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출신 저항문인 이석성 소설 ‘제방공사’ 일본 시 전문지에 번역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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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출신 저항문인 이석성 소설 ‘제방공사’ 일본 시 전문지에 번역소개
2023년 04월 04일(화) 19:35
현 나주의 제방공사 터
시와 사상 4월호에 실린 ㅇㅣㅎ석성의 소설 첫페이지
이석성(본명 이창신·1941~1948)은 나주학생만세 시위를 주도했던 학생독립운동가이자 저항문인이다. 그의 소설 ‘제방공사’는 1934년 ‘신동아’(10월~12월호)에 게재됐지만 일부 삭제되거나 복자(내용을 밝히지 않고 공란의 자리에 ‘○’ ‘×’와 같은 표를 찍음)돼 있을 만큼, 항일 저항의식을 담고 있다.

최근 이석성의 소설 ‘제방공사’가 일본의 시 전문지에 처음으로 번역 소개돼 눈길을 끈다.

김정훈 전남과학대 교수는 이석성의 소설이 일본 ‘시와 사상’ 4월호에 일어로 번역돼, 게재됐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당시 조선 총독부의 횡포로 탄압 대상이었던 ‘제방공사’를 일어로 번역해 일본에 소개하게 돼 감회가 새롭다”며 “일제강점기 치열하게 저항한 작품을 일본 독자가 숨은 역사를 파헤치듯 읽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소설 ‘제방공사’는 일제강점기 나주에서 조선총독부가 쌀 수탈을 위해 제방공사를 진행하는 현장을 그리고 있다. 탄압을 견디다 못한 조선인 주인공이 동료 노동자들을 선봉해 봉기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게재된 작품은 지면의 제한으로 원고 75매 중 50매 분량이 게재됐으며 완역된 상태다. 1934년 신동아 10월~12월호의 원문과 이승철 시인 ‘이명한 작가의 삶과 그 문학적 생애’(이명한 중단편집 5권 ‘겨울나기’)에 수록된 현대문을 번역 저본으로 삼았다.

김 교수는 ‘제방공사’와 관련, 1911~1912년 작성된 조선총독부의 통계연보를 들추면 나주가 쌀농사 짓기에 가장 양호한 곳이었다고 설명한다. 당시 세계적 공황으로 농산물가격이 폭락하자 일본제국주의가 쌀 공급지 나주를 식량 생산지로 중요하게 인식했다는 것이다.

한편 김 교수는 “이석성이 1931년 나주에서 제방공사가 실시되는 현장을 목도하고 집필한 만큼 리얼리티가 돋보인다”며 “총독부는 주인공이 봉기에 대한 결의를 다지는 곳까지만 게재하고, 봉기가 전개될 것으로 추정되는 분량은 제목이 실린 첫 페이지를 복자 처리 후 전면 삭제를 가해 미완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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