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예향] AI 시대, 슬로우 라이프를 꿈꾼다
디지털 디톡스, 나만의 리듬으로
![]() AI 시대, 디지털 디톡스로 슬로우 라이프를 꿈꾼다 |
더 많은 것을 해내기보다 천천히 머무는 시간이 소중해지고 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조용히 책을 읽고, 차분히 걷는 시간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만의 속도를 되찾는다. AI 시대, 화면 밖 일상과 공간 속에서 이어지는 슬로우 라이프의 풍경은 느림이 주는 위로와 회복의 감각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스마트폰 화면은 점점 커지고 디지털 발달로 인해 삶의 속도는 더욱 빨라졌지만 마음이 머무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하루의 시작과 끝이 끊임없는 알림과 확인으로 이어지고 잠시 비어 있는 시간마저 무언가로 채워야 할 것 같은 압박 속에서 쉼을 잊은 채 살아간다. 스마트폰과 SNS는 내가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안도감과 즉각적인 소통의 즐거움을 주지만 동시에 끊임없이 반응해야 하는 피로를 남기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이제 더 빠르게 사는 방법이 아니라, 더 천천히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잠시 멈추기, 속도를 낮추는 연습
빠르게 연결되는 시대 속에서 우리는 점점 더 바쁘게 반응하며 살아간다. 눈을 뜨자마자 머리맡의 스마트폰 화면을 확인하고 밤이 깊어질 때까지 시선과 손을 떼지 못한 채 하루를 보낸다. 잠시라도 무언가를 확인하고 소비해야 할 것 같은 습관은 어느새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어버렸다.
편리함은 삶의 많은 부분을 가볍게 만들었지만 쉼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기도 했다. 빠르게 읽고 빠르게 넘기며 빠르게 잊히는 흐름 속에서 우리는 멈추지 못한 채 하루를 흘려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최근들어 속도를 낮추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별한 결심이나 선택이 아니라 일상의 작은 순간에서 속도를 조절하려는 시도다.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고 종이책을 펼치거나 하루의 기록을 다이어리에 적어 내려가는 일,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풍경을 바라보며 머무는 시간은 스스로의 리듬을 되찾는 과정이 되고 있다.
무엇을 더 많이 해내는가보다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가 중요해지면서 사람들은 바쁜 일정 속에서도 의도적으로 비어 있는 시간을 만들기 시작했다. ‘잠시 멈추기’의 선택은 시간을 늦추는 일이 아니라 나를 되돌아보고 감각을 되살리며 삶을 더 깊게 느끼게 하는 경험이 된다.
◇머무는 여행, 느린 풍경
방학을 맞아 광주에 머물던 한 대학생은 친구들과 함께 증심사 템플스테이를 다녀왔다. 특별한 계획 없이 사찰을 거니며 조용히 머물고 싶었던 마음에서 비롯된 선택이었다.
스마트폰 제출이 의무는 아니었지만 스스로 휴대전화를 가방 속에 넣어두고 사찰을 천천히 거닐며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왔다고 했다. 작은 돌탑을 쌓아 소원을 빌고, 한옥 마루 끝에 앉아 오후 햇살을 온몸으로 느끼며 머무는 시간은 평소와는 다른 여유로 남았다고 했다. 스님과 차담을 나누며 서두르지 않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특히 좋았다고 전했다.
속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은 자연으로 향하기도 한다. 걷기와 머묾, 자연 속에서 보내는 시간 역시 같은 의미를 지닌다. 남도의 풍경은 슬로우 라이프를 경험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바다와 숲, 마을의 골목과 작은 문화공간은 오래 머무를 때 비로소 매력을 드러낸다.
자연의 풍경과 함께하는 시간은 특별한 계획 없이도 사람의 속도를 자연스럽게 낮추는 힘을 지니고 있다. 바다를 바라보며 조용히 앉아 있는 시간, 골목을 따라 천천히 걷다 마주하는 오래된 담장과 마을의 일상적인 풍경은 서두르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마음을 느끼게 한다. 물 위에 떠 있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거나 바람 소리를 들으며 창가에 머무는 경험은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을 잠시 내려놓게 한다.
여행지에서 계획보다 머무름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풍경은 단순한 볼거리가 아니라 기억으로 남는다. 빠르게 이동하며 많은 장소를 확인하기보다 한 곳에 머물며 시간을 보내는 경험이 감정의 깊이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파도와 햇빛, 바람의 소리를 들으며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눈앞의 풍경에 집중하게 된다.
