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스마트폰 중독 해법은 없나
김 일 환
여론매체부장·편집부국장
여론매체부장·편집부국장
두 달여 전 저널리즘 연수차 미국 뉴욕 JFK 공항에 내린 필자는 한순간 혼돈에 빠졌다. 분명히 데이터 로밍을 해왔는데, 스마트폰을 켜는 순간 3G 인터넷은 물론 와이파이 또한 터지지 않아 당황하게 된 것이다.
“경제대국이라는 미국이 이모양이라니…” 푸념하며, 통신강국 대한민국을 깨닫는 그 순간 필자는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는 답답함이 점차 불안증세로 바뀌고 급기야는 짜증을 내기까지 했다.
스마트폰 무선 네트워크에 접속되지 않고, 속도가 더디기는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필자는 무선 인터넷신호를 잡기 위해 코미디에서나 볼 법한 자세로 스마트폰을 동으로 들었다 서로 들었다를 반복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자 필자는 점차 자포자기 상태에 빠지고, 스마트폰에 대한 집착은 서서히 사라졌다. 그 이후 미국에서의 일주일은 그렇게 마음이 평온할 수 없었다. 쏟아지는 정보의 스트레스도 없었고, 연결이 끊어져 고독하다고 느끼기보다는 홀가분함에 자유로움을 만끽하기까지 했다.
귀국 후 아는 의사에게 이런 이야기했더니 그 의사 왈 필자에게 “스마트폰 중독증세가 의심스럽다”고 한다. 듣고보니 그도 그럴 것이 일상 속에서도 깜박 잊고, 스마트폰을 집에 놔두고 나오면 일이 손에 안 잡히고 불안하기까지 했던 기억이 자주 있었다.
그런데 이런 증세는 비단 필자만이 겪는 것은 아닌 듯하다. 당장 버스나 지하철만 타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모두가 고개를 숙인 채 스마트폰 삼매경이다. 침묵 속에서 자기만의 스마트폰 세상에 빠져 있는 듯한 풍경은 기이하기까지 하다.
사실 스마트폰은 소통을 위해 만들어진 이기(利機)인데 정작 소통은 사라지고, 철저히 홀로 고립시키고, 급기야는 사람의 마음마저 병들게 하고 있으니 이런 역설을 어떻게 설명할까.
이 편리한 문명의 이기 뒤에는 심각한 그늘이 있다. 점차 폭증하는 통신비도 문제지만 정작 큰 문제는 스마트폰 폐인으로 지칭되는 심각한 모바일 중독현상이다. 이 현상은 이미 우려의 수준을 넘어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그중에서도 커 나가는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중독은 매우 심각하다. 학생들은 카카오 톡,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바로 옆에 있는 친구에게도 말로 하기보다는 ‘톡’으로 하는 게 편하다고 한다. 스마트폰 알람에 잠을 깨고, SNS를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쉬는 시간에도, 밥 먹을 때도 오로지 스마트폰이다.
광주시교육청이 최근 광주지역 초등학교 4년·중학교 1년·고등학교 1년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2013년 청소년 인터넷·스마트폰 이용습관’을 조사한 결과,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초등학교 4년(8392명)의 경우 스마트폰 중독이 의심되는 위험군(0.8%)과 주의군(4.3%)에 포함된 학생이 5.1%(429명)였다고 한다. 중학교 1년(1만7521명)은 위험·주의군이 22.6%(3955명), 고등학교 1년(1만8916명)은 24.9%(4712명)로 이용자 4명 중 1명은 스마트폰 중독이 의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중학생 10.2%, 고등학생 11.7%)보다 2배 이상 급증한 것이며, 인터넷 중독이 의심되는 위험군과 주의군도 전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충격적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자신을 어느정도 통제 가능한 어른들은 덜할 수 있다. 하지만 청소년들은 다르다. 그 폐해로 인한 결과가 치명적일 수 있다.
그 심각성을 들여다보면 스마트폰을 계속 내려다보기 때문에 목뼈가 휘는 거북목증후군, 손목은 고정시킨 채 손가락으로만 패드를 두드릴 때 생기는 손목터널증후군 등이 일차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전두엽 손상까지 불러온다는, 믿고 싶지 않은 보고도 있다.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스마트폰에 집착하면 올바른 인간관계 형성이나 지적성장에 문제가 생기고, 급기야는 디지털 치매 현상이 올 수도 있다고 말한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게 해서는 안 된다. 당장 지역사회와 교육청이 나서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중독문제의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
프랑스의 경우 스마트폰 중독현상을 막기 위해서 초·중학생들에게는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고 한다. 아이들의 등하교 안전문제 때문에 휴대전화 금지는 어렵겠지만 스마트폰 노출시간이나 빈도를 줄이기 위한 방안 마련이 급하다. 학생들이 스마트폰 중독을 자각하고, 해결하려면 전문인력의 상담이 급선무다. 이에 대한 관계당국의 관심 또한 필요하다. 전문인력을 대폭 늘려 학교에 파견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겠다.
