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한과 교과서 - 윤영기 체육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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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한과 교과서 - 윤영기 체육부 부국장
2023년 03월 27일(월) 00:15
광주·전남 고대사의 뿌리인 마한(馬韓)은 중·고교 역사 교과서에 매우 인색하게 소개된다. 백제사를 설명하는 항목에 서너 줄 기술돼 있다. 백제의 영역 확장 과정에서 흡수, 병합됐다는 내용이 전부다. 중학생 ‘역사’ 교과서 백제편에는 “근초고왕은 남쪽으로 마한의 남은 세력을 복속해 남해안까지 진출했고, 가야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설명한다. 고교 ‘한국사’도 “4세기 중엽 근초고왕은 남쪽으로 마한을 복속하고, 북쪽으로 고구려를 공격하여 승리했다”고 기술한다.

교과서의 ‘근초고왕 마한 병합설’은 오래전 통설로서 지위를 잃은 이병도 박사의 견해다. 그는 1959년 일본서기 신공기 49년조를 토대로 백제가 마한을 병합한 시기를 근초고왕 24년(369년)으로 봤고 공략 지역도 전남 지역 마한 잔읍(殘邑)으로 해석했다.

통설로 굳어진 마한 병합설은 1996년 복암리 3호분 96석실의 발굴로 깨졌다. 옹관묘를 주 묘제로 사용하던 영산강 토착 세력이 6세기 초까지 전통을 유지하며 독자 발전했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학계에서도 통설의 취약성을 숱하게 지적했는데, 대표적으로 정동준 박사는 “근초고왕대 백제의 마한 통합에 대한 사료로서 삼국사기, 일본서기 등을 검토한 결과 근초고왕대에 백제의 마한 통합이 완료됐다는 근거로 부족한 점이 있다”면서 “1990년대 이전의 통설은 적어도 문헌 사료로 입증된 학설이라고 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사실상 통설에 대한 폐기 선언이다.

엊그제 김영록 전남지사가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을 만나 중·고교 역사 교과서에 마한사를 확대 반영해 줄 것을 건의했다. “역사 교과서에 가야는 세 쪽 분량으로 소개돼 가야사에 대한 인지도가 갈수록 높아지지만, 영산강을 중심으로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고대 해상왕국 마한은 단 세 줄만 기록됐다”는 것이다. 지역 고대사에 관심을 기울이는 단체장의 노력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전남도는 마한사 교과용 인정 도서 편찬을 위해 기초 연구 용역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한다. 전남도의 고대사 재조명 사업이 교과서에 수록된 마한사의 오류를 바로 잡는 단계까지 나아갔으면 한다.

/윤영기 체육부 부국장 penfoot@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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