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 113주기 - 박성천 여론매체부 부국장
“안중근의 빛나는 청춘을 소설로 써 보려는 것은 내 고단한 청춘의 소망이었다. 나는 밥벌이를 하는 틈틈이 자료와 기록들을 찾아보았고 이토 히로부미의 생애와 족적을 찾아서 일본의 여러 곳을 들여다보았다.”
작가 김훈에게 안중근은 평생의 화두이자 반드시 써야 할 작품이었다. 지난해 김훈은 그토록 고대하던 안중근의 고뇌와 실존을 그린 장편 ‘하얼빈’(문학동네)을 발간했다. 청춘의 때에 가졌던 소설화에 대한 열망은 그렇게 50여 년의 시간이 흘러 완결됐다.
그동안 안중근 관련 콘텐츠는 상당 부분 역사적인 관점에서 다뤄져 왔다. 주권 침탈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독립운동가, 교육과 계몽운동에 앞장섰던 선각자, 일본 제국주의에 맞선 의병장 등 영웅 안중근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소설 ‘하얼빈’은 ‘인간’ 안중근에 포커스를 두고 그의 고뇌와 내면을 세세하게 그려낸다. 살인을 둘러싼 대의와 윤리의 대립, 천주교인과 속세의 인간이 부딪히는 지점 등은 간결한 문체와 맞물려 잔잔한 울림을 선사한다.
“철도는 눈과 어둠 속으로 뻗어 있었다. 그 먼 끝에서 이토가 오고 있었다. 멀리서 반딧불처럼 깜박이는 작은 빛이 다가오고 있는 느낌이었다. 빛이라기보다는 거역할 수 없이 강렬한 끌림 같은 것이었다. 두 박자로 쿵쾅거리는 열차의 리듬에 실려서 그것은 다가오고 있었다. 문득 빌렘에게 영세를 받을 때 느꼈던 빛이 생각났다. 두 개의 빛이 동시에 떠올라서 안중근은 이토록 사진을 들여다보던 눈을 감았다.”
3월 26일은 안중근 의사 순국 113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안중근 의사를 모신 사당인 장흥 해동사를 비롯해 부천 안중근 공원 등에서는 추모제와 기념식이 봉행됐다. 시간이 흘러도 그의 핵심 사상인 평화 염원과 반제국주의를 상정한 ‘동양평화론’은 여전히 빛을 발한다. “실탄 일곱 발과 여비 백 루블을 지니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얼빈으로 향하는 그의 가난과 청춘”이 오늘의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은 무엇일까. 제국주의 부활은 단호히 맞서되 우리들 서로의 허물은 조금씩 용납하라는 뜻이 아닐지.
/ 박성천 여론매체부 부국장skypark@kwangju.co.kr
작가 김훈에게 안중근은 평생의 화두이자 반드시 써야 할 작품이었다. 지난해 김훈은 그토록 고대하던 안중근의 고뇌와 실존을 그린 장편 ‘하얼빈’(문학동네)을 발간했다. 청춘의 때에 가졌던 소설화에 대한 열망은 그렇게 50여 년의 시간이 흘러 완결됐다.
3월 26일은 안중근 의사 순국 113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안중근 의사를 모신 사당인 장흥 해동사를 비롯해 부천 안중근 공원 등에서는 추모제와 기념식이 봉행됐다. 시간이 흘러도 그의 핵심 사상인 평화 염원과 반제국주의를 상정한 ‘동양평화론’은 여전히 빛을 발한다. “실탄 일곱 발과 여비 백 루블을 지니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얼빈으로 향하는 그의 가난과 청춘”이 오늘의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은 무엇일까. 제국주의 부활은 단호히 맞서되 우리들 서로의 허물은 조금씩 용납하라는 뜻이 아닐지.
/ 박성천 여론매체부 부국장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