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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주택의 이유 있는 변신 갤러리가 된 주택들
2020년 12월 22일(화) 09:00
오래된 한옥을 리모델링한 ‘갤러리 혜윰’. 한옥 느낌을 그대로 살리면서 갤러리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했다.
티끌하나도 용납치 않는 새하얀 벽면에 걸린 미술작품, 작은 소리도 내면 안될 것 같은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들… 미술관에 대한 작은 오해들이다. 언제 방문해도 부담없는 곳, 관람객과 작가들이 소통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이 요즘의 미술관·갤러리의 모습이다. 최근에는 주택을 개조해 우리집처럼 편안하게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한 전시공간들이 늘고 있다. 한겨울에도 따뜻하게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갤러리들을 소개한다.



주택가 골목에 자리한 ‘예술공간 집’. 누구에게나 공개된 주택형 갤러리다.
◇다양한 기획전 ‘예술공간 집’

“중학생 때부터 대학 다닐 때까지 9년을 살았던 집이에요. 지금은 다른 곳으로 이사하셨지만 부모님이 애착을 가졌던 곳이기도 하구요.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차에 문득 떠오른 게 갤러리였죠. 최소한 개인전을 할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나올 것 같았거든요.”

광주시 동구 장동 전남여고 뒤편 골목길. 좁은 골목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면 주택 한 채가 등장한다. 사생활 공간이 아닌, 시민 누구에게나 공개된 주택이다. ‘예술공간 집’명패가 붙은 이곳은 큐레이터인 문희영 관장이 학창시절 10여년 간 살았던 옛집을 리모델링 해 2017년말 탄생시킨 갤러리다.

시원하게 트인 마당을 사이에 두고 왼쪽에는 화단이, 오른쪽에는 통유리로 환하게 뚫린 전시공간이 보인다. 25평의 작은 공간이지만 개인전을 열기에 나무랄 데 없다. 서까래와 나무기둥, 창틀 등 한옥의 뼈대는 대부분 그대로 살려두고 벽만 화이트로 바꿨다. 기존 마루와 거실 경계에는 가벽을 설치해 포인트 전시 공간을 확보하기도 했다.

한옥형 갤러리로 탄생한 이곳에서는 매년 13~15차례 전시가 열린다. 대학에서 서양화 전공 후 10년간 광주 신세계갤러리에서 큐레이터로 활동했던 경험을 살려 전시를 기획한다. 기획전은 1년에 2~3차례. 전시 기준은 특별하게 정해두지는 않았다. 청년 작가나, 원로 작가 등의 기준이 아닌 ‘좋은 작가의 좋은 작품’을 찾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다.

“‘예술공간 집’은 좋은 그림을 보여주는 곳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작은 갤러리들이 꾸준히 유지하는 곳이 그리 많지는 않지요. 자금상의 어려움도 있겠지만 누가 운영을 하느냐, 어떤 기획자가 있느냐에 따라서도 존폐가 달라지는 것 같아요. 차별성을 갖고, 소규모지만 기획의 힘이 느껴지는 전시, 주택 갤러리에서 보여줄 수 있는 작품들을 전시하고 싶습니다.”

골목에 숨은 주택 갤러리다보니 지나가다 우연히 들르는 이들은 극히 드물다. SNS 등을 통해 전시 소식을 듣고 오거나 작가의 지인들이 많이 찾는다. 창고로 이용하던 공간을 미니 카페로 활용하고 있어 인근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차 마시러 오면서 그림을 보고 가는 경우도 많다.



‘갤러리 혜윰’ 전경. 사진·공예 전문 갤러리로 운영된다.
◇사진·공예 전문 ‘갤러리 혜윰’

광주시 동구 장동로터리 인근 골목의 ‘갤러리 혜윰’. 프로골퍼 신지애 선수와 사진가로 활동하고 있는 신 선수의 아버지 신제섭 작가가 마련해 2018년 개관 당시부터 화제를 모았던 곳이다.

