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형 일자리, 광주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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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형 일자리, 광주의 미래
홍행기 편집부국장 겸 정치부장
2018년 11월 07일(수) 00:00
“우리 경제가 언제 안 어려운 적이 있었나?” 지난 수십 년간 정부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소외되며 힘들게 살아 온 호남 지역민들이 어려운 지역 경제 상황을 이야기할 때마다 자조하듯 내뱉어 온 말이다. 하지만 살기 어려운 것이 우리 호남만은 아니었나 보다. 최근 우리나라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같은 이야기를 했으니 말이다. 그는 지난달 30일 서울서 열린 ‘2018년 상생과 통일포럼’ 기조연설에서 “한국 경제가 언제 안 어려운 적 있었나”라고 했다. ‘한국’이라는 단어만 빼면 우리에게 익숙한 ‘언제 안 어려운 적이 있었나’라는 말이 국가 경제 총수의 입에서도 나온 것이다.

그의 말대로 우리나라 경제가 그렇게 어렵다면, 상대적으로 낙후한 우리 호남 경제는 그냥 어려운 것이 아니라 더욱 어려워서,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지역 경제를 떠받치고 있던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과 중국 기업에 매각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활력을 잃어버렸다. 지난달 공장 가동률이 67%에 그친 것은 물론 공장 휴무까지 이어지고 있다. ‘자동차 공장이 있다’는 것만으로 타 지역의 부러움을 사 온 기아자동차 광주 공장도 올 매출이 전년보다 14% 이상 줄었다.

제조업 체감 경기는 지난해 5월 이후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고, 수출도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실업률은 두말할 것 없이 역대 최악이다. 문제는, 지금도 어렵지만 앞으로의 희망도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역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지역경제전망(BSI: Business Survey Index)에서는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짙은 먹구름 속에서도 한 가닥 희망을 걸게 하는 일이 최근 광주에서 진행 중인데 바로 ‘광주형 일자리’다. 현대차의 경영난 그리고 현대차 노조와 민주노총의 반대가 막판 걸림돌이긴 하지만, 광주시와 한국노총이 ‘임금을 적게 주는 대신 충분한 복지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부족한 일자리를 나누는’ 광주형 일자리 도입에 원칙적인 합의가 이뤄졌다.

광주·전남 지역 청년들이 일자리 절벽에 신음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광주형 일자리 성사는 청년들에게 그야말로 단비 같은 소식에 틀림이 없다. 온갖 난관을 넘어 광주형 일자리가 성사되고, 빛그린산단에 1000㏄ 미만 경형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을 연간 10만 대 생산할 수 있는 ‘현대차 합작 완성차 공장’이 들어서면 연봉 3500만 원 수준의 일자리 1만여 개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사업비 7000억 원이 투입되는 공장 설립 과정에서부터 지역에 일자리가 공급되면 그동안 말라붙었던 지역 경제의 혈관에 피(돈)가 흐르고 광주·전남 지역 가계에서도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현대차의 경영난과 노조 및 민주노총의 반발은 반드시 넘어서야 할 산이다. 특히 민주노총은 최근 각 언론에 보도 협조 요청서를 보내 “한국노총 광주본부가 광주 노동계 전체를 대변하는 것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다”며 광주형 일자리 보도 시 ‘노동계’라는 표현을 중단해 줄 것을 요청하는 등 반대 목소리를 본격적으로 내기 시작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 역시 ‘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강행할 경우 총파업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일찌감치 천명해 놓은 상태다.

그럼에도 지역과 지역 청년들을 위해서 ‘광주형 일자리’는 반드시 성사되어야 하는 절대 과제다. 그런 점에서 민주노총과 현대차 노조의 반발을 일방적으로 무시해서도 안 되겠다. 민주노총 및 현대차 노조와 함께하지 않으면 광주형 일자리의 성사를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무리 힘들더라도, 몇 번이고 다시 만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할 것이다.

김동연 부총리는 당시 포럼에서 “한국경제가 안 어려운 적이 없었지만, 그때그때 극복하고 만든 것이 한국 경제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정책적으로 고려할 점들, 수정 보완할 점들, 미흡한 점들이 있겠지만 극복 과정이라며 “타협과 조정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광주형 일자리가 9부 능선을 넘은 지금, 우리 광주에 꼭 필요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redplane@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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