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왜 빨강에 열광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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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왜 빨강에 열광하는가
빨강의 역사
미셸 파스투로 지음·고선일 번역
2020년 09월 11일(금) 14:00
당신은 ‘빨강’ 하면 어떤 이미지가 그려지는가.

중세 문장학의 대가이자 색채학 전문가로 꼽히는 미셸 파스투로는 지난 2000년 발간한 ‘파랑의 역사’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고 이후 검정, 초록, 노랑의 역사 등을 연이어 발간했다.

이번에 번역 출간된 ‘빨강의 역사-인류는 왜 빨강에 열광하는가’는 고대 벽화부터 레드 카펫까지 인류와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한 ‘빨강’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룬 책이다. 저자는 색의 역사를 다양한 역사적 사실과 풍부한 인문 사회학적 지식을 곁들여 흥미롭게 소개한다.

저자는 이 책이 “일상 속, 사회적 관행, 기술적 응용, 종교적 윤리, 예술적 창조 등을 통해 나타나는 어휘에서 상징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빨강이라는 색을 연구한 역사서”라고 말한다.

책은 모두 4장으로 구성돼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구분했는데 ‘원초의 색’, ‘선호하는 색’, ‘수상한 색’, ‘위험한 색’이라는 각각의 카테고리가 ‘빨강’이 갖고 있는 상징적 의미를 잘 보여준다.

저자에 따르면 빨강은 색의 원형으로 인간이 처음으로 제어하고 만들었으며 재생한 색이다.

고대사회에서는 가장 원초적이고, 우월한 색이었다. 주거 공간은 물론이고 가구류, 의복, 장신구, 보석 등에 많이 사용됐으며 각종 공연이나 제의에서 권력과 신성함과도 연계돼 풍요로운 상징의 의미를 가졌다.

하지만 16세기에 들어서면서 사치 단속령과 종교 개혁에 의해 전파된 색에 대한 새로운 윤리에 따라 ‘지나치게 눈에 잘 띄고 값이 너무 비싸고 정숙하지 못하며 비도덕적이고 퇴폐적인 색’으로 낙인 찍혀 퇴조되고 만다.

‘색의 황금기’로 불리던 18세기 역시 빨강에게는 불행한 시기였다. 색소 물질에 관한 화학적 연구가 발전하면서 색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지만 계몽주의 시대였던 당시의 승자는 오래 전부터 빨강과 대립되는 색으로 여겨졌던 ‘파랑’이었다.

현대 시대의 빨강은 경고와 규정, 금기의 역할을 한다. 소방차, 소화기 등이 대표적이다. 언어에서도 ‘적색경보’, ‘레드 존’, ‘적자’ 등의 단어에서 경고의 이미지를 만난다. 빨강은 처벌을 표시하는 역할도 한다. 범죄자에게 빨간색 낙인을 찍거나 시험 답안지를 빨간색 펜으로 수정하는 게 대표적이다.

물론 빨강은 긍정적 의미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당기는 역할도 한다. 품질 보증 표시로 사용되는 ‘레드 라벨’이나 ‘세일 상품’을 알리는 빨간색 가격 표시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광고에서 소비자를 유혹하는 색으로 사랑받고 있으며 ‘레드 카펫’은 빨강의 권위를 보여주는 사례다.

고대 쇼베 동굴의 어린곰 벽화, 로트레크의 ‘물랭거리의 살롱’, 레닌과 공산당의 선전 포스터, 마크 로스코의 작품까지 ‘빨강’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도판과 자료 사진들이 책을 풍성하게 만든다.

<미술문화·1만8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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