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의 전략적 선택, 이번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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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의 전략적 선택, 이번에는?
장 필 수
사회부장
2016년 04월 06일(수) 00:00
20대 국회의원을 뽑는 4·13 총선거가 불과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총선은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제2 야당으로 등장하면서 야당의 전통적 텃밭인 호남에서 12년 만에 두 개의 정당이 유권자 표심을 얻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2004년 17대 총선 때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바람으로 인물보다는 정당 투표가 이뤄졌다면 이번에는 더불어민주당(더민주)과 국민의당의 ‘2野 경쟁’ 구도가 되면서 야권 재편 바람과 함께 인물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다 보니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하고 선거구별 흥행 요소도 다양하다. 광주·전남 18개 선거구 가운데 현역 의원이 불출마하거나 경선 탈락한 5개 선거구는 두 야당 후보들 간 비슷한 경력이 흥행을 자극하고 있다.

광주 북구을에선 김대중대통령과 노무현대통령 당시 비서관 출신의 대결이 관심을 끌고 있고 서구갑에선 동향 출신 집안 후보 간 경쟁이 눈을 사로잡는다. 영암·무안·신안에선 3선 도지사와 3선 군수 출신이 자존심 건 한 판을 벌이고 있고 신·구 변호사가 맞붙은 광주 북구갑에선 한 후보가 삼보일배와 문재인 전 대표의 대선 불출마를 요구하며 지지세 확산을 꾀하고 있다. 5선의 당 대표와 삼성전자 첫 여성 임원 출신의 ‘고졸신화’(광주 서구을)의 한판 승부, 전·현직 의원 간 대결(광주 광산을) 등 어디를 보더라도 볼거리가 많은 올 총선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호남 텃밭을 두고 벌이는 두 야당의 표심 얻기 경쟁은 전쟁을 방불케 하고 있다. 전체 지역구 253석 가운데 호남은 28석에 불과하지만 야권의 전통적 텃밭인 데다 호남 출향인들의 표심을 결정하는 바로미터라는 점 때문이다.

두 야당이 호남 유권자들을 향해 표를 달라며 내세우는 논리는 같다. 키워드로 얘기하면 ‘정권 교체’와 ‘전략적 선택’이다. 정권교체를 위해 전략적 선택을 해달라는 것이다. 다만 주장이 다를 뿐이다.

더민주는 60년간 야당을 이끌어 온 ‘야권 적통론’을 내걸고 야권이 분열되면 정권 창출이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패권주의 정당으로 전락하면서 수권 능력을 상실한 더민주로는 더 이상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양당 체제가 아닌 야권 재편을 통해 호남 민심이 주도하는 정권교체를 역설하고 있다.

두 야당의 표심 얻기 전략이 같은 만큼 결국 호남 유권자들의 전략적 선택이 어디로 향할 것인가가 이번 총선의 승패를 가름할 것이 자명하다. 호남의 전략적 선택이란 곧 ‘미래를 보고 투표를 하는 지역 유권자들의 투표 성향’을 말한다.

이는 2002년 3월 16일 광주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처음 등장했다. 민주당은 당원(50%)과 국민(50%)의 직접투표로 대선 후보를 뽑는 국민참여경선을 도입했는데 군소 후보에 지나지 않던 노무현 후보가 예상을 깨고 압도적 1위를 차지하면서 대선 후보가 됐다. 광주시민들은 지역갈등 해소를 몸으로 실천해 온 노무현을 택함으로써 지역주의 망령을 타파하고 정권 재창출을 이뤄냈다.

그렇다면 이번 총선에서 호남 유권자들의 전략적 선택 기준은 무엇이 될까. 역설적이게도 그것은 호남 유권자들이 절실히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

후보자들이 입만 열면 쏟아내는 거창한 호남정치 복원은 먼 곳에 있지 않다. 당장 내 가족의 일자리를 챙기고 폐업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들이 마음 편하게 장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나아가 호남선 KTX 2단계 조기 착공 등 지역 현안사업을 챙기고 실현 가능한 정책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지역민들이 느끼는 소외감의 근저에는 먹고 살기 힘들다는 경제적 낙후감, 변변한 대선 후보 하나 없고 변방으로 밀린 호남의 정치 상황 등이 깔려 있다. 따라서 소외로 인한 상실감을 어떻게 달래느냐가 중요하다. 이번 총선은 결국 이런 상황을 종합해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야당에 표를 던지지 않을까. 호남 유권자의 전략적 선택이 어느 쪽으로 향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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