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통 충장로상권‘광주의 심장’이 식어간다] <4>‘청년 없는’ 젊음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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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통 충장로상권‘광주의 심장’이 식어간다] <4>‘청년 없는’ 젊음의 거리
트렌드 대응·킬러 콘텐츠 부재…청년 정착 못하는 충장로
고령화된 상권 구조 한계 속
단발성 청년 지원사업 반복
잇단 헛발질에 혈세만 낭비
지속 가능한 대책·전략 실종
2026년 02월 05일(목) 21:35
5일 광주시 동구 충장로 K-POP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
한때 ‘젊음의 거리’로 불리던 광주 충장로 상권이 상인들의 트렌드 대응 역량 부족과 콘텐츠 부재가 맞물리며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겨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자체는 상권의 활력을 높이기 위해 ‘청년 상인 모시기’에 나서고 있지만, 지원이 종료되면 충장로를 떠나는 사례가 반복되며 정착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형편이다.

이용객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각종 사업 역시 ‘헛발질’을 반복하는 등 충분한 사전 검토 없는 정책 추진에 혈세 낭비만 되풀이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5일 광주시 동구에 따르면 동구는 지난 2021년 중소벤처기업부에 제출한 ‘충장상권 르네상스’ 사업 계획서를 통해 “충장로 상가의 대표자 연령대는 50~60대가 70%이상을 차지하며, 고령화로 인해 경영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역량이 부족하다”며 “상인 경쟁력 강화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충장로 상권 구성 자체가 젊은이들을 끌어들일 콘텐츠가 없다는 점이 문제로 지목된다.

지하상가의 경우 의류·잡화 등 상품군이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으며, 중심 상가 역시 어느 상권에나 있는 프랜차이즈 매장이 다수라 젊은 고객을 모을만한 특색있는 점포나 ‘킬러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지자체가 나서서 청년들을 끌어들이려 했던 시도들은 줄줄이 성과를 내지 못했다.

동구는 2023년부터 7억1260만원을 들여 ‘충장 마스터로드’ 사업을 시행, 지역 청년과 충장로 명장·명인을 연결하는 ‘청년-장인 커넥티드’ 사업을 펼쳤지만 청년 상인 단 3명을 육성하는 데 그쳤다. 이들마저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서울 동대문 등 타 상권으로 떠난 것으로 파악됐다.

2024년부터는 ‘충장마을백화점’으로 명칭을 변경해 신규 창업자를 모집, 점포당 1500만원의 인테리어 비용 등을 지원했지만 결과적으로 입점 창업자는 5명에 불과했다. 한 예비 창업자는 희망 점포의 임대료 조정에 실패해 창업을 포기하기도 했다.

2021~2024년에도 6억7000여만원을 투입해 리모델링비와 임대료 등을 지원하는 ‘빈집 청년창업 채움 프로젝트’를 추진했지만, 총 20개 점포 중 1차 5곳, 2차 7곳 등 12곳이 남는 데 그쳤다.

젊은이들을 겨냥해 광주시가 37억여원을 들여 조성한 ‘K-POP 스타의 거리’는 상인들 사이에서도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는 등 애물단지로 전락했고, 동구가 만든 ‘K-POP 공유카페’는 저작권 위반 논란에 휘말리는 등 당초 목적대로 운영되지 못했다.

동구는 2억4400만원을 투입해 상인들을 대상으로 일본 후쿠오카 등 국내외 선진지 연수, 명사 초청 강연 등을 했지만 체감 성과는 미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간 개발사업에 걸었던 기대도 수포로 돌아갔다. 시너지타워가 추진한 ‘몽키터미널’은 한때 청년 유입을 이끌어낼 ‘구원투수’로 주목받았지만, 사업 좌초의 여파로 일대의 공실이 확산되며 오히려 슬럼화를 앞당겼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결국 원도심의 전통성을 살리면서 젊은이들의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속 가능한 상권을 만들기는커녕, 지자체부터 단발적인 예산 투입만 남발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박재만 참여자치21 공동대표는 “실효성이 떨어지는 단발·한시적 사업을 반복하는 것은 시민들의 혈세를 낭비하는 것”이라며 “충분한 검토를 거쳐 장기적 관점에서 청년들이 자립·자생할 수 있는 환경에 대한 고민이 우선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충장로는 다른 구도심 상권과도 대비된다.

대전시 중구 은행동 상권의 경우, 대규모 재정 투입 없이 민간 주도로 성장했음에도 청년 창업자들의 유입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청년 방문객도 효과적으로 끌어모은 사례로 꼽힌다.

이곳에서는 지역 베이커리 브랜드인 ‘성심당’의 인기가 확산되는 것을 활용, 성심당 브랜드를 최대한 활용해 상인회 차원에서 인근 카페에서도 성심당 빵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민간 상생 모델을 구축했다.

이에 맞물려 개성을 앞세운 청년 창업자들의 유입이 이어지자, 행정은 인근 야구장 등과 연계한 문화·관광 코스를 만들고 ‘베이커리 특화 거리 조성’을 추진하는 등 자연스럽게 인기가 이어지도록 도왔다는 것이 대전시 중구의 설명이다.

유사 사례는 충장로 인근 동구 동명동에서도 확인된다. 노후 원도심이던 동명동에 신규 개업한 카페가 잇따라 들어서며 청년들이 몰리자, 동구는 ‘커피산책’ 행사를 개최하고 동네의 특성이 담긴 굿즈를 개발하는 등 ‘커피 특화 거리’로서 정체성을 만들었다. 이같은 특색이 청년들에게 강하게 전달돼 청년들 사이에서도 ‘꼭 가볼만한 곳’으로 입소문을 탔다는 것이다.

주승일 충장상인회 회장은 “충장로를 활성화하고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청년 상인과 이용객 유입이 필수적인데, 단발성 사업만 반복해 봤자 청년들은 모이지 않고 체감 효과도 없다”며 “충장로가 다시 젊은이들이 찾아오는 상권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청년을 끌어올 만큼 차별화되고 특색 있는 특화거리를 조성하는 등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준명 기자 yoon@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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