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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리스크 vs 사법 리스크- 임동욱 선임기자·이사
2023년 01월 11일(수) 00:30
계묘년(癸卯年) 검은 토끼의 해가 밝았지만 민심은 그리 편치 않다. 코로나19의 그늘이 여전한 가운데 고물가, 고금리 등의 여파로 올해 민생 경제가 결코 쉽지 않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저성장이 지속되면서 사회 전반에 고착화된 ‘부익부 빈익빈’ 양극화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 및 경제 환경 등이 국내의 내수 침체, 수출 부진, 부동산 경기 하락, 가계 부채 등과 맞물린다면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도 거론된다. 중산층이 몰락하고 서민 가계는 벼랑으로 내몰리는 상황이 올 수도 있는 것이다. 세대, 계층, 지역 간의 격차와 갈등이 가팔라지고 배려와 공존의 공동체적 가치도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야 정쟁에 멍드는 민생

이러한 경제 위기 상황에서 정치권은 반목과 갈등을 거듭하면서 민생의 주름살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네거티브가 난무하는 대결 구도가 펼쳐지고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최소 격차(0.73%포인트, 24만 7077표)로 승부가 갈린 후폭풍으로 증오의 정치 구도가 고착화되면서 민생은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당장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은 미덥지 못하다. 경제·외교·안보·정치 등 대부분의 분야에서 준비된 역량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국정 리스크’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정권 출범 초기인데도 30% 후반대에 머무르고 있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이를 반영하고 있다. 이마저도 최근 상승한 수치다. 무엇보다 민생 위기 국면에서 피부에 와 닿는,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은 그리 많지 않다는 평가다. 외교 분야도 불안하다. 미국과 중국의 신냉전 패권 구도가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유엔 총회에서 불거진 한미, 한일 정상회담 논란 등은 외교적 역량에 대한 의구심마저 들게 하고 있다. 안보 위기도 고조되고 있다. 북한의 7차 핵 실험이 언제 이뤄질지 모르는 판에 무인기까지 휘젓고 다닌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아예 정례화 된 듯하다.

반면, 맞대응에 나선 우리 군은 미사일 오발, 경전투기 추락 등으로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 윤 대통령은 대북 강경 대응 입장을 거듭 밝히며 남북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정무적 측면도 답답하다. 여소야대 상황에서의 협치 부재로 정국은 꼬여만 가고 있다. 3월 전대를 앞둔 여당에서는 민심보다는 ‘윤심’(윤 대통령 의중)만 나부끼는 형국이다. 그나마 윤석열 정부가 새해 들어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 과제를 내세우며 집권 2년차 로드맵을 제시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민심과의 소통, 야당과의 협치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위기의 시대를 극복할 국정 동력 마련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1 야당인 민주당도 나을 게 없다.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감안하면 민주당 지지율은 국민의힘에 크게 앞서야 할 것 같지만 오히려 뒤쳐지는 결과마저 나오고 있다. 대선 및 지방선거 패배에 이어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어제 ‘민생 해법’을 주장하면, 오늘 ‘방탄 프레임’에 빠지는 형국이다. 여기에 친이계가 사실상 독점한 지도부는 민주당의 역동성에 제동을 걸면서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 강준만 교수가 지적한 대로 치열한 성찰보다는 ‘우리 편 아니면 적’이라는 구도로 상대를 악마화하는 민주당의 ‘퇴마 정치’에 민심의 피로감은 가중되고 있다.

문제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장기화다. 대장동·백현동 개발 의혹, 성남 FC 후원금 문제, 변호사비 대납 논란 등 이 대표를 겨냥한 검찰의 수사가 다방면에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내부 결집과 야당 탄압 구도로는 사법 리스크 및 방탄 프레임에서 빠져 나오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이 대표가 민주당을 넘어 거대한 민심의 중심에 서는 사즉생의 정치적 결단과 투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따라 검찰 출석 이후인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가 어떤 메시지로 국민적 공감을 이끌어내고 위기를 극복할 해법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시민적 역량 결집 나서야

이처럼 민생 위기 국면에 고착화된 정쟁 구도는 미래에 대한 희망마저 갖기 힘들게 만들고 있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간의 정치적 공방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 같은 상황은 오히려 민심의 각성과 결집을 요구하고 있다. 정치권의 분열과 반목에 휩쓸리기보다 깨어있는 시민 의식으로 삶의 현장에서 서로를 격려하고 연대의 지혜로 민심의 역량을 키워 위기의 시대를 헤쳐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민주주의에서 국민은 그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는 정치 격언처럼 시민이 변하지 않으면 현실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역사가 증명하듯이 수많은 위기를 극복해왔던 국민적 역량이 거대한 강물처럼 펼쳐져 정쟁의 판을 깨고 그래도 살 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