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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사건 브로커’ 제보 입수하고도 내부 보고 그쳐
불법도박 사이트 조사 과정서 환전책이 제보했지만 미적
사건 브로커, 1400억대 가상화폐 돈세탁 관여도 드러나
2023년 11월 20일(월) 20:20
경찰이 검·경 인맥을 내세워 ‘사건에 도움을 주겠다’며 사기 용의자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사건 브로커’에 대한 제보를 지난해 4월 입수했지만 내부 보고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는 불법도박 사이트를 운영해 1400억원대의 가상화폐를 빼돌린 부녀 사건의 참고인이었던 환전책이 사건 브로커와 경찰 고위직의 유착을 폭로하겠다는 내용이었다.

20일 광주경찰청 등에 따르면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사건 브로커 A(62)씨가 도박사이트 수익자금 은닉 범죄에도 관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수사기관 청탁을 대가로 다른 공범과 함께 가상자산 사기 사건 용의자 B씨로부터 고가 외제차 등 18억5400만원을 받아 구속된 상태다. 검찰은 A씨에 대해 검·경의 고위직을 인맥을 이용해 전방위적인 수사무마와 인사청탁을 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조사 중이다.

광주경찰청은 비트코인 기반으로 운영되는 해외 불법도박 사이트 사건을 조사하다 사건 브로커에 대한 제보를 받았다.

이 사건은 C씨가 2017년부터 1년 동안 태국에서 프로그래머를 동원해 제작한 새로운 불법 도박사이트를 제작해 운영을 하다 구속 수감되자 딸인 D(34)씨가 이를 이어받아 운영을 한 사건이다. 부녀는 이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총 2만4613개(3932억여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도박자금(증거금)으로 입금 받았다.

지난 2019년 C씨가 태국경찰에 붙잡혀 송환됐지만 딸인 D씨가 이 사이트 운영을 2년여 동안 이어왔다. C씨는 지난 2021년 도박 공간 개설죄 등으로 징역 13년을 선고받아 수감중이다.

D씨는 아버지의 변호사비와 생활비 마련 등을 위해 귀국해 비트코인을 지인 등을 통해 환전했다. 총 17회에 걸쳐 176.42개(51억여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환전해 은닉하거나 사용하다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은 D씨를 검거하며 비트코인 1798개를 압수했다. 하지만 D씨는 1일 거래량 제한 탓에 비트코인을 압수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이용해 1476개(현 시세 기준 608억원 상당)을 다른 전자지갑으로 빼돌렸다.

A씨는 이 환전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비트코인 차명 환전과정에서 D씨 언니와 친분이 있던 A씨로부터 환전책을 소개 받은 것이다.

A씨는 가상자산 사기범 B씨를 D씨 측에 소개했고, B씨 측은 비트코인을 직접 환전해주거나 다른 거래업자에게 넘겨 환전을 도왔다.

이후 지난 2022년 4월께 경찰이 B씨측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 때 B씨측이 A씨의 경찰 고위직 청탁 관계를 제보하며 사법거래를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B씨측은 A씨가 전 광주경찰청장과 같이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A씨가 경찰 친분을 과시하며 뒤를 봐주겠다고 말해 돈을 줬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측은 “서울청 금융범죄 수사대에서 수사를 받고 있으니 수사조력 확인서를 써달라”고 요구하며 일종의 ‘플리 바게닝(Plea Bargaining·범죄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사람에게 형량을 감경 또는 감면해 주는 제도)’을 시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경찰은 ‘존재하지 않은 수사조력 확인서를 써줄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하며 송금 내역 등 제보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추가적으로 요청했다.

하지만 B씨는 추가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연락도 닿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측은 이와 관련한 보고 내용을 수사기록에 남기고 상부에 보고하는 한편 청문보고 라인에도 이 내용을 보고 했다는 입장이다.

결국 B씨 측은 관련 내용을 광주지검에 제보해 A씨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한편 ‘사건 브로커’ A씨는 골프 접대 등으로 경찰 고위직 등과 친분을 쌓고 이를 토대로 수사·인사를 청탁하는 브로커 행각을 하거나 지자체 사업을 수주한 의혹을 받고 있다.

광주지검은 이 사건 수사와 관련해 초기부터 현재까지 “수사 중인 사안으로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