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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경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광주전남센터장] 도박 중독,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
2021년 04월 05일(월) 23:00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2020년 3월 팬데믹 시기의 정신적 안녕감 및 심리사회적인 안녕감을 유지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일반인 집단에게는 전염병과 관련된 편견에 주의하고 타인과 공동체를 지원하는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연대감을 형성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정신 건강문제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집단에 치료적 지원이 중단되지 않도록 면밀하게 살피고, 우울·불안·고립감을 증가시키는 요인들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도록 했다. 특히 중독 문제와 같이 사회적 결핍과 주변의 지지가 필요한 집단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1년이 넘도록 지속되고 있는 사회적 거리 두기 속에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인한 실업률의 증가와 경제 상황의 악화는 평범한 시민들의 일상을 침범하고 있다. 실례로 최근에는 ‘빚투’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일반인들 사이에 주식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또한 요행을 바라는 마음, 즉 사행성 게임에 대한 과도한 집착으로 도박 문제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도박 중독의 원인 중 하나로 알려져 있는 사회문화적 요인 중 하나가 현실 세계의 (경제적) 좌절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심리인데, 작금의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파스칼은 일찍이 도박하는 사람을 가리켜 ‘확실한 것에 불확실한 것을 거는 사람들’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도박은 ‘결과가 불확실한 사건에 돈이나 가치 있는 것을 걸고 내기를 하는 행위’라고 정의할 수 있으며, 도박에 중독된다는 것은 도박의 결과가 자신에게 명백한 해를 끼치고 있음을 앎에도 불구하고, 행동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고 실패하는 상태가 지속된다는 의미이다.

도박 중독은 그 폐해가 자신과 가족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와 국가에 이르기까지 막대하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한 조사에 따르면 1년간 도박중독자들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약 78조로 추산된다.

최근 도박 문제로 전문 상담을 요청하는 지역민들이 늘고 있고, 도박 시기의 저연령화까지 나타나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광주·전남센터로 도움을 요청하는 지역민의 수가 전년도 1분기 대비 1.5배로 급격하게 증가하였으며, 재발을 호소하는 지역민들의 수 또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 발표된 중·고등학생의 도박 문제 조사 결과, 17개 시도 중에서 광주시가 2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도박 문제의 지역 실태에서부터 위험 요인과 보호 요인에 대한 지역사회의 인식 수준의 증진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를 통해 도박 문제의 위험 요인은 감소시키고, 보호 요인은 증가시키는 지역사회 전체의 협업과 실천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또한 도박 중독으로 고통 받는 당사자와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최적의 전문 상담 서비스를 신속하게 제공함으로써, 폐해를 최소화하는 정신 건강 서비스 정책이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도박은 돈을 딸 수 없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으며, 쉽게 중독될 수 있다는 위험성에 대한 정보를 도박을 경험하는 최초의 시기 전후에 제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대개 초등학교 고학년 시기에 해당하며, 도박 문제의 선제적 예방을 위한 필수조건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정보 제공을 위한 토대 마련은 아직도 부족한 실정이며, 가정뿐만 아니라 교사와 학교, 그리고 지역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

도박 문제는 일종의 심리적 통증이자 사회적 통증과도 같다고 본다. 이제 우리는 도박 문제를 지역 내 한 개인의 취약한 문제로 바라보는 방식을 중단하고, 선제적 예방을 위한 지역 내 사회문화적 환경의 개선과 함께 회복을 돕는 심리사회적 지원 체계 구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도박 저항성을 갖춘 여가생활 인프라 구축을 위해 지방정부는 적절한 예산과 자원을 투입함으로써 지역민을 도박 문제로부터 보호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