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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잼 도시’라던 대전은 지금-장필수 사회담당 편집국장
2022년 10월 12일(수) 01:00
100여 년 전만 해도 대전은 허허벌판이었다. ‘한밭골’이라는 이름처럼 대전천을 중심으로 너른 밭이 펼쳐진 곳이었다. 도시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1904년 대전에 철도역이 신설되고 이듬해에 경부선 철도가 개통되면서부터였다. 일제는 곡물과 자원을 본국으로 수탈하기 위해 경부선 철도를 놓기로 했다. 철도역은 당초 충남도청이 있는 공주와 이미 도시가 형성된 충주가 유력 후보지였다. 하지만 일제의 한반도 식민 정책의 골자는 철도 부설과 자국민 이주였다. 철도 부설로만 본다면 공주와 충주가 좋겠지만 자국민 이주를 위해서는 신생 도시가 필요했다. 그렇게 조성된 도시가 대전이다. 대전역이 신설되고 일본인 상인들이 정착하면서 신도시가 형성됐고 일본 상인들의 로비로 충남도청까지 유치하면서 급속도로 발전하게 된다.



광주, 복합 쇼핑몰 성공 오명 벗어야



이렇다 보니 대전은 대전역을 중심으로 조성된 중구 은행동과 선화동 등 원도심과 유성구 대덕연구단지가 핵심 상권이자 관광지다. 사람들은 흔히 새로운 도시를 갈 때 포털에서 ‘가 볼 만한 곳’을 검색하곤 한다. ‘대전 가 볼 만한 곳’을 검색하면 국립중앙과학관, 엑스포과학공원, 한밭수목원, 장태산자연휴양림 등이 뜬다. 딱히 구미가 당기는 여행지가 없다. 그래서 노잼(재미가 전혀 없음) 도시를 말할 때 대전이 첫 손가락에 꼽히곤 했다.

그런 노잼 도시가 이젠 한 번쯤 가 볼 만한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최근 방문한 대전에선 이런 분위기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광주로 치면 충장로에 해당하는 은행동은 사람들로 북적댔다. 빈 점포가 늘어가는 충장로와 달리 임대나 매매를 써 붙인 상가는 찾아볼 수 없었고 상가마다 활기가 넘쳤다. 오색 우산이 하늘을 메운 거리에선 축제 기간이 아닌데도 흥미로운 길거리 공연이 행인들의 발길을 잡았고 유명 제과점인 성심당은 전국에서 찾아온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오랜 역사라는 공통점에도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궁전제과와 활기 잃은 충장로가 오버랩됐다.

대덕연구단지에선 신세계백화점이 ‘핫플’(hot place)로 뜨며 노잼 도시라는 오명을 지우고 있었다. ‘대전신세계 아트&사이언스’는 명칭 그대로 백화점은 기본에다 호텔과 문화 시설을 갖춘 복합 쇼핑몰이다. 광주신세계가 7년 전 추진하려다 시민단체의 반발로 무산되자 신세계그룹이 투자처를 대전으로 돌려 지은 곳이다. 한 곳에서 쇼핑과 문화생활, 숙박을 모두 즐길 수 있다 보니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것은 당연했다. 정원으로 꾸며진 옥상에는 단순히 힐링을 위해 찾는 시민들도 많았다.

대전의 부상으로 이젠 광주가 노잼 도시 1번지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마찬가지로 광주도 포털에서 가 볼 만한 곳을 검색하면 눈길을 끄는 곳이 많지 않다. 그렇다면 결국 있는 자원에 의미를 부여해 스토리를 입히고 상품화해야만 외지인을 불러들일 수 있다.

광주는 대전에 비해 도시 역사도 깊고 국립공원 무등산이라는 자연자원도 있다. 여기에 아픈 역사이지만 한국 민주주의를 이끈 5·18도 훌륭한 자산이다. 홍콩에 본사를 둔 국제 인권단체인 아시아인권위원회가 본사를 광주로 이전하기로 한 것을 계기로 다크 투어리즘을 적극 활용해 국제적인 관광도시로 거듭나야 한다. 원도심은 충장로와 옛 전남도청을 포함한 아시아문화전당, MZ세대의 핫플 동명동을 한 블럭으로 묶고 넓게는 방림동까지를 연계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면 역사·문화 관광지로 경쟁력이 충분하다.



활력 넘치는 ‘핫플’로 거듭나



문제는 누가 컨트롤타워를 맡아 어떤 역량을 보여 주는가일 것이다. 민관이 참여해야겠지만 최종 컨트롤타워는 광주시가 될 수밖에 없다. 민간 전문가를 중심으로 별도 조직을 만들더라도 결국에는 자치단체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광주시의 역량은 어느 정도일까 궁금하다. 그 첫 시험대가 복합 쇼핑몰이 될 것이다. 유통 3사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광주 복합 쇼핑몰이 어디에, 어떻게, 어떤 콘텐츠로 선보일지 시민들이 초미의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공감대는 이미 형성돼 있다. 복합 쇼핑몰은 노잼 도시라는 오명을 벗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광주가 재미난 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행정력을 보여 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