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카펫 - 채희종 정치담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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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카펫 - 채희종 정치담담 편집국장
2023년 03월 16일(목) 22:00
중요한 행사에 깔리던 ‘레드 카펫’이 앞으로는 샴페인색 카펫으로 바뀔지도 모른다. 최근 열린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62년 만에 레드 카펫 대신 샴페인 카펫을 깔고 수상자들을 맞았기 때문이다.

중요 행사에 레드 카펫이 깔린 이유는 빨간색이 권위와 명예, 부를 상징하는 색상으로 여겨져 온 탓이다.

레드 카펫의 기원은 문학작품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는데, 기원전 458년 그리스 극작가 ‘아이스킬로스’가 쓴 연극 ‘아가멤논’에 그 유래가 나온다. 극중 미케네 왕 아가멤논이 트로이전쟁에서 승리한 뒤 귀환할 때, 이미 다른 사람과 눈이 맞은 그의 아내 ‘클리타임네스트라’가 그를 해코지하려 신들의 길을 상징하는 붉은 길 위에 서게 한다. 그러나 아가멤논은 ‘붉은 길은 오직 신만이 오를 수 있는 길’이라며 거절하는데, 이것이 레드 카펫의 유래라고 한다.

또한 중세 유럽에서 빨간색은 황실에서 주로 사용된 귀족의 색으로 여겨졌다. 색상이 강렬한 탓도 있지만 빨간색 천은 염색 비용이 비싸 서민들은 아예 빨간색 옷을 입을 수도 없었다.

레드 카펫이 공식 석상에서 처음 등장한 것은 나폴레옹 1세의 황제 대관식 때였다. 최고 권력의 의미로 레드 카펫을 깔았고, 이후 왕실의 전통이 됐다. 점차 레드 카펫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국가 원수의 취임식이나 국가 기념일 등 특별한 행사나 격식 있는 행사에서 정부 수반의 공식적인 이동 경로에 깔아 두는 방식으로 이용됐다. 이로 인해 현대에 와서도 정상회담 등에는 레드 카펫을 까는 것이 기본 의전이 됐다. 나아가 고급 식당이나 예식장 등 일반인의 문화에서도 귀빈으로 대접한다는 의미로 레드 카펫을 까는 곳이 생겨났다.

물론 레드 카펫의 가장 유명한 용도는 시상식으로, 스타들이 참여하는 영화제나 가요제에는 무조건 레드 카펫이 깔리고 있다.

아카데미 주최 측은 카펫의 색깔을 바꾼 이유에 대해 “노을이 지는 해변처럼 부드러운 색깔의 카펫을 원했다”고 설명했다. 카펫의 색깔이 부드러운 만큼 그 위에 선 배우는 더욱 또렷하게 보인다. 유색 인종에 인색한 아카데미가 샴페인색 카펫만큼 따뜻한 시선으로 다양한 문화를 바라봐 주길 바란다.

/채희종 정치담담 편집국장 chae@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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