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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안일한 상수도 행정 ‘제한급수 위기’ 불렀다
수도관 절반 이상이 20년 노후 … 연간 934만 톤 땅 속으로 줄줄 새
수원지 해제 기후변화 역행 … 가뭄 대책 없이 ‘시민 물 절약 캠페인’
2022년 11월 15일(화) 20:00
광주 제4수원지 전경 <광주일보 자료사진>
잇따른 가뭄 경고를 외면해 온 광주시의 안일한 상수도 행정이 30년 만의 ‘제한급수 위기’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돗물 누수의 주 원인인 노후 상수도관 교체사업을 미루는 바람에 매년 땅 속으로 광주시민이 한 달 가까이 쓸 수 있는 수돗물이 줄줄 새고 있고, 새로운 상수원을 확보해도 부족할 판에 기존 수원지마저 해제하는 등 기후변화에 역행하는 행정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 사이에선 ‘대시민 물 절약 캠페인’에 앞서 상수도 예산을 확대 배정하고, 시민이 이해할 수 있는 근본적인 가뭄 대책부터 마련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땅 속으로 새는 수돗물만 잡아도 한 달은 더 버텨=광주도심 지하에 깔린 수도관은 총 4046㎞로, 이 중 20년 이상된 노후관은 절반인 2013㎞에 이른다. 일부 노후 상수도관은 정부에서 1994년부터 국민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상수도관으로 사용을 금지한 아연도(금) 강관인 것으로 드러나 심각성을 더한다.

노후 상수도관은 지하로 수돗물이 새는 누수율과도 직결된다. 광주시의 누수율은 전국 특·광역시 평균인 4.8%보다 높은 5.2%로, 연간 누수량만 934만여톤에 이른다. 광주와 경제 규모 등이 비슷한 대전시 누수율은 1.7%에 불과하다.

광주시민이 하루에 사용하는 급수량이 49만여톤(1인 기준 337ℓ)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시민이 19일 정도 사용할 수 있는 수돗물이 매년 땅 속으로 새고 있는 셈이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최근 시의회 임시회에서 “상수도 누수율 방지를 위해 노후 상수관 교체에서부터 빗물 이용시설 확대, 우수저류시설 설치·운영, 장성·담양댐 용수 활용까지 다각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힌 바 있지만, 노후 상수도관 교체 사업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광주시가 지난 11일 시의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만 봐도, 2023년 노후 상수관 교체 사업 예산은 올해보다 29억원 늘어난 114억원을 배정하는 데 그쳤다. 내년도 전체 상수도사업 예산도 올해(1373억원)보다 겨우 54억원(4.1%) 증가했을 뿐이다.

114억원이면 노후 상수도관 31㎞를 정비할 수 있는데, 이 같은 예산배정 속도면 당장 교체가 시급한 노후 상수도관 229㎞를 정비하는 데만 10년 정도가 소요될 것이라는 게 상수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내년 1월부터 제한급수…대시민 캠페인=지난 12~13일 그토록 기다리던 비가 내렸지만, 광주시민의 식수원인 동복댐이 있는 화순 북면 34.5㎜, 주암댐이 있는 순천에는 15㎜의 비가 내리는 데 그쳤다. 저수율도 동복댐 32.1%, 주암댐 31.8%대에 머물렀다.

광주시는 가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대부분이 캠페인성 대책이라는 게 문제다.

실제 광주시는 요즘 “내년 3월이면 상수원이 고갈되고, 선제적으로 1월부터 제한급수에 들어갈 수 있다”며 시민을 대상으로 20% 물 절약 캠페인에 나서고 있고, 소원 빗방울 모으기 프로젝트’라는‘SNS 기우제’까지 지내고 있다.

시는 또 가뭄 상황 장기화에 대비한 ‘위기대응 가뭄극복 추진단’을 구성하고, 수시로 회의를 열어 물 절약 실천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가뭄을 극복할 만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비상수단으로 덕흥보 주변 영산강물 끌어다 쓰기, 동복호 상류, 용연·덕남 정수장 18개 배수지 주변 관정 개발하기, 동복댐 바닥 부위 저층수 뽑아 쓰기 등을 구상 중이지만, 기술적 문제 등으로 당장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도 논란=제4수원지의 상수원보호구역 해제가 적절하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광주시는 최근 광주의 예비 식수원 중 하나인 제4수원지를 41년 만에 상수원보호구역에서 공식 해제했는데, 지역 환경단체 등은 ‘난개발 우려와 함께 기후변화 등에 따른 긴급 취수원 확보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냈다. 환경단체 등의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광주 생명의 숲’은 최근 4수원지에서 영산강 생태계 파괴 지표종으로 꼽히는 ‘큰빗이끼벌레’를 처음으로 발견했다.

이경희 광주환경연합 사무처장은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광주시 자체 수원지인 4수원지를 비상 상수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상수원 보호 구역 지정은 지속 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진표 기자 lucky@kwangju.co.kr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