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초한 광주 체육계의 민주주의-윤영기 특집·체육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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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동 광주시체육회장이 직무 정지 9개월만에 업무에 복귀했다. 기막힌 반전이다. 지난해 7월 회장 선거 관련 소송으로 직무가 정지됐고 올 초 형사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던 처지라 그의 복귀는 남다른 대목이 있다.
민사소송은 최근 회장 선거 후보자들의 소송 취하로 종결됐고 형사사건은 대법원 확정 판결을 앞두고 있다. 광주 클럽 붕괴 사고를 유발한 ‘춤 허용 조례’ 제정 로비 혐의 등으로 1심에서 구속, 2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사안이다.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기간 발생한 이 사고로 두 명이 숨지고 외국인 선수 등 32명이 다쳤다. 대법에서 원심대로 금고형 이상 유죄가 확정되면 체육회 규정에 따라 자동으로 회장직이 박탈된다.
위태로운 회장직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심정은 그만큼 착잡할 수밖에 없다. 애초 그가 소추된 상황을 알고 뽑았기 때문에 체육계가 부끄러움을 감당해야 한다고 미뤄 둘 일은 아니다. 광주 체육을 대표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의 유죄가 확정되면 광주는 또다시 오물을 뒤집어써야 한다.
소송 취하로 불명예 복귀한 회장
체육회장 낙선자들이 제기한 소송은 불공정 논란을 자초했던 선거 난맥의 정곡을 찔렀다. 이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직무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이 인용됐고 체육회를 피고로 한 소송에서는 ‘당선 무효’ 판결이 나왔다. 비록 1심이지만 선거의 핵심인 선거인 수 배정이 잘못됐다는 내용이 판결문에 적시됐다. 법원 판단에 따라 체육회장 선거는 낙선자들의 개인 소송에서 체육계의 공적 현안으로 치환됐다. 이 회장을 비롯해 출마자 세 명 모두가 피해자인 사건이라는 측면에서도 그렇다.
하지만 끝을 봐야 할 공적 사안이 낙선자들의 소취하로 없던 일이 됐고 이 회장은 업무에 복귀했다. 상식 밖이다. 과연 광주시장이나 구청장 선거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용인됐을까. 소취하라는 변칙으로 이 문제에 접근하는 게 가능했을까. 체육회는 왜 자체적으로 수사를 의뢰하는 인파이팅을 하지 않고 아웃복싱을 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광주체육회를 방기하는 집단적 묵인과 방관 때문이다. 광주체육회 직원들은 회장 복귀를 앞두고 관련 단체에 축하 난과 화분을 보내라고 종용해 회장실 복도를 꽃길로 만들었다. 이쯤되면 후안무치의 끝판이다. 이 회장이 직접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꽃을 보낼 것을 요구했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광주 체육계는 민주주의에 경고등이 켜졌음에도 묵살했다. 낙선자들을 반목과 분열을 조장하는 사람들로 낙인찍었다. 부실이 농후한 선거 룰을 설계한 체육회를 문제 삼지 않고 엉뚱하게도 비난의 총구를 낙선자들에게 돌린 것이다. 결과가 어떻든 패배했으니 깨끗이 승복해야 함에도 분란을 일으킨다고 몰아세웠다. 체육회도 부당한 프로파간다의 발신지 가운데 하나라는 혐의에서 자유롭지 않다. 밖에서 보면 잘못된 선거를 바로잡겠다는 게 왜 분열인지 이해되지 않지만 체육계에서는 통한다. 재판부가 이들의 주장이 옳다고 인정했음에도 공세는 지속됐다.
한편에서는 낙선자들의 지인들까지 나서 집요하게 소취하를 종용하고 권고했다. 이들이 누구를 위해 나섰는지 캐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세상사가 그렇듯 불온한 세력은 매사에 집요하고 근면하다. 상식을 믿는 선한 사람들이 번번이 분노하고 꺾이는 이유다. 고립무원에 빠진 이들이 선택하는 최후는 포기다. 결국 ‘소송을 취하당한’ 낙선자들의 용단은 과녁을 한참 빗나가 ‘화합을 위한 대승적 결단’으로 묻혀 버렸다. 애석하게도 외부의 개혁 요구가 좌초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는 없다.
침묵으로 외면한 개혁의 목소리
곡절 끝에 복귀한 이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선거와 관련해 책임 소재에 대해서는 과도 있지만 공도 있는 체육회의 미필적 고의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그의 진정을 의심하지 않으나 ‘공도 있다’는 말에 스스로 설정한 한계가 느껴진다. 체육회가 만든 선거 룰에 의해 당선된 회장으로서 그 룰을 만든 관련자들을 문책하는 것은 자기를 부정하는 일이라는 점에서다. 설사 그가 개혁에 나서더라도 남은 임기는 7개월 뿐이고 정년이 보장된 체육회 사람들과 싸움이다. 승패가 훤히 보인다. 하지만 이 회장이 남은 임기를 어떻게 보내더라도 체육계는 선거 소송과 마찬가지로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체육계를 지탱해 온 ‘악플’보다 무서운 ‘무플’의 전통 때문이다.
