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욱 선임기자·서울취재본부장] 호남 정치, 이대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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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대선의 계절이 다가왔다. 불과 한 달 후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예비후보 등록(6월 21일~22일)이 이뤄진다. 이른바 여당의 잠룡들은 대선 티켓의 향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호남 민심을 잡기 위해 최근 광주·전남을 앞다투어 찾고 있다. 송영길 대표 체제로 새로이 지도부를 구성한 민주당도 소모적 개혁 논란보다는 민생에 방점을 둔 쇄신론을 토대로 정권 재창출을 꾀하고 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 역시 호남을 끌어안는 ‘서진(西進)정책’을 지렛대 삼아 혁신 보수로의 변화를 꾀하며 정권 탈환을 노린다.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은 근래 광주 정신을 기리기 위해 잇따라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고 있다. 그런가 하면 당권 경쟁에서 70년대생 젊은 주자들이 파란을 일으키며 정치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전열 재정비 주류로 거듭나야
이처럼 여야 정치권은 변화와 쇄신을 토대로 치열하게 내년 대선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호남 정치권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어정쩡한 모습이다. 4·7 재보선 참패로 정권 재창출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호남 정치권에서는 그 어떤 절박함도 보이지 않는 듯하다. 민주·진보 진영의 심장인 호남 민심을 토대로 적극적인 도전과 결집에 나서기보다 스스로 비주류의 한계에 빠져 사분오열하는 모습이다. 역대 진보 정권 창출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호남 정치의 맥이 제대로 뛰지 않고 있는 것이다.
최근 불거진 민주당 내부의 ‘쇄신 대 개혁’ 노선 논란과 장관 후보자 낙마를 둘러싼 당·청 간의 미묘한 힘겨루기 국면에서도 호남 정치권의 목소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속 시원하게 호남 민심을 대변하면서 정치적 미래를 개척하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침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쇄신론을 내건 송영길 대표는 호남에서 기대만큼의 많은 지지를 얻지 못했다. 호남 단일 최고위원 후보였던 서삼석 의원의 낙선은 각자도생에 나선 호남 정치권의 남루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여기에 당내 대선 후보 지지를 놓고도 지역 정치권에선 갈지자(갈之字) 행보가 속출하고 있다. 당초 이낙연 전 대표 지지를 표명했던 일부 국회의원들은 최근 이재명 경기지사 지지로 슬며시 선회하는가 하면, 정세균 전 총리 지지를 밝힌 모 국회의원은 이재명 경기지사 측에 잘못 알려진 것이라고 해명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또 상당수의 지역 국회의원들은 미래 비전을 토대로 주도적으로 대선 후보를 만들어가기보다 대세에 얹혀 가려는 모습이어서 호남 정치 특유의 역동성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총선에서 전면적인 세력 교체가 이뤄진 호남 정치권에 기대만큼의 새로운 바람은 일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우선 광주·전남 국회의원 18명 가운데 무려 14명이 초선이다. 정치적 역량 측면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초선 특유의 치열한 문제의식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초선 가운데 60대가 6명(이병훈·이형석·민형배·윤재갑·주철현·소병철)이나 된다.
그래서 그런 건 아니겠지만 과거에 기반한 ‘꼰대 정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치적 구심점이 없고 운동권과 관료 출신 사이의 화학적 결합도 약하다. 군 공항 이전이나 구간 경계 조정 등 각종 지역 현안이 표류하고 있는 것도 지역 정치권의 정치력 부재에서 기인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21대 국회가 개원한 지 1년도 안 됐지만 정치인의 어제와 오늘을 보면 내일이 예견된다는 점에서 호남 정치의 위기를 거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선 앞두고 지리멸렬 양상
위기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을 흔히 ‘냄비 속 개구리’에 비유하곤 한다. 개구리는 끓는 물에서는 곧바로 뛰어 나오지만 서서히 가열되는 미지근한 물에서는 온도를 체감하지 못하고 뛰어나올 생각을 하지 못한 채 결국 죽음에 이른다. 여당의 달콤함과 안락함에 취해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지역 국회의원들에게는 뜨끔한 비유일 터이다.
정치는 민심을 토대로 미래를 선점해 가는 투쟁이며 끊임없는 도전과 응전의 과정이다. 호남 정치권은 이제 전열을 재정비해야 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인 호남의 현실과 코로나19로 인한 민생의 어려움을 직시하고 미래 비전을 마련해야 한다. 대선의 계절을 맞아 호남 정치권은 소통과 결집을 통해 정치적 역량을 키우면서 정권 재창출을 주도함으로써 당내 비주류를 넘어 시대의 주류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전열 재정비 주류로 거듭나야
이처럼 여야 정치권은 변화와 쇄신을 토대로 치열하게 내년 대선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호남 정치권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어정쩡한 모습이다. 4·7 재보선 참패로 정권 재창출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호남 정치권에서는 그 어떤 절박함도 보이지 않는 듯하다. 민주·진보 진영의 심장인 호남 민심을 토대로 적극적인 도전과 결집에 나서기보다 스스로 비주류의 한계에 빠져 사분오열하는 모습이다. 역대 진보 정권 창출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호남 정치의 맥이 제대로 뛰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당내 대선 후보 지지를 놓고도 지역 정치권에선 갈지자(갈之字) 행보가 속출하고 있다. 당초 이낙연 전 대표 지지를 표명했던 일부 국회의원들은 최근 이재명 경기지사 지지로 슬며시 선회하는가 하면, 정세균 전 총리 지지를 밝힌 모 국회의원은 이재명 경기지사 측에 잘못 알려진 것이라고 해명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또 상당수의 지역 국회의원들은 미래 비전을 토대로 주도적으로 대선 후보를 만들어가기보다 대세에 얹혀 가려는 모습이어서 호남 정치 특유의 역동성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총선에서 전면적인 세력 교체가 이뤄진 호남 정치권에 기대만큼의 새로운 바람은 일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우선 광주·전남 국회의원 18명 가운데 무려 14명이 초선이다. 정치적 역량 측면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초선 특유의 치열한 문제의식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초선 가운데 60대가 6명(이병훈·이형석·민형배·윤재갑·주철현·소병철)이나 된다.
그래서 그런 건 아니겠지만 과거에 기반한 ‘꼰대 정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치적 구심점이 없고 운동권과 관료 출신 사이의 화학적 결합도 약하다. 군 공항 이전이나 구간 경계 조정 등 각종 지역 현안이 표류하고 있는 것도 지역 정치권의 정치력 부재에서 기인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21대 국회가 개원한 지 1년도 안 됐지만 정치인의 어제와 오늘을 보면 내일이 예견된다는 점에서 호남 정치의 위기를 거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선 앞두고 지리멸렬 양상
위기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을 흔히 ‘냄비 속 개구리’에 비유하곤 한다. 개구리는 끓는 물에서는 곧바로 뛰어 나오지만 서서히 가열되는 미지근한 물에서는 온도를 체감하지 못하고 뛰어나올 생각을 하지 못한 채 결국 죽음에 이른다. 여당의 달콤함과 안락함에 취해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지역 국회의원들에게는 뜨끔한 비유일 터이다.
정치는 민심을 토대로 미래를 선점해 가는 투쟁이며 끊임없는 도전과 응전의 과정이다. 호남 정치권은 이제 전열을 재정비해야 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인 호남의 현실과 코로나19로 인한 민생의 어려움을 직시하고 미래 비전을 마련해야 한다. 대선의 계절을 맞아 호남 정치권은 소통과 결집을 통해 정치적 역량을 키우면서 정권 재창출을 주도함으로써 당내 비주류를 넘어 시대의 주류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