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상 vs 김광석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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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상 vs 김광석 그리고…
2014년 01월 15일(수) 00:00
캐나다 국경과 인접한 미국 북동부의 메인주 커싱에는 크리스티나 올슨 하우스라는 아담한 농가가 있다. 외관상으로 보면 전혀 특별할 게 없는 평범한 시골집이지만 매년 미 전역에서 수백만 명이 찾는 관광명소다. 지난 2011년 미 연방 사적지로 지정된 후에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외국에서도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여느 농가나 다름없는 올슨 하우스가 랜드마크로 부상한 건 국민화가 앤드류 와이어스(Andrew Wyeth·1917-2009) 덕분이다. 20세기 미국 회화의 아이콘으로 꼽히는 ‘크리스티나의 세계’(Christina’s World·뉴욕현대미술관 소장)의 배경이었기 때문이다. 이 그림은 1939년 와이어스가 커싱에서 여름휴가를 즐기던 당시, 별장 창문을 통해 언덕위의 집으로 기어올라가고 있는 크리스티나 올슨을 보고 화폭에 담은 것이다. 세 살 때 앓은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반신불구가 된 크리스티나가 양손으로 힘겹게 오르고 있는 뒷모습을 그린 작품은 보는 사람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커싱의 아름다운 자연풍경과 크리스티나의 애잔한 모습이 조화를 이룬 작품은 지도에서 찾기 조차 힘든 커싱을 미 전역에 알렸다. 지난 2009년 세상을 떠난 와이어스는 출생지인 펜실베이니아 채스포드 대신 예술혼을 불태운 제2의 고향 커싱에 안장됐다. 메인주 당국은 와이어스 컬렉션을 소장한 판스워스 미술관(Farnsworth Art Museum)과 올슨 하우스, 묘지를 연계한 관광투어를 개발해 지역의 랜드마크로 활용하고 있다. ‘와이어스’ 하나로 커싱은 도시도 알리고 관광수익까지 챙긴다.

어디 미국 뿐이랴. 국내에도 지역 출신 예술인이나 지역과 ‘인연’이 깊은 인사들을 브랜드로 키워낸 사례들이 많다. 작곡가 고 윤이상을 배출한 경남 통영시는 지난 2002년 통영국제음악제(TIMF)를 통해 세계속의 음악도시로 변신중인가 하면 강원도 화천군은 지난 2006년 춘천 출신 소설가 이외수를 감성마을에 정착시켜 전국적인 문학촌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최근 대구시도 지역 출신인 포크가수 고 김광석(1964-1996) 효과를 ‘누리고’ 있는 중이다. 대구는 김씨가 태어난 방천시장 부근에 (그를 소재로 한) 벽화와 조형물 70여 점을 설치한 ‘김광석 거리’를 조성해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하루 종일 김광석 노래가 흐르는 이곳에선 최근 18주기(1월6일)를 맞아 추모콘서트가 열리기도 했다. 쇠락해가던 방천시장은 ‘김광석’ 이라는 이름 석자로 주말 저녁에는 발디딜 없을 정도다. 그러고 보니 광주에는 이름만 대면 ‘통하는’ 전국구 브랜드가 부족하다. 문화로 먹고 사는 도시를 꿈꾼다면 분발해야 할 것 같다.

〈편집부국장·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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