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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각사의 여름…도심 속 사찰서 마음을 달래다
올해의 작가 문봉선 ‘연꽃’ 작품전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 프로젝트
장소성 살린 김현수 작 ‘백련’ 인기
2023년 05월 29일(월) 18:45
문봉선 작 ‘연’(蓮)
‘도심 속 사찰’ 무각사는 광주 시민들이 즐겨 찾는 최고의 힐링 장소다. 번잡한 일상에 지친 마음을 달래고 싶을 때, 늘 ‘그자리’에서 따뜻하게 품을 내준다.

특히 신록이 우거지는 이즈음, 무각사는 그 어느 때 보다 찾는 이들로 북적인다. 지난 4월7일 개막한 제14회 광주비엔날레의 파빌리온 전시장(제2~3전시관)과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한국화가 문봉선의 ‘연꽃’전(5월26~7월9일)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존 북카페와 갤러리를 통합하는 리모델링을 통해 3개의 전시관으로 단장된 ‘로터스 아트 스페이스’(LOTUS ART SPACE)가 그 열기의 진원지다. 지난 4월 첫선을 보인 제1전시관은 매년 한 명의 작가를 선정해 1년간 작품전을 여는 공간으로 올해는 한국화가 무여(無如) 문봉선의 작품전이 올 봄 ‘물’을 시작으로 모란, 연꽃, 대나무, 소나무, 국화, 돌 등이 연말까지 이어진다.

문 작가는 무각사와 인연이 깊다. 지난 2020년 현 로터스 아트 스페이스의 전신인 로터스 갤러리에서 매화전을 개최해 화제를 모았고, 무각사 대웅전 상량문을 쓰는 등 광주를 자주 방문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유리창 넘아 빽빽하게 늘어선 대나무 숲이 시선을 사로 잡는다. 무각사가 1년 여 동안 리모델링을 통해 경내의 대나무 숲 풍경을 전시관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새롭게 꾸민 공간이다. 창가 앞에는 나무 재질의 긴 탁자가 자리하고 있어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차 한잔을 마시며 창밖의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지난 2월 새롭게 단장된 무각사의 ‘로터스 아트 스페이스’에서는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한국화가 문봉선의 ‘연꽃’전이 열리고 있다. /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부드러운 느낌의 나무와 은은한 조명이 어우러진 새 전시장은 벌써부터 입소문이 퍼지면서 무각사를 상징하는 또 하나의 ‘문화 쉼터’로 떠오르고 있다. 이전의 북카페가 주로 차를 마시는 사교의 공간이었던 탓에 번잡한 느낌을 주었다면 지금의 전시관은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에서 그림을 주제로 대화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무각사의 주지 청학스님이 오래 전부터 ‘공간 재구성’에 공을 들인 이유다.

제주 출신인 문 작가의 작품에는 한라산 중산간에 살았던 어릴 적 기억들이 숨쉬고 있다. 길어올린 수평선과 지평선의 감각, 변화하는 자연이 전하는 색감은 유년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물 위로 긴머리를 늘어뜨린 버드나무 가지의 흔들림을 표현한 작품은 수묵화의 대가 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특히 얼마 전 막을 내린 모란을 주제로 열린 전시에서 그는 “모란은 봄과 여름의 경계지점에서 피는 꽃이다. 그래서 오랫동안 모란을 직접 기르고 관찰하며 사생하기를 반복했다. 많이 알려진 꽃인 만큼 기존의 방법에서 벗어나 새롭게 그린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시관에서 나오면 또 하나의 ‘작품’이 관람객을 맞는다. 옛 무각사 주차장에 자리하고 있는 재독작가 김현수의 ‘백련’이다. 석가탄신일을 기념하기 위해 경내 곳곳에 설치된 화려한 연등행렬에서도 강렬한 존재감을 뽐낸다. 순백의 대형 연꽃을 형상화 한 작품은 무각사의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조형물이다. 특수 코팅한 알루미늄으로 제작한 ‘백련’은 지름 5m 50㎝, 높이 2m40㎝, 18개 꽃잎으로 이루어진 대형 조형물이다.

무각사에 ‘백련’이 활짝 꽃을 피게 된 데에는 청학스님의 각별한 배려가 있었다. 지난 2020년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렸던 5·18 40주년 기념전 ‘별이 된 사람들’전에 출품된 김 작가의 ‘백련’을 인상깊게 접한 청학 스님이 작가에게 구입의사를 전했다.

당시 사찰을 리모델링 중이었던 스님은 자동차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던 공간을 없애고 대신 신도들의 마음을 평안하게 하는 조형물을 설치하기로 한 것이다.

지난해 부처님 오신날에 첫선을 보인 ‘백련’ 앞에서는 연꽃돌이와 108배 명상도 열렸다. 작품 앞에서 108배를 진행하는 이유는 종교적 의미 등을 떠나 마음을 한번쯤 내려놓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는 의미에서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잠시 몇분만이라도 자신을 내려놓고 스스로 한번 되돌아보자는 염원을 담은 작품이라는 것이다.

그의 바람이 통했을까. ‘백련’ 주위에는 자신만의 방식대로 서서히 돌며 사색의 시간을 즐기는 이들이 많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시간이다.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