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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소리’로 11년 전 ‘워낭소리’ 감동 잇습니다
[국가 무형문화재 진도 ‘다시래기’ 소재로 영화 만든 이충렬 감독]
사기 피해·뇌종양 투병 등 역경 극복하고 첫 극영화 완성
광대 아버지-무명가수 딸 갈등·화해 그려…부산국제영화제 초청
2020년 10월 28일(수) 07:00
2009년 다큐멘터리 ‘워낭소리’로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이충렬 감독이 진도 민속놀이 ‘다시래기’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매미소리’로 돌아왔다.

11년만의 희소식, 이 감독은 “제목이 ‘매미소리’라 그런지, 매미가 오랜 시간 땅 속에서 기다리듯 준비하는 시간도 길어졌다”며 웃었다.

‘매미소리’는 가족 간 갈등과 화해의 이야기를 그리는 극영화다. 주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왔던 이 감독에게는 새로운 도전이다.

줄거리는 다시래기의 최고봉이 되겠다는 야망에 사로잡힌 광대 아버지 덕배(이양희 분)와 그런 아버지로 인해 어린 시절 상처와 트라우마를 가진 무명 가수 딸 수남(주보비 분)이 20여년만에 진도에서 만나 지난 상처와 갈등을 이해하고 화해하는 과정을 담았다.

“부모 자식간에도 오해가 있고, 그 상처가 커져서 서로 원망하고, 탓을 하며 의절하기도 합니다. 이혼율이 증가하고 가족이 해체되는 등 갈등이 심해져가는 지금,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하고 싶었어요.”

국가무형문화재 제81호인 진도 다시래기는 씻김굿 이후, 출상 전날 밤에 유족의 슬픔을 달래고 망자의 극락왕생을 축원하고자 진행하는 상여놀이다. 이 감독은 영화 제작 전, 우리나라 곳곳을 누비며 각종 무형문화재를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다시래기를 알게 됐다고 한다.

“다시래기는 그 자체로 죽음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지요. 수남도 어릴 적 트라우마로 자살 중독에 걸리는데, 아버지처럼 늘 죽음을 앞에 두고 사는 거에요. 각기 다른 듯 같은 죽음을 마주하고 있는 이들 이야기에 다시래기가 가장 적절한 소재였어요. 또 헌 생명 보내고 새 생명 맞이한다는 의미도 ‘갈등과 화해’의 상징과 부합했지요.”

‘매미소리’는 덕배와 수남이 만나는 배경인 ‘여름’을 상징하기도 하고, 광대나 가수를 뜻하는 ‘매미’가 내는 소리이기도 하다. ‘워낭소리’를 ‘추억을 불러오는 소리’라는 의미로 썼다는 이 감독은 ‘매미소리’ 또한 어릴 적 트라우마와 고통을 불러오는 소리를 뜻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감독은 ‘워낭소리’가 ‘대박’을 쳤던 2009년부터 이미 ‘매미소리’를 구상하고 있었다. 2010년부터 투자를 받아 제작에 돌입했지만, 이듬해 뇌종양 판정을 받고 사기를 당하는 등 악재가 겹치면서 제작을 미뤄야만 했다.

그는 “10년 동안 집 밖에 못 나갔다. 사람도 못 만나고. 따로 일자리도 구하지 못했다”며 “특히 사람에게 받은 상처가 커서, 지금까지도 우울증, 공황장애 등으로 약을 먹고 있다”고 돌아봤다.

인고의 시간을 보냈던 이 감독은 지난해부터 영화 제작에 속도를 올렸다. “한번 시작한 일은 끝을 봐야 한다”는 각오였다. 10년 전 영화 제작이 무산되면서 피해를 입었던 당시 제작진에 대한 미안함도 마음의 짐이었다.

이 감독은 전남도청과 진도군의 협력을 받아 지난해 9월부터 촬영에 돌입, 10년만에 숙원을 매듭지을 수 있었다. 진도 출신 가수 송가인도 특별 출연해 힘을 보탰다.

매미소리는 최근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받았다. 영화는 빠르면 올 하반기, 늦어도 내년 상반기 극장에 걸릴 예정이다.

“눈으로 즐기는 영화가 아니라 머리로 사색하고, 가슴으로 즐기는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매미소리 이후에도 한국적인 소재, 정서를 바탕으로 더 많은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게 꿈이에요.”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