 어떨까. 민주화의 성지이자 세계 현대 미술의 현장 그리고 아시아의 문화 중심도시에 들어서며 과연 조금이라도 벅찬 기분을 느낄 수 있을까. 광주에 대한 호기심으로 역사적 장소와 문화적 공간을 방문하고 다른 주변 도시로 이은 관광을 상상하게 될까.

도시 간 이동은 물론 세계의 경계를 넘나드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도시의 관문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동을 위해 거쳐가는 단순한 편의 시설에 그치지 않는다. 공항이 ‘공항복합도시’를 지향하고 확장하면서 쇼핑과 레저, 그리고 공연, 예술 등이 가능한 융복합 문화공간으로까지 변화·발전하고 있는 시대다.

광주시는 올해 광주의 주요 관문인 광주송정역의 확장 공사를 시작해 27년에 완공하며 미디어아트의 구현을 통해 광주송정역을 재창조해 지역 관문으로서 기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공사 업체 선정과 관련 증축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니 여러 모로 깊이 우려되는 바이다. 부디 광주송정역의 변화가 단순히 규모와 편의성의 개선에만 치우치지 않고 창의성과 정교함이 발휘된 생동감과 매력이 넘치는 공간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아울러 세계와 연결된 지역 커뮤니티의 축이자 미래로 향한 광주 시민의 자랑스러운 관문으로 커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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