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산업은 ‘융복합 학문’…경계 허무는 생태계 조성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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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산업은 ‘융복합 학문’…경계 허무는 생태계 조성 필요”
광주·전남 우주산업 이끄는 조선대 박설현·이현재 교수
누리호 5차 ‘CPSat’·6차 ‘GAIMSat-1’ 탑재 준비에 분주
AI데이터센터 우주 활용 시험대…정밀 추력기 개발 등 총력
2025년 12월 04일(목) 20:30
박설현 교수
“우주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광주·전남이 우주 산업의 중심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산업 간 경계를 허무는 생태계 조성이 필수적입니다.”

누리호 4차 발사 성공의 열기가 식지 않은 가운데, 박설현 조선대 우주기술연구소장과 이현재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누리호 차기 발사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비장한 각오를 내비쳤다.

이들은 4일 광주일보와 인터뷰에서 “광주·전남의 우주 기술 역량이 국가 우주 계획의 중심에 서게 된 현 상황은 ‘골든타임’”이라고 정의하며, 이를 지역 산업 전체의 발전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조선대 우주기술연구소는 누리호 4차 발사 성공 이후 이어질 5차와 6차 발사 계획에서 탑재체로 선정되는 쾌거를 거뒀다. 이는 지역 대학 연구소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위성 기술이 국가 우주 발사체의 엄격한 기준을 통과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 소장이 현재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5차 위성인 ‘CPSat(Cosmic Pulsating nano-Satellite)’이다. 너비 30㎝, 높이 10㎝, 무게 4㎏의 초소형 위성이지만, 그 기술적 시도는 혁신적이다.

CPSat는 겉면에 부착된 고출력 LED 모듈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알리고, 레이저를 이용해 지상과 데이터를 주고받는다. 이미 우주에서는 상업용 주파수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에서 우주 광통신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것이다.

박 소장은 이 과정을 단순한 연구에 그치지 않고 국립광주과학관과 협력해 지역 어린이들이 위성의 LED를 직접 제어해보는 체험형 프로그램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미래 세대에게 ‘광주의 위성’을 직접 보여주겠다는 의지다.

박 소장은 누리호 탑재 확정이라는 성과 뒤에 가려진 열악한 현실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핵심은 ‘검증 인프라’의 부재다.

박 소장은 “우주 산업은 ‘다학제 산업’이자 한 번의 실패도 용납하지 않는 매우 보수적인 시장”이라며 “누리호 5·6차 발사에 실릴 위성을 개발하면서도 정작 지역 내에 진동, 방사선, 고열 등 극한의 우주 환경을 견딜 수 있는지 테스트할 장비가 없어 부품을 들고 대전 등 타지역을 오가야 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누리호 탑재를 계기로 광주에 우주 부품 신뢰성 평가 센터 같은 인프라가 구축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며 “검증된 국산 부품, 특히 지역 기업이 만든 부품을 우리 위성에 싣고, 이것이 검증되면 다시 수출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이현재 교수
누리호 6차 발사 부탑재위성인 ‘GAIMSat-1’개발 총괄을 맡은 이현재 교수도 “우주를 AI 데이터센터로 활용할 수 있을지 가늠하는 실험대”라고 소개했다.

6차 발사 위성 명칭인 ‘GAIMSat-1(Gwangju AI Mobility Satellite)’은 너비 30㎝, 높이 10㎝, 무게 6㎏인 이 위성은 지상에서 데이터를 받아 처리하는 방식이 아니라, 위성 자체에서 AI 알고리즘을 구동해 데이터를 취득하고 분석하는 ‘엣지 컴퓨팅’을 목표로 한다.

이 교수는 “지상의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 소모와 열 배출이 문제지만, 우주는 태양 반대편에 있을 때의 극저온 환경을 이용해 자연 냉각이 가능하다”며 우주 데이터센터의 효용성을 설명했다.

기존 위성 통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점이 주목된다. 이 교수는 “기존에는 위성 사진을 내려받는 데 하루 4번 정도의 통신 기회밖에 없어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GAIMSat-1은 위성 자체에서 AI를 돌려 구름의 양이나 자동차, 드론 개수 등 꼭 필요한 정보만 분석해 전송함으로써 통신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초기 설계를 마치고 상세 설계 단계에 돌입한 연구팀은 ‘추력기’ 개발이라는 고난도 과제에 직면해 있다. 원하는 물체를 정확히 촬영하고 분석하려면 위성의 궤도와 자세를 정밀하게 제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국내에서 자체 추력기를 적용해 궤도 변경을 시도한 위성 사례가 드물다”며 “자체적으로 AI를 구동할 하드웨어 보드 개발과 정밀 추력기 기술 확보에 연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교수는 입을 모아 “광주의 AI·모빌리티 인프라와 우주 기술의 결합은 필연적”이라며 “이번 누리호 프로젝트가 광주시와 전남도가 우주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도약하는 기폭제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광주의 주력인 AI 산업과 조선대의 우주 기술이 결합해 시너지를 내고 있다”며 “누리호 5차, 6차 발사라는 국가적 이벤트에 광주의 이름이 새겨지는 만큼, 지자체와 지역 사회가 ‘열린 마인드’로 우주 생태계 조성에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글·사진=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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