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심상돈 동아병원 원장] 준비된 전문가를 보건소장으로
2021년 06월 02일(수) 05:10
2021년 보건복지부 전국 보건기관 현황을 보면 2019년 12월 말 기준 256개의 보건소(보건의료원 포함)가 있다. 광주광역시에는 다섯 개 구가 각각 보건소를 운영하고 있다. 전국 자치단체의 보건소장 중 의사가 99명, 보건직 공무원이 155명이다. 의사 보건소장이 더 적다. 서울특별시와 대구광역시는 보건소장이 모두 의사이다. 큰 도시는 비교적 의사 보건소장이 많은 반면 지방으로 갈수록 줄어든다. 광주광역시에서는 5개 자치구 모두 보건소장이 의사이다.

우리나라는 1956년 처음 보건소법을 제정하였다. 그때 ‘보건소장은 의사의 자격을 가진 자 중에서 도지사 또는 서울특별시장이 임명한다’로 정했다. 하지만 그 당시는 대도시 큰 병원의 의사도 부족한 상황이었고 보건소 또한 거의 없었다. 농어촌 의료 취약 지역의 공공의료를 위한 공중보건의 제도가 1978년 시작되었고 그 무렵부터 보건소가 운영되기 시작했다. 1975년 보건소법에서 ‘보건소장 자격’에 대한 규정을 없애고 ‘보건소장은 의사의 자격을 가진 자 중에서 임명한다. 다만, 의사의 자격을 가진 자로 소장을 충원하기 곤란한 경우에는 보건직 공무원으로 임명할 수 있다’로 시행령을 고쳤다. 2006년 ‘보건소장 의사 우선 임용 조항이 헌법에 보장된 직업 선택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의 권고로 2015년 지역보건법이 개정되었다. 현행 지역보건법의 보건소장에 임용에 대한 규정은 ‘의사 면허가 있는 사람 중에서 보건소장을 임용한다. 다만 의사 면허가 있는 사람 중에서 임용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지방공무원 임용령에 따른 보건·식품위생·의료기술·의무·약무·간호·보건진료 직렬의 공무원을 보건소장으로 임용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이처럼 보건소장의 자격은 의사를 우선으로 해 왔다. 이는 보건소의 업무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었던 지역 주민에 대한 1차 진료 영역을 넘어 만성질환과 감염병의 예방과 관리, 모성과 영유아의 건강관리, 노인과 장애인 등 의료 취약계층의 건강관리, 정신건강 증진 및 생명존중에 대한 사업과 의료기관의 지도와 관리, 보건의료 관련 단체들의 협력체계 구축 등 지역 보건을 총괄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보건소의 전문적인 역할과 범위가 더 넓어져서 의학과 의료사회학의 전문적인 식견을 갖춘 전문 경영인 보건소장이 요구되고 있다. 최근 코로나 19에 대한 선별 진료, 방역과 백신 접종으로 그 전문적인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시 의료원을 비롯한 공공의료기관의 장은 대부분 의사가 맡고 있다. 의료의 전문성에서 비롯된 다양한 임상 진료과들의 의견 조율 그리고 다른 직역과의 소통과 협업이 필수적이고 중요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보건소 조직 문화에 융화되지 못한 채 보건소의 사회적인 순기능까지 후퇴시킨 보건소장도 있었고, 전 사회적인 의사 인력 부족과 공공의료에 대한 인식의 미성숙으로 보건소를 비롯한 공공의료를 함께하고 이끌어갈 전문가가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동안의 부단한 연구와 노력의 결과로 의료의 의학적 깊이와 넓이가 확대되었으며 사회학적 인식의 폭 또한 성숙해졌다. 이제는 보건소장을 비롯한 공공의료를 위해 의료의 전문성과 리더십 그리고 시민사회단체 활동 등으로 사회성까지 준비된 의사가 늘어났다.

행정상의 효율성과 편의를 위해 보건소 조직 내의 승진으로 의사가 아닌 보건소장을 임명한다면 다른 조직 문화와 충돌할 수 있고 다른 조직과의 협업 체계가 손상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피해는 지역사회 주민에게 돌아간다. 따라서 지역사회 보건의료를 총괄하고 이끌어 갈 보건소장에 준비된 전문가를 찾아 임용하고, 일을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은 지방자치단체장 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 구성원 전체의 몫이라 생각한다.



 ※광주일보 6월 2일자 23면에 게재된 은펜칼럼 ‘준비된 전문가를 보건소장으로’ 내용 중 ‘광주광역시는 서구·남구·북구·광산구는 보건소장이 의사이고 동구만 의사가 아니다’를 ‘광주광역시는 5개 자치구 모두 보건소장이 의사이다’로 바로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