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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재의 세상만사] 새해 아침에 다시 시작하며
논설고
2013년 12월 31일(화) 00:00
새해 아침입니다. 한 해가 가고 또 한 해가 열립니다. 청각과 시각 장애를 극복하고 세상과 소통하게 된 기적의 여인 헬렌켈레가 말했던가요.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하나의 다른 문이 열린다’고요.(When one door shuts, another opens.) 희망을 잃지 말라는 뜻이겠지요. 다시 시작하라는 뜻이겠지요.

생각해 보면 그것은 ‘해현경장’(解弦更張:거문고 줄을 고쳐 팽팽하게 맨다는 뜻)이란 말과도 상통하지 않나 싶습니다. 중국 한(漢)나라 때 동중서(董仲舒)란 유학자가 무제(武帝)에게 올린 글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지금 한나라는 썩은 나무와 똥이 뒤덮인 담장과 같아서 어찌할 도리가 없는 지경입니다.…… 이를 비유하자면 거문고 소리가 조화를 이루지 못할 때에는 반드시 줄을 풀어서 고쳐 매어야(必解而更張之) 제대로 연주할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줄을 바꿔야 하는데도 바꾸지 않으면 훌륭한 연주가라 하더라도 조화로운 소리를 낼 수 없습니다.”

여기에서 유래하여 ‘해현경장’은 주로 사회적·정치적 개혁을 의미하는 고사성어로 사용됩니다. 올해가 갑오년입니다만은 120년 전 갑오년에 발생한 갑오경장(甲午更張)의 명칭도 여기에서 유래됐다고 합니다.

이제 새롭게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단지 해가 바뀌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가는 끊임없는 시작’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감옥에서의 사색으로 유명한 신영복 선생의 말입니다. 그는 또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하루가 저무는 겨울저녁에도 마치 아침처럼, 새봄처럼, 처음처럼, 언제나 새날을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한 해를 시작하는 새해 첫날의 각오와 설렘이 어찌 다른 날과 같을 수 있겠습니까. 우선 많은 소시민들이 이날부터 금연과 다이어트 등을 굳게 다짐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비록 그 굳센 맹세가 작심삼일로 그치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는 끊임없이 도전하고 다시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며칠 전 영광 출신 시인 오세영(1942∼)의 ‘딸에게’란 시를 우연히 보게 됐습니다. 딸을 시집보내는 심정을 표현한 시인데 저도 과년한 딸을 두고 있어서인지 더욱 공감이 됩니다. 먼저 돌아서서 울고 있는 아빠와 대조적으로 딸이 무심히 예복을 고르고 있는 풍경이 묘사됩니다. 시인은 그러나 “붙들려 매어 있는 것 치고/ 썩지 않는 것이란 없단다./ 안간힘 써 뽑히지 않는 무는/ 제자리에서 썩지만/ 스스로 뿌리치고 땅에 떨어지는 열매는/ 언 땅에서도 새싹을 틔우지 않더나.”라고 위안하며 딸을 ‘막막한 지상’으로 홀로 떠나보냅니다.

그렇습니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는 위대한 결별이 필요합니다. 행복의 한쪽 문이 닫히면 또 하나의 열린 문을 찾아 나서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닫힌 문만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열려 있는 문을 보지 못합니다.

아 참, 인사가 늦었습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그런 세월이 흐르고 나서야 광주일보 독자 여러분 곁으로 돌아왔습니다.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에 “남자는 자기를 알아주는 이를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여자는 자기를 기쁘게 해 주는 남자를 위해 단장을 한다.”(士爲知己用 女爲悅己容)는 말이 나옵니다. 이제 광주일보에서 다시 시작하게 됐으니 열과 성을 다해 좋은 글로써 보답하고자 합니다.

이해인 수녀의 표현을 빌려 말하자면 ‘마른 향내 나는/ 갈색 연필을 깎아/ 예리한 칼끝으로 몸을 깎이어도/ 단정하고 꼿꼿한 한 자루의 연필처럼/ 정직하게/ 어둠 속에도 빛나는 말’로 독자 여러분께서 원하시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물론 그 기대에 어떻게 부응할 수 있을지 생각하면 ‘모기의 어깨로 태산을 짊어진 듯’ 천근만근 무거움을 느끼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할 수밖에 어찌하겠습니까.

새해에는 모두 새로운 꿈을 꿉니다. 아름다운 꿈을 꾸는 것은 새해 아침에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우리 모두의 특권입니다. 성공하는 꿈, 행복하게 되는 꿈, 부자 되는 꿈, 정상에 오르는 꿈, 좋은 짝을 만나게 되는 꿈, 그리고 백수들에게는 너무나 절실한 취업의 꿈. 그 모두 좋습니다. 그 꿈이 올해 반드시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용기와 희망을 잃지 마시고요. 아울러 지난 한 해 꽉 막혔던 불통(不通)의 시절을 넘어 올해는 의사가 소통되고 운수대통하고 만사형통하는 통!통!통!의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