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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했던 삶’ 송기숙 선생님 편히 잠드소서
2021년 12월 08일(수) 01:00
한국 근현대사의 질곡을 치열하게 붓으로 헤쳐 온 송기숙 전 전남대 교수가 엊그제 숙환으로 별세했다. 오랫동안 투병 생활을 해 왔기에 이미 예견된 일이었지만 별세 소식을 듣고는 북받치는 슬픔을 감출 수 없었다. 삼가 심심한 애도를 표한다.

소설가로서 많은 문학적 업적을 남겼던 송 교수는 그러나 그보다는 ‘행동하는 지성인’으로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선생은 군사정권의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민족문학작가회의 의장을 지내고 한국현대사 사료연구소장, 전남대 5·18연구소 소장, 광주전남 정치개혁시도민연대 상임대표 등으로 가열차게 사회 참여를 했다.

특히 선생은 ‘교육지표 사건’과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두 차례 해직되는 고초를 겪기도 했다. 우선 1978년, 전남대 교수 10명과 함께 성명서 ‘우리의 교육지표’를 발표했다가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연행돼 징역 4년 자격정지 4년을 선고받았다. 유신 정권의 국민교육헌장을 정면으로 비판해던 선생은 청주교도소에서 수감 생활을 하면서 ‘암태도’를 집필하기도 했다.

1년간 복역한 뒤 석방되었지만 선생은 다른 교수들과 달리 복직이 되지 않은 채 5·18을 맞았다. 그리고 시민군 수습위원으로 활동했다고 해서 내란죄를 뒤집어쓰고 또다시 구속되어 1년을 복역하게 된다. 교수로 있던 전남대에서도 쫓겨나 낭인 생활을 하는 등 아픔을 겪었던 선생은 해직 6년 만인 1984년 복직했으며, 2000년 8월 정년퇴직할 때까지 후학을 가르치며 소설을 쓰는 일을 병행했다.

국내 최초의 5·18 연구단체인 한국현대사 사료연구소(현 전남대 5·18연구소) 초대 소장을 맡아 그가 1987년에 펴낸 ‘5·18 광주민중항쟁사료전집’은 지금도 5월민중항쟁을 연구하는 귀중한 기초자료로 사용되고 있다. 원고지 2만5천 장 분량의 이 책에는 광주항쟁 참여자 700여 명의 구술 증언과 기타 자료 등이 담겼다.

민중의 수난을 ‘붓과 행동으로 헤쳐 온 참 지식인’, 서슬 퍼런 유신정권 아래서도 두려움 없이 행동했던 ‘행동하는 지성인’.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셨지만 선생은 앞으로도 광주 시민들의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 있을 것이다. 하늘나라에서나마 편히 잠드시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