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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서 탄광사진전 여는 광부 작가 전제훈씨 “사라져가는 탄광과 광부들의 애환 기록할 것”
노출 꺼리던 동료들 역사 기록에 협조…10만여점 촬영
내달 8일까지 소아르갤러리…화순 탄광 작업 제안 받아
2021년 11월 29일(월) 22:10
화순에서 사진전을 여는 광부 사진작가 전제훈씨.
검은 재를 뒤집어 쓴 광부들의 얼굴, 캄캄한 갱도를 비추는 불빛.

전제훈(60) 작가는 수십년 전부터 탄광과 광부들을 앵글에 담아왔다. 그 자신, 갱내 화약관리사로 광업소에서 40년 가까이 일하며 만난 생생한 삶의 현장이다.

초창기, 광부들은 얼굴을 노출하는 것을 꺼려왔다. 하지만 결국 자신들의 얼굴이 ‘선·후배 광부’,‘전국 광부들’의 모습임을 알게됐고, 동료인 전 작가는 그제서야 그들의 얼굴을 담을 수 있었다. 남편, 아빠가 일하는 사진을 본 이들은 눈물을 흘렸고, 가족을 위해 애쓰는 그들의 모습에 감사했다.

한때 전국에 300여곳에 달하던 탄광 중 지금까지 남아있는 곳은 겨우 4곳이다. 화순의 화순광업소, 태백의 장성광업소, 삼척 도 계광업소와 경동 상덕광업소가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탄광의 마지막 세대’를 자처하는 다큐멘터리 작가 전제훈(61)이 카메라를 들고 광부들의 모습과 그들의 삶터인 탄광의 풍경을 집요하게 촬영하는 이유는 사라질 지 모르는 역사를 기억해두고 싶기 때문이다.

전제훈 특별초대전 ‘증산보국(增産報國)’전이 오는 12월 8일까지 화순 소아르갤러리(화순읍 화보로 4439-10)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최근 10여년간 강원도 지역 탄광을 주로 촬영한 작품 40여점이 나왔다. 그의 사진은 일반인들이 찍은 것과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오랫동안 탄광생활을 함께하며 ‘속살’을 찍었기 때문이다.

전시 제목 ‘증산보국’은 중학생 때 형이 일하던 탄광에서 만난 글귀다. 정부에서 석탄생산을 독려하던 1970~80년대 모든 탄광 정문에 세워진 현수탑에 적힌 글귀가 사실상, 고강도 노동 착취 슬로건에 불과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화순 역시 1904년 화순 출신 박현경에 의해 동면 복암리 일대 선탄이 확인된 이후부터 채탄을 시작한 대표적 탄광 지역이어서 이번 전시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 전시에는 광부와 가족들, 일반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전제훈 작가가 촬영한 동료 광부 사진.
“전시회에 오신 퇴직 광부들은 작품 앞에서 고개를 숙이며 많은 생각에 잠기셨어요. 울컥해 하시기도 하구요. 현직 광부들은 자신이 일하는 탄광과 다른 곳을 비교하면서 장·단점을 파악하더군요. 어떤 점에서는 기술교류 마당도 되는 것 같아요.”

전 작가는 전시장을 방문한 화순탄광 관계자들에게서 화순탄광을 기록해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이들 역시 곧 사라질 화순의 역사를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했고, 동료로서 사실적으로 기록하는 그의 작품을 보고 이야기를 건넸다.

강원도 정선 출신으로 대학에서 자원공학을 전공한 뒤 1983년 광업소에 취직 한 그는 취미로 사진을 찍으며 광부들의 모습을 담기 시작했다. 그 때는 전문적인 다큐 사진이라기 보다는 공모전 출품 등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그러다 ‘기록사진’으로 ‘제대로’ 찍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12년 전으로 지금까지 찍은 사진은 10만점에 달한다.

“기록이 없으면 기억을 못한다고 하잖아요. 석탄 산업은 이제 몇년 남지 않았고 그 모습들을 기억하고 남기는 작업은 꼭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탄광에서 수십년을 보냈고, 그 곳이 바로 삶의 현장이었습니다. 석탄 산업이 사라지는 아쉬움이 너무 크기 때문에 기록자로서 의무감, 사명감이 확실히 더 생기는 것 같습니다. 산업사회와 근대화의 원동력이었던 그 현장과 그 때의 사람들을 기록으로 반드시 남겨서 후손들에게 전해주고 싶습니다.”

이번 전시는 문경과 보령을 거쳐 강원도 철암탄광역사촌(12월12일~31일)에서 열리며 내년 상반기에 정선 삼탄아트마인에서 대규모 기획전을 열 예정이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