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라, 2021년-임동욱 선임기자 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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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라, 2021년-임동욱 선임기자 겸 서울취재본부장
2021년 12월 29일(수) 00:00
칼바람을 동반한 맹추위가 연말을 강타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방역 조치 강화로 썰렁해진 거리는 우리의 마음을 더욱 움츠러들게 하고 있다. 이제 2021년 신축년(辛丑年)은 불과 사흘밖에 남지 않았다. 감염병 종식에 대한 희망으로 시작된 올해는 기대와 달리 알파·베타·델타 변이에 이어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까지 등장해 전 세계의 국경이 다시 닫혔다. 일상으로의 복귀도 유보됐다.

이런 상황에서 오미크론 변이는 기존 백신으로 예방하기 어렵다는 조사 결과가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또한 내년 1~2월에는 전 세계적으로 30억 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가 나올 수 있다는 암울한 관측까지 나온다. 강력한 슈퍼 백신이 나오지 않는다면 2022년 임인년(壬寅年)도 코로나19 확산의 그늘에서 빠져나오기 쉽지 않을 것 같다.



불확실성의 시대

‘악몽’과도 같은 상황이지만 오미크론 변이가 오히려 ‘선물’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는 감염력이 강한 대신에 치명률이 낮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일상의 감기처럼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의 입원율이 델타 변이의 절반 정도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오미크론의 강력한 전염력은 확진자 폭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부스터샷과 방역 강화 조치로 최후의 방어 전선을 펼치고 있는 우리의 현실도 불안하기 짝이 없다. 당장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들은 재개된 고강도 방역 조치에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고 있다. 지금까지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한 매출 감소를 빚으로 버텨 오면서 위드코로나에 희망을 걸었지만 코로나 재확산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주변 상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휴업 팻말과 빈 점포의 황량한 모습은 한 가족의 붕괴를 보는 것 같아 마음 한 편이 아리다. K-방역에 취했던 것일까. ‘조금만 버티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정부의 안일함이 사태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불평등이 가속화되키고 있다는 점은 더 큰 비극이다. 소득과 자산, 주거, 노동, 의료, 문화, 복지 등 사회 전 분야에서 불평등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고소득층은 상대적으로 코로나 위기를 비켜 간 반면, 저소득층은 직격탄을 맞고 있는 셈이다. 당장 노동시장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소득 감소와 실직이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에 더욱 심각하다. 여기에 백신 휴가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등 노동의 질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프리랜서는 절반 이상이 소득 감소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용 한파와 함께 일자리의 질도 악화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첫 직장을 가진 청년의 절반이 ‘1년 이하의 계약직’으로 취업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비대면 원격 수업으로 학력 격차의 폭은 커지고 있다. 부동산 가격 폭등 등에 따른 자산 불평등도 심화된 상황이다. 코로나19의 재난적 상황이 사회적 취약 계층에 더욱 가혹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사람들의 마음에도 깊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비대면 문화가 자리 잡으며 가족을 포함해 주변과 교류하지 않는 사람들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피로감이 쌓이면서 배려와 연대 등 사회적 신뢰 역시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연대와 참여의 지혜

이처럼 코로나는 사회 전반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왔다. 그럼에도 이러한 변화는 우리에게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 코로나로 드러난 부익부 빈익빈의 사회적 불평등 구조를 개선한다면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국민적 역량을 결집시킬 수 있다. 이는 시민들의 연대와 참여가 전제돼야 한다. 내년 대선이 그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지만 적극적 참여로 시대적 화두를 만들어 내고 정치권의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제프 스타글리츠는 코로나19 시대에 지켜야 할 것은 ‘사람’이라고 했다. 생존의 벼랑에 내몰린 사람들을 지켜 내지 않고는 한 단계 높은 사회로의 도약은 어렵다. 내년 대선의 화두가 진부한 진영 논리를 넘어 새로운 미래를 위한 국민 통합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지난 한 해, 우리는 많은 시련을 견뎌 왔고 이제 대선의 해인 2022년의 길목에 다다랐다. 내년 역시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에도 그랬듯이 위기의 시대를 새로운 도약의 발판으로 만들어 갈 수 있었으면 한다. 내년에도 우리 모두 잘해 보자. 그리고 잘 가라, 202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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