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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도심, 과도한 가지치기에 가로수 고사 속출
광주환경연합, 23곳 41그루 확인
양분 감소로 성장 막아 수명도 줄어
“지자체, 구체적 규제 마련해야”
2024년 04월 09일(화) 19:25
광주시 서구 풍암동 한신아파트 인근 가로수가 작은 가지만 남기고 가지치기 돼 있다. <광주환경운동연합 제공>
광주도심의 가로수들이 지자체의 과도한 가지치기로 고사위기에 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가지치기로 도심의 환경을 개선하고 교통안전과 기후 조절 역할을 하는 가로수들이 제역할을 하지 못할 위기에 처해졌다고 꼬집었다.

9일 광주환경운동연합이 공개한 ‘광주 가로수 가지치기 조사’ 모니터링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자체에서 광주도심 23개 지점, 41그루의 가로수를 과도하게 가지치기 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체는 지난 3월 한달 동안 광주시민들을 대상으로 광주지역 과도한 가지치기 사례(조사항목은 일시, 장소, 현장사진, 시민 의견)를 접수받았다.

광주 도심 곳곳에서 일명 ‘닭발’, ‘주먹손’ 등 형태의 과도한 가지치기 사례가 적발됐다. 지자체별로 동구 6곳, 서구 5곳, 남구 3곳, 북구 5곳, 광산구 4곳 등 5개 지자체에서 모두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동구에서는 학동 증심사 입구역 버스 정류장 인근, 산수 오거리 인근, 전남여고 앞 등에서 발견됐다. 서구는 풍암동 한신아파트·금호동 호반 5차 아파트 앞, 남구는 백운교차로·백운우체국 앞 등에서 무분별한 가지치기 사례가 접수됐다.

광주시 북구 운암동 한국아파트 정문 앞 가로수도 과도한 가지치기로 앙상하게 남아있다. <광주환경운동연합 제공>
북구에서는 운암동 한국 아파트 앞·전남대 정문, 광산구는 광주우체국 앞·응암공원 맞은편 등에서 제보가 이어졌다.

제보를 한 시민들은 “나무들의 큰 가지가 잘려나간 모습이 마치 팔이 잘려나간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가로수는 우리에게 그늘과 쉼을 제공하고 매연을 감소시키는 고마운 존재인데 과도한 전정 작업으로 그 역할이 어려워 보인다” 등의 의견을 남겼다.

도심의 가로수는 이산화탄소 억제와 산소 배출 뿐 아니라 도로교통의 안전과 도심 환경 개선열섬현상 완화 등의 역할을 한다.

반면 너무 자란 가로수의 경우 오히려 운전자들의 시야를 방해할수도 있고 강한 바람이 불 경우 도심 시설물을 부수거나 전선을 건드리는 등 오히려 도심에 해가 되기도 하기 때문에 어느정도 가지치기는 필수적이다.

문제는 필수적인 가지치기가 무분별하게 진행된다는 점이다. 무분별한 가지치기는 가로수 수목의 형태를 파괴하고 잎의 성장을 늦춰 광합성을 저해시키고 양분의 축적을 감소시켜 오히려 가로수를 죽게 만든다. 굶은 가지가 과도하게 잘린 경우에는 세균 감염이 쉽게돼 부패가 일어나 나무 전체로 번져 서서히 고사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국제수목관리학회의 수목 관리 가이드라인에서는 가지치기를 할 때 가지의 25% 이내에서 행할 것을 정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기준이 없기 때문에 지자체별로 과도한 가지치기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같은 지적이 꾸준히 나오자 지난해 3월 환경부와 국립생물자원관은 ‘도시 내 녹지관리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가로수 관리 부처와 기관에 협조를 요청했다.

개선방안에는 나뭇잎이 달린 수목 부분의 25% 이상이 잘리지 않게 해 도시 내 나무그늘이 유지되도록 하고 있다. 25% 이상을 치면 에너지 생산능력이 떨어지고 수명도 줄어든다는 점에서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관행처럼 이어져 온 지나친 나무 가지치기가 도심경관 훼손과 도시 개발과정에서 가로수를 무분별하게 제거하는 것을 사전 예방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도시숲 등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도 했다.

하지만 광주도심에서는 여전히 과도한 가지치기가 계속 되고 있다는 것이 환경단체들의 주장이다.

특히 민원도 과도한 가지치기의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가로수가 상가 건물의 간판을 가리는 경우나 ‘햇볕을 가린다’는 민원이 지속되면 지자체는 가지치기를 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김중태 나무병원 원장은 “닭발 손 가지치기 등은 전적으로 인간 중심적인 행위로, 나무의 성장을 저해하는 행위”라면서 “지자체가 구체적인 가로수 가지치기 규제를 마련해야한다”고 말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