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예가 vs 명예의 전당
‘계산예가(桂山藝家)는 시간 속에서 만나는 어제와 오늘이고/공간 속에서 만나는 옛날과 오늘입니다/계산예가는 나를 찾는 여행의 시작입니다.’
대구근대골목투어(근대골목투어)의 제2코스에 자리하고 있는 계산예가의 홍보글이다. 근대골목투어는 대구 읍성 주변의 1000여 개 골목에 스며있는 1000여 개의 이야기를 5개의 코스로 엮어낸 도시재생 프로젝트로 매년 전국에서 수십만 명이 다녀간다.
‘계산동 예술인의 집’이라는 뜻의 계산예가는 이 같은 근대골목투어의 후광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곳이다. 5개의 코스 중 가장 인기가 많은 2코스(근대문화골목)의 중간지점인 시인 이상화 고택 옆에 자리한 덕분에 대부분의 관광객은 이곳에 들러 잠시 휴식을 취한다.
그렇다고 쉼터라고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계산예가는 지난 2012년 골목투어를 활성화하고 계산동 일대에서 활동했던 작가들의 예술혼을 기리기 위해 문을 연 근대문화체험관이기도 하다. 313.9㎡ 부지에 깔끔한 한옥 형태로 지어진 이곳에서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이상화, 소설 ‘빈처’의 현진건, 가곡 ‘동무생각’의 박태준, ‘나물 캐는 처녀’의 현제명, 서양화가 이인성 등 근대 예술인들의 사진과 자료, 영상물을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 계산예가의 강점은 짜임새 있는 콘텐츠다. 계산동 예술인들과 작품들에 대한 정보를 그래픽 패널과 터치 키오스크(kiosk·무인정보단말기)로 활용해 생생한 체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손가락을 특정 예술인이나 작품에 살짝 대기만 하면 온갖 정보가 톡톡 튀어나오고 근대문화인물의 작품을 게임으로 풀어볼 수 도 있다.
최근 광주문화재단이 광주 출신 예술인들을 관광패키지상품으로 활용하기 위해 ‘광주문화예술인 명예의 전당’(이하 명예의 전당)을 추진중이다. 문화재단에 따르면 국립 아시아 문화전당 개관(9월 예정)에 맞춰 빛고을 문화관 1층(광주시 남구 구동)에 양림동 출신 다형 김현승과 광산구 출신 국창 임방울 등 예술인들에 대한 아카이브관과 문화예술의 후원자들을 기리는 기부관 등을 조성할 예정이다.
하지만, 명예의 전당은 지역 예술인들을 관광브랜드화하는 아트 투어리즘(art tourism)이라는 긍정적인 평가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명예의 전당이라는 거창한 타이틀과 달리 협소한 공간과 명예의 전당에 입성시키는 예술인 선정기준, 기존의 예술인 기념관과의 차별성, 콘텐츠 구성 등 풀어야 할 과제들이 수두룩하다. 특히 영감(靈感)의 창고인 창작의 산실을 배제시킨 채 예술인들의 일대기를 마치 백화점 상품처럼 한자리에 ‘진열’하는 것은 작가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그런 점에서 대구의 계산예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계산예가가 관광명소가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근대골목투어와의 시너지와 계산동이라는 장소성이다. 유명 예술인들의 기념관에 가면 작가의 발자취와 작품의 현장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명예의 전당이 ‘이름값’을 하게 하려면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편집부국장·문화선임기자〉
대구근대골목투어(근대골목투어)의 제2코스에 자리하고 있는 계산예가의 홍보글이다. 근대골목투어는 대구 읍성 주변의 1000여 개 골목에 스며있는 1000여 개의 이야기를 5개의 코스로 엮어낸 도시재생 프로젝트로 매년 전국에서 수십만 명이 다녀간다.
그렇다고 쉼터라고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계산예가는 지난 2012년 골목투어를 활성화하고 계산동 일대에서 활동했던 작가들의 예술혼을 기리기 위해 문을 연 근대문화체험관이기도 하다. 313.9㎡ 부지에 깔끔한 한옥 형태로 지어진 이곳에서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이상화, 소설 ‘빈처’의 현진건, 가곡 ‘동무생각’의 박태준, ‘나물 캐는 처녀’의 현제명, 서양화가 이인성 등 근대 예술인들의 사진과 자료, 영상물을 만날 수 있다.
최근 광주문화재단이 광주 출신 예술인들을 관광패키지상품으로 활용하기 위해 ‘광주문화예술인 명예의 전당’(이하 명예의 전당)을 추진중이다. 문화재단에 따르면 국립 아시아 문화전당 개관(9월 예정)에 맞춰 빛고을 문화관 1층(광주시 남구 구동)에 양림동 출신 다형 김현승과 광산구 출신 국창 임방울 등 예술인들에 대한 아카이브관과 문화예술의 후원자들을 기리는 기부관 등을 조성할 예정이다.
하지만, 명예의 전당은 지역 예술인들을 관광브랜드화하는 아트 투어리즘(art tourism)이라는 긍정적인 평가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명예의 전당이라는 거창한 타이틀과 달리 협소한 공간과 명예의 전당에 입성시키는 예술인 선정기준, 기존의 예술인 기념관과의 차별성, 콘텐츠 구성 등 풀어야 할 과제들이 수두룩하다. 특히 영감(靈感)의 창고인 창작의 산실을 배제시킨 채 예술인들의 일대기를 마치 백화점 상품처럼 한자리에 ‘진열’하는 것은 작가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그런 점에서 대구의 계산예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계산예가가 관광명소가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근대골목투어와의 시너지와 계산동이라는 장소성이다. 유명 예술인들의 기념관에 가면 작가의 발자취와 작품의 현장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명예의 전당이 ‘이름값’을 하게 하려면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편집부국장·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