◇손으로 만드는 느린 시간
디지털 디톡스라는 말은 이제 낯설지 않다. 스마트폰 대신 다이어리를 펼치고, 전자책 대신 종이책을 고르며, 영상을 보는 시간 대신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보는 경험은 번거롭게도 느껴질 수 있지만 실제로는 마음을 차분하게 만드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필사를 하며 문장을 천천히 따라 적다 보면 기대 이상으로 마음이 차분해지고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거나 색칠을 하는 시간은 결과보다 그리는 시간 자체를 즐기게 만든다. 요가와 명상처럼 호흡에 집중하는 시간 역시 속도를 낮추는 연습의 한 방식이 될 수 있다.
한 지인은 아이가 다니는 학교 자모들과 함께하는 동아리 활동으로 종이꽃을 만드는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주름지와 색지를 자르고 접어 꽃잎을 하나씩 완성하는 작업은 생각보다 느리고 섬세한 과정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취미로 시작했지만 손을 움직이는 동안 잡념이 줄어들고 시간이 가는 줄 모를 만큼 몰입하게 됐다고 했다.
종이를 만지는 감촉과 작은 꽃잎이 모여 꽃 한 송이가 완성되는 시간은 무엇이든 빠르게 확인해야 하는 일상과는 전혀 다른 흐름을 만들어냈다. 그 시간 동안 휴대전화는 자연스럽게 테이블 위 한쪽에 머물렀고, 알림을 확인해야 한다는 조급함도 사라졌다.
종이꽃을 만들던 지인의 손은 이번에는 연필을 들고 스케치를 시작하는 계기로 이어졌다. 선을 따라 형태가 조금씩 드러나는 과정을 바라보며 완성보다 집중의 시간이 더 큰 위로가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무엇인가를 잘 해내기 위한 활동이 아니라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하루의 균형을 바꿔놓았다고 전했다. 느리게 완성되는 작업이 오히려 하루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손으로 보내는 시간이 주는 편안함을 다시 느끼게 했다.
겨울방학 동안 초등학교 돌봄교실에서 진행된 책놀이 수업에서도 디지털 화면 밖의 또 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었다.
광주의 한 초등학교 돌봄교실, 1·2학년 아이들은 종이를 접어 미니북을 만들고 서로 짝을 지어 동화책을 번갈아 읽어주는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은 동물이나 등장인물에 맞춰 목소리를 바꾸며 읽었고, 이야기를 따라 웃고 반응하며 자연스럽게 몰입했다. 화면 없이도 충분히 집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책을 읽어주는 교사를 기다리던 아이들이 반갑게 달려와 안기는 모습, 책장을 넘기며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장면은 빠른 자극에 익숙한 일상과는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책놀이 수업을 진행한 주영이씨는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서로 번갈아 읽는 시간을 주면 생각보다 깊게 몰입한다”며 “등장인물에 맞춰 목소리를 바꿔 읽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너무 흐뭇하고 귀엽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이 수업 시간을 기다렸다가 달려와 안길 때마다 이 시간이 아이들에게도 즐거운 기억으로 남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동네책방 역시 슬로우 라이프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빠르게 추천되는 콘텐츠 대신 우연히 발견한 책 한 권을 고르고 조용히 머무는 시간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만의 속도를 되찾는다.
광주의 골목을 걷다 보면 예상치 못한 자리에서 작은 동네책방을 만날 때가 있다. 대형서점처럼 많은 책이 빼곡하게 놓여 있지는 않지만 책의 선택과 공간의 분위기에는 주인의 취향과 시간의 결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조용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의 따스함, 이런 풍경 속에 천천히 머물며 책을 고르는 사람들의 움직임도 자연스럽게 느려진다.
누군가는 잠시 앉아 페이지를 넘기다 돌아가기도 하고 누군가는 책보다 공간의 공기를 즐기기 위해 머무르기도 한다. 알고리즘이 제시하는 콘텐츠 대신 책 한 권을 들고 앉아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깊은 집중을 가져온다. 혼자 머무는 시간이지만 고립되지 않은 느낌,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다는 분위기는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지내던 여유를 자연스럽게 회복하게 만든다.
느리게 산다는 것은 속도를 거부하는 삶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리듬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일상의 작은 기쁨과 감정을 다시 발견하게 된다. 빠르게 지나가기보다 천천히 머무는 선택,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조용히 읽고 걷는 시간은 삶을 비워내기보다 오히려 마음을 채우는 시간이 된다.