궁극적으로는 학교와 가정이 주체가 되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학교는 아이들의 스마트폰 단속에만 열을 올릴 게 아니라 이들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어떤 식으로 풀어줄지 고민해 봐야 한다. 부모도 매를 들기 전에 오늘 아이와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kih8@kwangju.co.kr
“경제대국이라는 미국이 이모양이라니…” 푸념하며, 통신강국 대한민국을 깨닫는 그 순간 필자는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는 답답함이 점차 불안증세로 바뀌고 급기야는 짜증을 내기까지 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자 필자는 점차 자포자기 상태에 빠지고, 스마트폰에 대한 집착은 서서히 사라졌다. 그 이후 미국에서의 일주일은 그렇게 마음이 평온할 수 없었다. 쏟아지는 정보의 스트레스도 없었고, 연결이 끊어져 고독하다고 느끼기보다는 홀가분함에 자유로움을 만끽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런 증세는 비단 필자만이 겪는 것은 아닌 듯하다. 당장 버스나 지하철만 타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모두가 고개를 숙인 채 스마트폰 삼매경이다. 침묵 속에서 자기만의 스마트폰 세상에 빠져 있는 듯한 풍경은 기이하기까지 하다.
사실 스마트폰은 소통을 위해 만들어진 이기(利機)인데 정작 소통은 사라지고, 철저히 홀로 고립시키고, 급기야는 사람의 마음마저 병들게 하고 있으니 이런 역설을 어떻게 설명할까.
이 편리한 문명의 이기 뒤에는 심각한 그늘이 있다. 점차 폭증하는 통신비도 문제지만 정작 큰 문제는 스마트폰 폐인으로 지칭되는 심각한 모바일 중독현상이다. 이 현상은 이미 우려의 수준을 넘어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그중에서도 커 나가는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중독은 매우 심각하다. 학생들은 카카오 톡,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바로 옆에 있는 친구에게도 말로 하기보다는 ‘톡’으로 하는 게 편하다고 한다. 스마트폰 알람에 잠을 깨고, SNS를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쉬는 시간에도, 밥 먹을 때도 오로지 스마트폰이다.
광주시교육청이 최근 광주지역 초등학교 4년·중학교 1년·고등학교 1년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2013년 청소년 인터넷·스마트폰 이용습관’을 조사한 결과,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초등학교 4년(8392명)의 경우 스마트폰 중독이 의심되는 위험군(0.8%)과 주의군(4.3%)에 포함된 학생이 5.1%(429명)였다고 한다. 중학교 1년(1만7521명)은 위험·주의군이 22.6%(3955명), 고등학교 1년(1만8916명)은 24.9%(4712명)로 이용자 4명 중 1명은 스마트폰 중독이 의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중학생 10.2%, 고등학생 11.7%)보다 2배 이상 급증한 것이며, 인터넷 중독이 의심되는 위험군과 주의군도 전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충격적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자신을 어느정도 통제 가능한 어른들은 덜할 수 있다. 하지만 청소년들은 다르다. 그 폐해로 인한 결과가 치명적일 수 있다.
그 심각성을 들여다보면 스마트폰을 계속 내려다보기 때문에 목뼈가 휘는 거북목증후군, 손목은 고정시킨 채 손가락으로만 패드를 두드릴 때 생기는 손목터널증후군 등이 일차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전두엽 손상까지 불러온다는, 믿고 싶지 않은 보고도 있다.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스마트폰에 집착하면 올바른 인간관계 형성이나 지적성장에 문제가 생기고, 급기야는 디지털 치매 현상이 올 수도 있다고 말한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게 해서는 안 된다. 당장 지역사회와 교육청이 나서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중독문제의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
프랑스의 경우 스마트폰 중독현상을 막기 위해서 초·중학생들에게는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고 한다. 아이들의 등하교 안전문제 때문에 휴대전화 금지는 어렵겠지만 스마트폰 노출시간이나 빈도를 줄이기 위한 방안 마련이 급하다. 학생들이 스마트폰 중독을 자각하고, 해결하려면 전문인력의 상담이 급선무다. 이에 대한 관계당국의 관심 또한 필요하다. 전문인력을 대폭 늘려 학교에 파견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겠다.
궁극적으로는 학교와 가정이 주체가 되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학교는 아이들의 스마트폰 단속에만 열을 올릴 게 아니라 이들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어떤 식으로 풀어줄지 고민해 봐야 한다. 부모도 매를 들기 전에 오늘 아이와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kih8@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