‘혜윰’은 ‘생각’이라는 뜻의 순우리말로, 관장인 신 선수가 직접 붙인 이름이다. 오래된 한옥을 리모델링한 ‘갤러리 혜윰’은 사진·공예 전문 갤러리로 운영된다. 전시 공간은 많지만 회화 작가들에 대한 지원에 비해 사진·공예 작가들에 대한 기회가 많지 않다고 생각한 신제섭 작가는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갤러리를 오픈했다.

대관전을 할 경우 회화 전시가 열리기도 하지만 사진과 공예 전문 갤러리로 운영하고자 하는 바람이 크다. 그래서인지 대관전보다는 초대·기획전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수익의 목적이 아닌 지역 문화예술과 사진예술의 발전을 위한 공간이기 때문에 간혹 작가들에게 전시를 열어 줄 수 있다고 먼저 연락을 하기도 한단다.

혜윰 갤러리는 둘러보는 재미가 있는 곳이다. 미술관처럼 큰 규모는 아니지만 1·2·3관으로 공간을 구분시켰다. 살던 구조 그대로 벽을 허물지 않아서인지 미로처럼 공간을 찾아다니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천정과 벽의 나무기둥은 공간에 따뜻함을 더해준다. 한옥 느낌을 그대로 살리면서 갤러리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고심한 흔적이 느껴진다.

출입문을 통과해 마당을 기준으로 왼편이 1관, 정면에 보이는 곳이 3관이다. 마루로 이용했던 복도형 공간이 2관이다. 1관부터 시작해 3관까지 흐르듯 이동하며 전시를 둘러볼 수도 있지만 일부러 공간을 불편하게 만든 덕에 관람을 하다가 헤매는 이들도 간혹 만날 수 있다. 오픈 행사를 할 때에는 2관의 폴딩 유리문을 완전 개방해서 야외와 실내가 한 공간의 느낌이 되기도 한다.

갤러리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 공간에 대한 관람객들의 반응도 좋다. 전시를 보기 위해 시간을 내어 찾아오는 관람객이 많고 기획전을 열면 타지역에서 일부러 찾아오기도 한다.



도심 속 내 집처럼 편안한 예술공간을 꿈꾸는 소암미술관
◇젊은 미술관 ‘소암 미술관’

광주시 남구 서동, 옛 KBC방송국 버스정류장 바로 옆에 자리한 2층 주택. 평범해 보이는 주택이지만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건 노란색 삐죽머리를 하고 담벼락에 걸터앉아 있는 남성 조각품 때문이다.

도심속 내 집처럼 편안한 예술공간을 꿈꾸는 ‘소암 미술관’. 공직자로 깊은 예술적 영혼을 겸비했던 서예가 소암 김영춘 선생의 뜻을 기리기 위해 가족들이 소암이 거주했던 주택을 리모델링해 전시공간으로 개방하고 있다. 2017년 5월 소암 갤러리로 오픈했다가 지금은 광주시 지정 1종 미술관으로 등록돼 있다.

2층 양옥집을 개조한 1층은 현대적인 느낌의 제1전시실로 꾸몄다. 딱딱한 화이트큐브에 전시돼 왔던 미술작품들이 아늑한 주택으로 옮겨와 일반 시민들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온 모습이다. 야외에는 여러개의 조각작품이 설치돼 언제라도 감상할 수 있도록 했고 실내외 곳곳에 쉴 공간을 마련해 집처럼 편안한 분위기에서 예술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예술에 대한 거리감을 느낄 수 없도록 한 미술관의 마음이 느껴지는 듯 하다. 마당 한쪽에 유리온실처럼 꾸며진 휴식공간에 앉아 차 한 잔 하고 싶은 유혹이 생긴다. 포토존으로 활용해도 좋을 것 같다. 바로 옆으로 작은 계단이 보인다. 계단을 따라 제2 전시실은 옆집으로 이어진다. 오래된 한옥을 추가로 구입해 서까래와 기와지붕을 그대로 살려 한옥형 전시관으로 운영중이다.

소암미술관은 지역 청년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젊은 미술관을 추구한다. 청년작가전과 영아티스트 지원프로젝트 등을 지속적으로 운영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사진=나명주 기자 mjna@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