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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없이 여전히 뻔뻔…광주의 고통 비해 형량 부족”
전두환 유죄 선고…오월단체·시민단체·지역민 반응
헬기 사격 인정 의미 있지만 법정 구속 안돼 아쉬워
역사왜곡 유죄 사필귀정…5·18 진상규명 속도 내야
전두환 구속 촉구 퍼포먼스
2020년 11월 30일(월) 22:30
30일 오후 전두환(89)씨 재판을 앞두고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5월 단체와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전씨의 구속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법원의 전두환(89)씨 선고 재판을 지켜본 5·18 단체와 지역시민단체, 정치권 등은 환영과 아쉬움을 동시에 드러냈다.

우선, 재판부가 전씨의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점,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상공에서 계엄군의 헬기사격이 있었다고 판단한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드러냈지만 형량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이날 오후 진행된 전씨의 재판을 지켜본 뒤 고(故) 조비오 신부의 조카인 조영대 신부는 기자회견에서 “법원이 5·18민주화운동의 주범인 전두환에 대해 유죄판결을 했다는 점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이 것이야말로 사필귀정”이라며 “전씨가 유죄임을 밝히는 재판부의 판결 내용 하나 하나가 너무나 정확했고 그것은 우리가 모두 받아들일 만했다”고 말했다.

이철우 5·18기념재단 이사장도 “재판부에서 고심을 많이 했다고 하는 것이 판결문을 통해 드러났다. 전씨 측이 헬기사격이 없었다고 한 것이 왜곡이고 거짓이었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것을 통해 전씨에 대해 실형을 판결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재만 참여자치21 공동대표는 “법원이 쟁점이 됐던 5·18 당시 헬기 기총소사에 대해서 인정한 부분 등 이번 재판은 상당히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판결이 발포 명령자에 대한 색출 등 가려지지않은 5·18에 대한 정확한 진상규명을 하는 데 단초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헬기 사격 여부가 인정된 만큼 향후 5·18 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활동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5·18진상규명위원회는 지난 12월 출범한 뒤 재판 결과를 지켜보면서 구체적 활동 계획을 마련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에게 선고된 형량에 대한 아쉬운 반응도 적지 않았다. 현행법상 사자명예훼손죄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전씨의 행태를 보면 10년의 실형도 부족하지 않다는 게 5월 유가족들의 항변이다.

30일 오후 광주 동구 지산동 광주지방법원에서 '전두환 회고록' 형사재판 1심 판결을 지켜본 5·18 민주화운동 유가족이 기대했던 법정구속 판결이 나오지 않자 오열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전두환 전 대통령의 법정 구속을 요구하던 5·18 희생자 유가족과 시민들은 재판부의 집행유예 판결에 다소 격양된 반응을 보였다.

5·18 당시 자녀나 남편을 잃은 ‘오월 어머니’들은 재판을 마친 전씨의 이동을 막기 위해 법원 후문 인근 4차선 도로를 점거하는가 하면, 선고형량(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들은 뒤 “원통하다”며 울부짖었다.

이들은 “아들을 잃은, 남편을 잃은 엄마의 마음은 어디서 보상을 받아야 하느냐”며 “법도 사법부도 우리에겐 없는 셈이다. 무엇을 믿고 살아가야 하느냐”며 주저앉아 땅을 내리쳤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1심 결심공판을 받은 30일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5.18부상자회 소속 회원들이 전 전 대통령 일행 차량에 계란을 던지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전씨가 반성하거나 뉘우침이 전혀 없는 점을 고려하면 관대하게 판결해줄 필요가 없었다”는 시민들 반응도 많았다.

이 때문에 지난 10월 발의한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개정 법안은 하위사실을 유포, 5·18 민주화운동을 부인·비방·왜곡·날조한 사람에 대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 신부의 법률대리인인 김정호 변호사는 “재판부가 양형에 있어서 역사를 왜곡한 혐의로 각각 징역 2년과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던 지만원과 조현오 전 경찰청장 사건에 견줘 이 사안을 가볍게 본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비오 신부도 “쉬운 것은 역사적인 무게와 광주시민들이 받았던 모독으로 놓고 본다면 너무 아쉬운 형량”이라며 “5·18의 주범인 전두환이 사죄와 회개는커녕 오히려 파렴치한 거짓말을 늘어놓고 우리 국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점을 높고 보면 전씨에게 주어진 형량이 지만원, 조형오 수준에 그친 재판부의 판단이 아쉽다”고 말했다.

문흥식 5·18구속부상자회장은 “재판부가 전씨에게 반성을 주문했으나 오늘 이후 전두환이 반성을 하거나 역사적 사실을 인정할 거라 기대하지 않는다”며 “전씨가 법정 구속되지 않은 것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정치권도 실형이 선고되지 않은 데 대한 아쉬움과 헬기 사격의 인정 여부에 대한 논평을 내고 진상 규명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은 이날 “반성과 사죄없는 전두환, 중죄로 다스려야 한다”고 밝혔고 민주당 이형석 의원은 “이번 판결은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는 5·18 진실의 완벽하고도 조속한 규명이 절실하다는 점을 일깨워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