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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호 전남도립미술관장 “세계적 명화 통해 미술관에 오는 즐거움 주고 싶었다”
“진지한 관람객들 마음에 남아”
“어린이·학생들 예술경험에 뿌듯”
2023년 01월 30일(월) 20:35
이지호 전남도립미술관장이 ‘조르주 루오’전을 찾은 조정래<왼쪽> 소설가와 포즈를 취했다. <전남도립미술관 제공>
이지호 전남도립미술관장은 지난해부터 줄곧 긴장 상태였다. 지역에서는 유례가 없는 대규모 명화 전시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한 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인간의 고귀함을 지킨 화가 조르주 루오’전의 마지막 날인 29일 이 관장을 만났다.

“102일, 긴 여정이 끝났네요. 관람객 수가 조금 아쉽기는 한데 미술관 위치라든가 유료전시(1만5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괜찮다는 생각입니다. 정말 어렵게 준비한 전시고, 지역민들이 발품 팔지 않고 가까이서 편하게 세계적인 명화를 볼 수 있는 기회라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보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루오의 작품이 시대정신을 잘 표현하고 있고, 남도 풍광과 자연이 주는 성서적 풍경에서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 거라는 마음으로 전시를 준비했는데 관람 후기를 보면 전시 개최 의도를 훨씬 잘 이해하신듯 합니다. 전시 퀄리티에 대한 칭찬의 글들도 많아 뿌듯하구요, 일이 많은 국제전을 치른 직원들에게도 감사를 전합니다.”

휴일에도 미술관을 지켰던 이 관장은 서울에서 새벽기차를 타고 오는 관람객, 2~3차례 반복해 찾아오는 관람객 등 전국 각지에서 방문하는 이들을 지켜보며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다.

“광양 등 지역의 젊은 부부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전시를 차분히 감상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또 마지막에는 인기가 많아 도슨트 해설을 늘리기도 했는데, 참가자들이 정말 열심히 듣는 모습도 잊히지 않습니다. 설명을 듣고 다시 천천히 관람하며 작품을 곱씹는 것도 인상적이었구요. 관람객들의 진지한 태도가 오랫동안 마음에 남을 듯합니다.”

이번 전시는 오래 전 인연을 맺었던 조르주 루오 재단에 이 관장이 편지를 쓰면서 시작됐다.

“왜 루오의 전시를 한국의 최남단의 작은 도시에서 열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는 게 중요했죠. 유럽사람들은 그 곳 사람들이 역사에 정의로웠는가 등 시대 정신에 관심이 많습니다. 전남도는 유배지로서 엘리트들의 문화가 있었고, 남종화라는 한국미술의 바탕을 이룬 곳이자 김환기 등 한국 현대미술의 개척자를 배출한 지역이라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또 자유를 위해 끊임없이 싸워왔던 곳임을 어필하며 인간을 사랑했던 루오의 예술정신과 통할 거라고 했죠. 그 결과 기관 대 기관이 함께하는 문화 교류가 성사돼 좀 더 좋은 조건으로 전시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이번 전시가 지역에도, 미술관에도 큰 의미가 있었다고 말한다.

“이번에 미술관이라는 곳을 처음 와 본 사람들도 많았어요. 특히 어린이와 학생들에게 좋은 경험이 됐을 겁니다. 모든 전시가 서울이나 대도시 중심으로 진행되다 보니 작품을 보려면 큰 마음을 먹어야하는데 이번 전시가 그 갈증을 좀 풀어준 것 같습니다. 또 광양상공회의소가 미술관에서 신년하례식을 열고 티켓을 구입하는 등 새로은 문화도 만들어졌죠.”

이 관장은 이번 전시를 계기로 미술관도 한 차례 도약할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미술관이 현대미술, 설치, 미디어 작품들을 보여주는 것은 당연한데 이런 컨템포러리적인 작품은 쉽게 접근이 어렵죠. 앞으로도 이런 장르의 작품이 계속 소개될텐데, 세계적인 명화를 통해 먼저 관람객들에게 미술관에 오는 즐거움, 미술작품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습니다. 앞으로도 지역을 아우르는 전시와 함께 국제화를 지향하며 다양한 전시를 열 생각입니다. 수묵비엔날레와 광주비엔날레 등 좋은 인프라가 있으니 전남의 대표 문화시설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전시만 좋다면 지역이라는 한계를 딛고 선진미술관으로 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과 자신감을 얻은 것도 소득 중 하나입니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