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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은하 기원 연구 세계 최대 규모 시뮬레이션
KISTI, 슈퍼컴퓨터 활용 우주 진화 연구 ‘HR5’ 유체 역학 실험
기존보다 10배 큰 가상 공간 창출…우주팽창 현상 설명 단서
2020년 10월 21일(수) 00:00
KISTI 우주 유체역학 시뮬레이션 ‘HR5’에 활용된 슈퍼컴퓨터 누리온. 시뮬레이션에는 총 8305개 계산용 컴퓨터(계산노드) 중 2500여개가 사용됐다.
세계 최대 규모의 우주론적 유체역학 시뮬레이션이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졌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원장 최희윤)이 최근 고등과학원, 한국천문연구원과 함께 수행한 ‘Horizon Run 5’(HR5)이 바로 그것이다.

이번 연구는 우주 형성 원리와 은하의 기원을 연구하는 시뮬레이션 실험이다. KISTI가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진행한 다섯 번째 우주 진화 연구라는 뜻에서 HR5라는 이름이 붙었다.

유체역학 시뮬레이션은 유체, 기체 등의 움직임·상호작용을 수치로 옮기는 방법이다. 일상에서는 일기예보 등을 위해 공기 흐름을 분석할 때 등에 활용된다.

이번 연구에서는 일기예보와는 차원이 다르게 많은 연산이 필요했다. 빛과 상호작용하지 않아 관측이 불가능한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 정체를 밝히기 위한 실험이었기 때문이다.

암흑물질·에너지는 우주의 팽창현상을 설명하는 단서다. 학계에 따르면 우리 눈에 보이는 우주는 4%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암흑물질(27%)과 암흑에너지(69%)로 구성돼 있다. 가상 우주 공간을 만들어 이론상으로만 존재했던 암흑 물질·에너지를 분석하는 게 이번 연구의 골자다.

이번 연구에서는 KISTI가 지난 2018년 도입한 슈퍼컴퓨터 ‘누리온’이 활약했다. 연산 속도가 25.7페타플롭스(1초 당 2경 5700조번의 연산 가능)에 달하는 누리온은 올해 기준 세계 슈퍼컴퓨터 17위에 달하는 성능을 갖고 있다.

HR5의 한 원시 은하단 내 은하 분포
연구팀은 누리온의 계산용 컴퓨터 2500여대를 활용해 3개월간 계산을 수행, 한 변이 1049Mpc(메가파섹·34억여 광년)에 달하는 가상 우주 공간을 만들었다. 지난 연구까지는 한 변이 100Mpc(3억2600만여 광년)이었으므로, 기존 시뮬레이션보다 10배 이상 큰 가상 우주 공간을 만들어낸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시뮬레이션 규모를 크게 확장시켰고, ‘표준우주모형’(람다-시디엠 모형)에 입각한 은하의 형성과 진화를 사실적으로 재현했다고 한다.

표준우주모형은 진공에서의 에너지 밀도를 나타내는 ‘우주 상수’와 ‘차가운 암흑 물질’(CDM)을 포함한 우주 모형이다. 이 모형은 오늘날 관측되는 거의 모든 우주 데이터와 일치해 ‘표준’으로 자리잡혔다. 즉 이번 연구는 우주와 가장 유사한 상황에서 진행됐다고 볼 수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로 빛과 물질이 분리되며 형성된 물질 요동의 흔적(BAO)을 세계 최초로 구현해냈다. BAO는 ‘바리온 물질 요동의 흔적’을 말하며, 우주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공간이 팽창함에 따라 요동쳤던 바리온(중입자·쿼크 입자 3개로 구성된 입자)이 화석처럼 남아 있는 흔적을 가리킨다.

연구팀은 이번 가상 우주 공간에서 기존보다 10여배 더 많은 100여개의 은하단을 찾았다. 이로써 은하단이 형성되는 과정과 이에 소속된 은하의 진화 과정을 살펴볼 수 있게 됐다. 또 초거대 블랙홀의 성장 과정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이론적 토대를 만들었다.

KISTI 슈퍼컴퓨팅응용센터 권오경 책임연구원은 “이번 거대규모 시뮬레이션을 통해 기존에 수행할 수 없었던 어려운 문제를 풀 수 있었다. 다른 종류의 연구에도 확장하여 혁신적인 연구에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