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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는 끝났다 - 박성천 문화부장
2024년 04월 14일(일) 21:30
“잔치는 끝났다/ 술 떨어지고, 사람들은 하나 둘 지갑을 챙기고/ 마침내 그도 갔지만/ 마지막 셈을 마치고 제각기 신발을 찾아 신고 떠났지만/ 어렴풋이 나는 알고 있다/ 여기 홀로 누군가 마지막까지 남아/ 주인 대신 상을 치우고/ 그 모든 걸 기억해내며 뜨거운 눈물 흘리리란 걸”

최영미 시인의 그 유명한 ‘서른, 잔치는 끝났다’라는 시의 일부분이다. 1990년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베스트셀러 시집의 표제시인 작품은 회화적 이미지와 냉소적 시각을 담고 있다. 시대적 배경이나 세대 상징성 등 논란은 차치하고 작품은 잔치가 끝난 시점의 풍경을 도시적 감성으로 그린 수작이다. 왁자지껄한 잔치 뒤끝의 풍경을 이보다 더 서정적이면서도 적확하게 묘사한 시는 없을 법하다.

총선이라는 ‘잔치’가 끝난 지 5일이 지나가지만 선거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정권 심판론’으로 귀결된 원인과 향후 전망 등을 두고 백가쟁명식 분석과 처방이 쏟아지고 있다. 정파 또는 정치 성향에 따라 22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를 것이다. 그럼에도 다수 정치 평론가나 정당 관계자 그리고 언론 등은 대체로 윤석열 정권에 대한 무능, 불통, 독선 등을 패배의 주 요인으로 꼽는다.

사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는 축제이자 잔치’라는 말은 더 이상 새롭지 않다. 본질적으로 유세현장이나 축제장은 시끌벅적하고 사람들로 붐벼야 신명이 난다. 노래(로고송)가 울려 퍼지기도 하고 가수나 배우 등 인기 연예인이 출연해 인증샷을 찍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지역 고유의 특성을 살린 축제 프로그램(공약)이 펼쳐져야 지역민과 방문객들의 관심과 호응을 얻을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축제와 잔치는 끝나기 마련이다. 하물며 인생이라는 축제도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을 향해 치달아가는 과정에 다름아니다. 축제는 초대받은 손님들을 주인처럼 대우하고 대접해야 후에 ‘잔칫상 걸었다’는 말을 듣게 된다. 총선에서 진 당이나 낙선자들은 주인인 유권자와 국민을 진정한 ‘주인’으로 대우했는지 성찰해볼 일이다. 안타깝지만 ‘선거, 잔치는 끝났다.’

/ 박성천 문화부장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