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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재의 세상만사] 백락(伯樂)의 눈으로 천리마를
2014년 02월 07일(금) 00:00
엊그제 설을 쇤 데다 입춘도 지났으니 이제 비로소 갑오년 새해가 시작됐다 하겠다. 세월에 오고 감이 어디 있고 시작과 끝이 어디 있으랴. 다만 분별하기 좋아하는 우리 인간은 해마다 묵은해니 새해니 하며 법석을 떤다. 그래서 이 지역 영광 출신인 학명(鶴鳴) 선사(1867∼1929)는 일찍이 이렇게 노래했다.

“묵은해니 새해니 분별하지 말게/ 겨울 가고 봄이 오니 해 바뀐 듯하지만/ 보게나, 저 하늘이 달라졌는가/ 우리가 어리석어 꿈속에 사네.”

불가(佛家)에서는 그렇게 분별심을 없애라 하지만 중생들로서는 그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때로는 적당히 구분을 해야만 사물의 이치가 명쾌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매년 해가 바뀌면 그 해를 상징하는 열두 동물을 갖다 붙인 것도 인간의 쓸 데 없는 분별심 때문이었을까.

어찌 됐든 올해는 말의 해다. 그런 만큼 말(馬)로써 말(言) 많은 말(馬)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입춘이었던 그끄저께부터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됐다. 얼마 안 있으면 지방 선거가 치러지는 것이다. 그러니 우선 생각나는 말은 출마(出馬))와 낙마(落馬)다.

출마는 말 그대로 말을 타고 전쟁터로 나가는 것. 선거에 입후보하는 것이 살아 돌아올 보장이 없는 전쟁터로 나가는 장수의 심정과 비슷하겠기에 나온 말일 것이다. 오늘날의 선거판은 거의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그래서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저마다 비장한 각오로 출사표(出師表)를 던지고 선거라는 전쟁터로 뛰어든다. 하지만 최후의 승자(勝者)는 늘 한 사람뿐이다. 그러니 당연히 낙마하는 이도 생겨나게 된다.

선거에서 2등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우선 이기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거리라도 마다하지 않고 상대를 비방하는 말도 서슴지 않는 이유다. 그렇지 않아도 말 많은 세상에 말띠 해를 맞아 올해는 더욱 많은 말들이 넘쳐날 것이다.

우리는 그 넘쳐나는 말(言)과 말(馬) 속에서 ‘녹이상제’나 ‘천리마’ 같은 좋은 말을 골라야만 한다. ‘녹이’와 ‘상제’는 모두 중국 주(周)나라 목왕(穆王)이 타던 준마(駿馬)다. ‘녹이상제 살지게 먹여/ 시냇물에 씻겨 타고’ 장부(丈夫)의 위국충절을 세워보겠다던 최영(1316∼1388) 장군의 시조에 나오는 바로 그 천리마다.

하루에 천 리를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다는 천리마를 말하면서 백락(伯樂)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백락’은 중국 주(周)나라 때 말을 알아보는 안목이 뛰어났던 사람이다. ‘세상엔 백락이 있게 된 연후라야 천리마가 있다’고 했다.(世有伯樂 然後有千里馬) 천리마는 언제나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지만 천리마를 알아 볼 수 있는 백락은 언제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千里馬常有 而伯樂 不常有) 중국 당나라의 문인이자 사상가인 한유(韓愈)의 ‘마설’(馬說)에 나오는 이야기다.

그건 그렇고 이제 말에 관한 유머 하나를 보자. 말(馬)이 제일 싫어하는 놈이 있다는데 ‘말 꼬리 잡는 놈’ ‘말 허리 자르는 놈’ ‘말 뒤집는 놈’ 등이라고 한다. 한데 이 나라엔 대통령부터 시작해서 ‘말 뒤집기’를 ‘손바닥 뒤집기’처럼 쉽게 하는 정치인들이 많다. 화장실 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더라고 선거 전과 선거 후가 180도 달라진다.

그런 사람 가려내는 것이 선거 아니겠는가. 다가오는 선거에는 기존 정당의 헌 말(舊馬)도 나오고 안철수 신당의 새 말(新馬)도 나올 것이다. 선거판이 아주 재미있게 됐다. 과연 안풍(安風)은 어디까지 불어 닥칠까. 그리고 그 파급력은 어느 정도나 될까. 요즘 최대의 관심사다.

문제는 백락의 예리한 눈(目)이 있느냐는 것이다. 여기에서 백락은 공천권을 행사하는 각 정당이기도 하고 표로 심판하는 유권자이기도 하다. 어떤 후보자를 내느냐와 더불어 우리가 어떤 후보자를 선택하느냐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아직까지 주인을 만나지 못한 천리마를 잘 가려내는 안목이 필요한 때다.

특히 민주당으로서는 ‘미워도 다시 한 번’ 이라며 흘러간 옛 노래만 읊조리고 있어서는 안 된다. 신당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이번에야말로 ‘읍참마속’(泣斬馬謖:눈물을 머금고 마속의 목을 벤다는 뜻)을 단단히 벼르고 있는 유권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속(馬謖)의 신세를 면하려면 기득권을 버리라는 주변의 충고를 결코 마이동풍(馬耳東風)으로 흘려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