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돈이 230억 이라는데…
전두환 전 대통령이 퇴임 무렵인 1987년 말 그의 딸에게 ‘용돈 조’로 23억 원을 건넸다고 한다. 그는 딸에게 “용돈으로 주는 것이니 알아서 쓰라”며 1억 원짜리 무기명 채권 23장을 주더라고 배석했던 한 측근이 전했다.
23억 원이면 당시 서울 강남의 43평형 아파트 1채 값이 1억 원이었으니 23채를 살 수 있는 거금에 해당된다. 26년이 지난 지금, 아파트 가격으로 단순 계산해도 1채당 값이 10억 원 이상 되는 만큼 그 가치가 230억∼250억 원에 달한다. 그 기간 금리와 물가, 부동산 값을 감안할 경우 10배의 상승은 자연스런 현상이자 26년 전 23억 원이 지금의 230억 원과 가치가 같다는 얘기다.
군사독재시절 기업인들에게 강제로 수천억 원을 빼앗아 주무른 전두환으로서 당시 23억 원 정도는 용돈에 불과했을 게다. 그렇다면 그 세아들에겐 얼마나 주었을까. 23억 원이 용돈일 진데, 수백 배의 돈을 줬다는 건 어려운 셈법이 아니다.
실제 전두환은 1997년 대법원에서 재임 중 불법 비자금을 축재한 혐의로 2205억 원의 추징금을 선고 받았으나 그가 납부한 돈은 533억, 아직도 1672억 원을 미납한 상태다. 항간에선 5000억 원이 넘는다는 얘기도 나온다. 보이지 않는 1억 원짜리 무기명 채권 수천 장을 가졌다면 틀린 말이 아니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전두환이 불법으로 조성해 그 일가와 친인척 명의로 숨겨놓은 재산을 다 합하면 무려 9334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수천억 원대라는 것은 그 일가의 재산 목록만으로도 추산이 가능하다.
그런 그가 2003년 전재산이 29만 원밖에 없다고 했으니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육군사관학교에 발전기금으로 낸 1000만 원 이상의 돈은 어디서 났으며, 특급호텔에서 값비싼 결혼식을 열고, 잦은 골프에, 해외여행은 무슨 돈인가.
전두환씨 퇴임 당시 그 일가가 이렇다할 수입원이 없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도 그 많은 돈을 굴릴 수 있었던 건 대물림이 아니고선 불가능하다. 전재국이 2004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유령회사를 설립했던 것도 당시 동생 전재용이 조세 포탈 수사를 받고 있던 시점이었기에 비자금 은닉으로 밖에 볼 수 없다.
5·18 광주학살의 장본인인 전두환은 16년 전 대법원으로부터 내란죄와 반란죄, 내란목적 살인죄 등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를 박탈당한 자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지금까지 30억 원에 달하는 국민 혈세로 경호를 하고 있는가 하면 외국 여행시 외교관 대우까지 해주고 있다. 헌정질서를 파괴한 반역사적 범죄자에게 이러한 특혜가 가당한 일인가.
역사 바로 세우기는 전씨 일가의 불법재산을 몰수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일반인들은 추징금 미납 시 노역장에 보내면서 천인공노할 범법자를 두둔한다면 사회정의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지금 국회에는 전두환의 불법 비자금 환수를 위한 5개 법안이 계류 중이다. 이 추징법을 현 상황에 적용한다면 전씨 일가에게 당장이라도 미납 추징금 징수가 가능하며, 몰수나 추징이 불가능할 경우 노역장 유치나 감치명령을 내리는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다수당인 새누리당이 반대 입장에 있어 6월 국회에서의 처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가족들의 재산 추징이 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연좌제에 배치되고, 소급 적용할 경우 해당인에게 불이익을 줘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게 그 이유다.
물론 법률적 해석이 다를 수는 있겠으나 전씨의 경우 현재 추징이 진행형인 사안이기 때문에 소급 적용이라고 할 수는 없다. 연좌제 역시 개정안은 가족뿐만 아니라 제3자라도 장물이 있는 이들에게 추징하자는 것이어서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전두환 추징법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닌 당위의 문제로 봐야 한다. 검찰이 전씨의 재산 추적을 벌이고 있다지만 혹여 성과를 거두지 못해 오는 10월11일 시효를 넘긴다면 모든 게 물거품 된다. 그런 면에서 전씨 일가의 비자금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일도 새누리당 몫이 돼야 한다.
이를 외면하려 한다면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자 그들이 민정당→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으로 이어지는 5공(共) 후신으로서 그 뿌리와 단절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만 키울 뿐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최근 추징금 문제에 대해 새 정부가 해결 의지를 갖고 있다고 밝힌 만큼 새누리당은 역사적 소명에 부응해야 한다.
