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병제 도입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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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병제 도입은 어떤가
[최재호 편집부국장·경제부장]
2018년 09월 05일(수) 00:00
2018년 인도네시아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대한민국 축구 팀이 천신만고 끝에 금메달을 따냈다. 이번에 한국 축구의 우승에 관심이 쏠린 이유는 결승에서 일본과 맞붙게 된 극적 재미도 있었지만, 세계적 스타로 발돋움한 손흥민 선수의 병역 면제 여부가 달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년 27세가 되는 손흥민의 병역 면제는 이번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이 마지막 기회였다.

다행히 손흥민은 금메달을 목에 걸며 병역의 부담에서 벗어나 유럽 무대에서 경력을 이어 갈 수 있게 됐다. 그의 금메달 소식은 영국 공영 방송 BBC를 비롯해 이탈리아·독일·미국 등의 외신들이 신속하게 타전할 정도로 세계적인 관심사였다. 이번 아시안 게임 금메달로 인해 손흥민 선수뿐만 아니라 한국 축구 20명 전원이 병역 면제의 특혜를 누리게 됐다. 논란의 중심에 섰던 야구 대표 팀도 금메달을 획득해 해당 선수들은 병역 면제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병역특례’는 대한민국의 국제적 지위가 낮았던 지난 1973년 도입됐다. 이 제도는 선수들에게 강한 동기를 부여했고, 국위 선양에도 상당 부분 기여했다. 예술인과 체육인을 대상으로 올림픽 동메달 이상, 아시안게임은 금메달을 획득해야 병역 면제를 받을 수 있다. 예술인의 경우 국제 예술 경연대회 2회 이상, 국내 예술 경연 1위 입상자, 중요 무형문화재 전수 교육 5년 이상 이수자를 대상으로 한다.

아시안게임이 끝나고 병역 특례에 대한 형평성과 공정성 논란이 다시 불거지자 대한체육회장은 각종 대회에 성적 누적식 마일리지 제도 도입을 고려하겠다고 했다. 국방부도 의견 수렴을 통해 개편을 예고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운동선수 병역 특례 범위 확대에 대해 찬성 47.6%, 반대 43.9%로 반대 의견도 만만찮았다. 병역 특례법이 도입된 이후 45년 동안 계속돼 오고 있는 소모적 논란에 대한 근본적 해결 방법은 없는 것일까. 필자는 조심스럽게 지난해 ‘장미 대선’ 때 뜨거운 이슈가 됐던 ‘모병제’를 다시 떠올려 본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각 정당의 대선 주자들이 내놓은 공약 중 ‘군 복무’ 관련은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현 징병제를 모병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한 후보의 주장으로 인해 누리꾼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이뤄진 것이다. 모병제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일자리 창출을 강조했다. 현 최저임금의 15% 금액에 불과한 사병들의 월급을 인상해 취업난과 군사 안보 유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한다는 것이었다. 오는 2023년 도래하는 인구 절벽으로 생기는 부족분 5만 명부터 모병제로 전환한 뒤 이후 남북 관계를 지켜보며 점차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징병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측은 세계적 군사 긴장 속에서 징병제를 재도입하는 국가가 많은 상황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이자 휴전국인 한국이 모병제를 도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주장이었다. 갤럽 여론 조사에서도 현행 징병제 유지가 45%, 모병제 도입이 35%로 현행 징병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쪽으로 여론이 기울었지만 모병제 도입에 대한 주장도 만만치 않았다.

현재 한반도 정세는 급변에 급변을 거듭하고 있다. 만약 북한과의 종전 선언이 이뤄지는 등 한반도 평화가 정착된다면 모병제의 가장 큰 걸림돌이 사라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대한민국이 당면해 있는 가장 큰 이슈인 젊은이들의 일자리 창출과 인구 절벽에 따른 병력 유지 문제 역시 모병제가 그 해답이 될 수 있다.

모병제는 선진국에서 많이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일본의 자위대도 그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한 직업이다. 유럽은 거의 예외 없이 모병제를 채택하고 있다. 모병제는 군대를 양질의 직장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경찰관이나 소방대원과 마찬가지로 군인도 지원자로 선발한다.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전환한 후에도 미국 군대는 세계 최강이다. 일상의 자율도 최대한 존중된다.

우리나라에서 병역 의무만큼 민감한 문제가 있을까. 신성한 국방 의무, 북한의 위협 등 요란한 구호에 매몰돼 시대의 변화와 세상의 흐름을 애써 외면해서는 안 된다. 모병제로 전환되면 수십만 개의 일자리가 생기고, 전문화를 통한 정예 강군으로 거듭날 수 있다. 국군의 소수 정예화는 선택이 아니고 필수 사항이다. 이를 위해 국방과 군에 대해 새로운 시각이 요구된다. 국방은 최첨단 산업이다. 오늘의 새로운 무기 체계는 내일의 새로운 산업이 되고 새로운 세상을 창조한다.

또한 모병제는 병역 특례와 같은 병역과 관련된 각종 소모적 논쟁을 종식시킬 수 있다. 더 강한 군대를 위해 느슨하고 비전문적인 다수를 버리고 단단하고 전문적인 소수로 가면 어떨까. 군이라는 직업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고, 그 직업을 통해 가족을 부양해 미래를 구상하는 그야말로 직업 군인들로 군을 채우면 어떨까.

적어도 우리 청년들의 의식 속에는 이미 징병제가 아닌 모병제가 이상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이 엄연한 현실을 외면하고 마냥 짓누를게 아니라 지혜로운 결정과 합의를 도출해 내야 할 때다.

/lion@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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