한 마디 더 보태자. 광주시체육회장을 뽑게 되는 내년 선거는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돼 치러진다. 본질적으로 선관위는 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지도록 감시하고 통제하는 기구다. 이번에 문제가 된 선거인 수 배정 등 핵심 사안은 차기 선거에서도 여전히 광주체육회의 몫이다. 벌써부터 차기 선거도 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선거 행정의 문제를 직시하고 바로잡을 기회를 배제한 탓이다. 부디 차기 회장 선거가 논란 없이 치러지길 바랄 뿐이다.
/penfoot@kwangju.co.kr
민사소송은 최근 회장 선거 후보자들의 소송 취하로 종결됐고 형사사건은 대법원 확정 판결을 앞두고 있다. 광주 클럽 붕괴 사고를 유발한 ‘춤 허용 조례’ 제정 로비 혐의 등으로 1심에서 구속, 2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사안이다.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기간 발생한 이 사고로 두 명이 숨지고 외국인 선수 등 32명이 다쳤다. 대법에서 원심대로 금고형 이상 유죄가 확정되면 체육회 규정에 따라 자동으로 회장직이 박탈된다.
체육회장 낙선자들이 제기한 소송은 불공정 논란을 자초했던 선거 난맥의 정곡을 찔렀다. 이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직무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이 인용됐고 체육회를 피고로 한 소송에서는 ‘당선 무효’ 판결이 나왔다. 비록 1심이지만 선거의 핵심인 선거인 수 배정이 잘못됐다는 내용이 판결문에 적시됐다. 법원 판단에 따라 체육회장 선거는 낙선자들의 개인 소송에서 체육계의 공적 현안으로 치환됐다. 이 회장을 비롯해 출마자 세 명 모두가 피해자인 사건이라는 측면에서도 그렇다.
하지만 끝을 봐야 할 공적 사안이 낙선자들의 소취하로 없던 일이 됐고 이 회장은 업무에 복귀했다. 상식 밖이다. 과연 광주시장이나 구청장 선거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용인됐을까. 소취하라는 변칙으로 이 문제에 접근하는 게 가능했을까. 체육회는 왜 자체적으로 수사를 의뢰하는 인파이팅을 하지 않고 아웃복싱을 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광주체육회를 방기하는 집단적 묵인과 방관 때문이다. 광주체육회 직원들은 회장 복귀를 앞두고 관련 단체에 축하 난과 화분을 보내라고 종용해 회장실 복도를 꽃길로 만들었다. 이쯤되면 후안무치의 끝판이다. 이 회장이 직접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꽃을 보낼 것을 요구했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광주 체육계는 민주주의에 경고등이 켜졌음에도 묵살했다. 낙선자들을 반목과 분열을 조장하는 사람들로 낙인찍었다. 부실이 농후한 선거 룰을 설계한 체육회를 문제 삼지 않고 엉뚱하게도 비난의 총구를 낙선자들에게 돌린 것이다. 결과가 어떻든 패배했으니 깨끗이 승복해야 함에도 분란을 일으킨다고 몰아세웠다. 체육회도 부당한 프로파간다의 발신지 가운데 하나라는 혐의에서 자유롭지 않다. 밖에서 보면 잘못된 선거를 바로잡겠다는 게 왜 분열인지 이해되지 않지만 체육계에서는 통한다. 재판부가 이들의 주장이 옳다고 인정했음에도 공세는 지속됐다.
한편에서는 낙선자들의 지인들까지 나서 집요하게 소취하를 종용하고 권고했다. 이들이 누구를 위해 나섰는지 캐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세상사가 그렇듯 불온한 세력은 매사에 집요하고 근면하다. 상식을 믿는 선한 사람들이 번번이 분노하고 꺾이는 이유다. 고립무원에 빠진 이들이 선택하는 최후는 포기다. 결국 ‘소송을 취하당한’ 낙선자들의 용단은 과녁을 한참 빗나가 ‘화합을 위한 대승적 결단’으로 묻혀 버렸다. 애석하게도 외부의 개혁 요구가 좌초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는 없다.
침묵으로 외면한 개혁의 목소리
곡절 끝에 복귀한 이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선거와 관련해 책임 소재에 대해서는 과도 있지만 공도 있는 체육회의 미필적 고의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그의 진정을 의심하지 않으나 ‘공도 있다’는 말에 스스로 설정한 한계가 느껴진다. 체육회가 만든 선거 룰에 의해 당선된 회장으로서 그 룰을 만든 관련자들을 문책하는 것은 자기를 부정하는 일이라는 점에서다. 설사 그가 개혁에 나서더라도 남은 임기는 7개월 뿐이고 정년이 보장된 체육회 사람들과 싸움이다. 승패가 훤히 보인다. 하지만 이 회장이 남은 임기를 어떻게 보내더라도 체육계는 선거 소송과 마찬가지로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체육계를 지탱해 온 ‘악플’보다 무서운 ‘무플’의 전통 때문이다.
한 마디 더 보태자. 광주시체육회장을 뽑게 되는 내년 선거는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돼 치러진다. 본질적으로 선관위는 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지도록 감시하고 통제하는 기구다. 이번에 문제가 된 선거인 수 배정 등 핵심 사안은 차기 선거에서도 여전히 광주체육회의 몫이다. 벌써부터 차기 선거도 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선거 행정의 문제를 직시하고 바로잡을 기회를 배제한 탓이다. 부디 차기 회장 선거가 논란 없이 치러지길 바랄 뿐이다.
/penfoot@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