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구경 - 채희종 정치담당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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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구경 - 채희종 정치담당 편집국장
2023년 03월 30일(목) 23:00
남도 들녘이 온통 꽃 천지로 변했다. 전남 지역 곳곳에서 각종 꽃 축제가 펼쳐지고 있다. 산이나 섬 등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살려 축제를 하는 경우가 태반이지만 최근 수년 새에는 대규모 정원을 조성하거나 섬에 특정 꽃의 군락지를 조성해 치르는 형태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벚꽃은 기본이고 수선화, 튤립 등 종류별로 축제가 열린다.

예나 지금이나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꽃을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은 매한가지여서, 조선시대 왕실에서는 화훼를 전담하는 국가기관을 운영하기도 했다. 화훼와 궁궐 조경, 왕실의 원림을 관리하는 기관인 장원서(掌苑署)가 그것이다. 꽃을 전담할 기관을 두고 있었지만 왕실의 화훼에 대한 생각은 유교적 사고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즉 자연적으로 개화한 꽃이 아닌 인위적 요소가 가미된 꽃을 즐기는 것은 삼갔던 것으로 보인다.

조선왕조실록 성종 2년(1471년) 11월 21일자 기사에는 “장원서에서 영산홍 화분을 올리니, 전교하기를 ‘겨울 달에 꽃이 핀 것은 인위에서 나온 것이고 내가 꽃을 좋아하지 않으니, 금후로는 올리지 말도록 하라’ 하였다”라고 기록돼 있다.

조선왕조실록 명종 7년(1552년) 1월 12일자 기사에도 천지조화를 벗어난 꽃을 멀리하는 내용이 나온다. 장원서에서 한겨울에 핀 영산홍을 보러 오시라고 왕에게 아뢰었다. 그러자 검토관(경연청에서 강연을 담당한 관리) 황희걸이 위의 성종 일기를 예로 들며, 임금이 장원서에 가는 길을 막았다. 황희걸은 “겨울철에 꽃을 기르는 것은 폐단이 매우 큽니다. 초목의 꽃과 열매는 천지의 기운을 받는 것으로 각각 그 시기가 있는데 제때 핀 것이 아닌 꽃은 놀이에 가까운 것이니 무슨 관람할 가치가 있겠습니까. 그만 두게 하소서”라고 아뢰어 명종의 발길을 돌리게 했다.

사람의 기쁨을 위해 자연을 이용하는 사상이 발달했다면, 화훼 기술이 한층 발전해 꽃이 쌀 같은 주요 산업이 됐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해 본다.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가 오늘 개막한다. 화창한 봄날 순천에서 아름다운 정원과 꽃을 만끽하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

/채희종 정치담당 편집국장 chae@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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