헌정질서 파괴자가 구린 돈으로 자자손손 떵떵거리며 살도록 내버려 둔다면 5·18 피해자는 물론 서민과 기층민들에겐 그야말로 아픈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격이다. 누대에 걸쳐 구경도 못할 230억 원이 용돈이라는 데야 ….
〈신항락 이사·논설주간 hlshin@kwangju.co.kr〉
23억 원이면 당시 서울 강남의 43평형 아파트 1채 값이 1억 원이었으니 23채를 살 수 있는 거금에 해당된다. 26년이 지난 지금, 아파트 가격으로 단순 계산해도 1채당 값이 10억 원 이상 되는 만큼 그 가치가 230억∼250억 원에 달한다. 그 기간 금리와 물가, 부동산 값을 감안할 경우 10배의 상승은 자연스런 현상이자 26년 전 23억 원이 지금의 230억 원과 가치가 같다는 얘기다.
실제 전두환은 1997년 대법원에서 재임 중 불법 비자금을 축재한 혐의로 2205억 원의 추징금을 선고 받았으나 그가 납부한 돈은 533억, 아직도 1672억 원을 미납한 상태다. 항간에선 5000억 원이 넘는다는 얘기도 나온다. 보이지 않는 1억 원짜리 무기명 채권 수천 장을 가졌다면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런 그가 2003년 전재산이 29만 원밖에 없다고 했으니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육군사관학교에 발전기금으로 낸 1000만 원 이상의 돈은 어디서 났으며, 특급호텔에서 값비싼 결혼식을 열고, 잦은 골프에, 해외여행은 무슨 돈인가.
전두환씨 퇴임 당시 그 일가가 이렇다할 수입원이 없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도 그 많은 돈을 굴릴 수 있었던 건 대물림이 아니고선 불가능하다. 전재국이 2004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유령회사를 설립했던 것도 당시 동생 전재용이 조세 포탈 수사를 받고 있던 시점이었기에 비자금 은닉으로 밖에 볼 수 없다.
5·18 광주학살의 장본인인 전두환은 16년 전 대법원으로부터 내란죄와 반란죄, 내란목적 살인죄 등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를 박탈당한 자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지금까지 30억 원에 달하는 국민 혈세로 경호를 하고 있는가 하면 외국 여행시 외교관 대우까지 해주고 있다. 헌정질서를 파괴한 반역사적 범죄자에게 이러한 특혜가 가당한 일인가.
역사 바로 세우기는 전씨 일가의 불법재산을 몰수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일반인들은 추징금 미납 시 노역장에 보내면서 천인공노할 범법자를 두둔한다면 사회정의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지금 국회에는 전두환의 불법 비자금 환수를 위한 5개 법안이 계류 중이다. 이 추징법을 현 상황에 적용한다면 전씨 일가에게 당장이라도 미납 추징금 징수가 가능하며, 몰수나 추징이 불가능할 경우 노역장 유치나 감치명령을 내리는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다수당인 새누리당이 반대 입장에 있어 6월 국회에서의 처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가족들의 재산 추징이 헌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연좌제에 배치되고, 소급 적용할 경우 해당인에게 불이익을 줘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게 그 이유다.
물론 법률적 해석이 다를 수는 있겠으나 전씨의 경우 현재 추징이 진행형인 사안이기 때문에 소급 적용이라고 할 수는 없다. 연좌제 역시 개정안은 가족뿐만 아니라 제3자라도 장물이 있는 이들에게 추징하자는 것이어서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전두환 추징법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닌 당위의 문제로 봐야 한다. 검찰이 전씨의 재산 추적을 벌이고 있다지만 혹여 성과를 거두지 못해 오는 10월11일 시효를 넘긴다면 모든 게 물거품 된다. 그런 면에서 전씨 일가의 비자금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일도 새누리당 몫이 돼야 한다.
이를 외면하려 한다면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자 그들이 민정당→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으로 이어지는 5공(共) 후신으로서 그 뿌리와 단절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만 키울 뿐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최근 추징금 문제에 대해 새 정부가 해결 의지를 갖고 있다고 밝힌 만큼 새누리당은 역사적 소명에 부응해야 한다.
헌정질서 파괴자가 구린 돈으로 자자손손 떵떵거리며 살도록 내버려 둔다면 5·18 피해자는 물론 서민과 기층민들에겐 그야말로 아픈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격이다. 누대에 걸쳐 구경도 못할 230억 원이 용돈이라는 데야 ….
〈신항락 이사·논설주간 hlshin@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