슬로우 라이프는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하루 중 잠시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자신에게 집중하는 작은 선택에서 시작된다. 그렇게 시작된 느림은 어느새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머물게 된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사진=주영이씨 제공, 광주일보DB
◇잠시 멈추기, 속도를 낮추는 연습
편리함은 삶의 많은 부분을 가볍게 만들었지만 쉼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기도 했다. 빠르게 읽고 빠르게 넘기며 빠르게 잊히는 흐름 속에서 우리는 멈추지 못한 채 하루를 흘려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 필사를 하며 문장을 천천히 따라 적다 보면 기대 이상으로 마음이 차분해진다. |
무엇을 더 많이 해내는가보다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가 중요해지면서 사람들은 바쁜 일정 속에서도 의도적으로 비어 있는 시간을 만들기 시작했다. ‘잠시 멈추기’의 선택은 시간을 늦추는 일이 아니라 나를 되돌아보고 감각을 되살리며 삶을 더 깊게 느끼게 하는 경험이 된다.
◇머무는 여행, 느린 풍경
![]() 디지털 디톡스를 위해 친구와 함께 증심사를 방문한 템플스테이 참가자. |
스마트폰 제출이 의무는 아니었지만 스스로 휴대전화를 가방 속에 넣어두고 사찰을 천천히 거닐며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왔다고 했다. 작은 돌탑을 쌓아 소원을 빌고, 한옥 마루 끝에 앉아 오후 햇살을 온몸으로 느끼며 머무는 시간은 평소와는 다른 여유로 남았다고 했다. 스님과 차담을 나누며 서두르지 않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특히 좋았다고 전했다.
![]() 템플스테이 참가자가 작은 돌탑을 쌓아 소원을 빌고 있다. |
자연의 풍경과 함께하는 시간은 특별한 계획 없이도 사람의 속도를 자연스럽게 낮추는 힘을 지니고 있다. 바다를 바라보며 조용히 앉아 있는 시간, 골목을 따라 천천히 걷다 마주하는 오래된 담장과 마을의 일상적인 풍경은 서두르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마음을 느끼게 한다. 물 위에 떠 있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거나 바람 소리를 들으며 창가에 머무는 경험은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을 잠시 내려놓게 한다.
여행지에서 계획보다 머무름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풍경은 단순한 볼거리가 아니라 기억으로 남는다. 빠르게 이동하며 많은 장소를 확인하기보다 한 곳에 머물며 시간을 보내는 경험이 감정의 깊이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파도와 햇빛, 바람의 소리를 들으며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눈앞의 풍경에 집중하게 된다.
◇손으로 만드는 느린 시간
디지털 디톡스라는 말은 이제 낯설지 않다. 스마트폰 대신 다이어리를 펼치고, 전자책 대신 종이책을 고르며, 영상을 보는 시간 대신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보는 경험은 번거롭게도 느껴질 수 있지만 실제로는 마음을 차분하게 만드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필사를 하며 문장을 천천히 따라 적다 보면 기대 이상으로 마음이 차분해지고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거나 색칠을 하는 시간은 결과보다 그리는 시간 자체를 즐기게 만든다. 요가와 명상처럼 호흡에 집중하는 시간 역시 속도를 낮추는 연습의 한 방식이 될 수 있다.
![]() 작은 꽃잎이 모여 하나의 꽃으로 완성되는 순간. 천천히 이어지는 작업 속에서 자연스럽게 몰입의 시간이 만들어진다. |
종이를 만지는 감촉과 작은 꽃잎이 모여 꽃 한 송이가 완성되는 시간은 무엇이든 빠르게 확인해야 하는 일상과는 전혀 다른 흐름을 만들어냈다. 그 시간 동안 휴대전화는 자연스럽게 테이블 위 한쪽에 머물렀고, 알림을 확인해야 한다는 조급함도 사라졌다.
![]() 연필 스케치. 손으로 완성해 가는 과정 자체가 또 하나의 휴식이 된다. |
겨울방학 동안 초등학교 돌봄교실에서 진행된 책놀이 수업에서도 디지털 화면 밖의 또 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었다.
![]() 아이들이 직접 접고 그리며 완성한 미니북. 서로 읽어주고 반응하며 책과 가까워지는 시간 속에서 결과보다 과정이 즐거움을 알게 된다. |
책을 읽어주는 교사를 기다리던 아이들이 반갑게 달려와 안기는 모습, 책장을 넘기며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장면은 빠른 자극에 익숙한 일상과는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책놀이 수업을 진행한 주영이씨는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서로 번갈아 읽는 시간을 주면 생각보다 깊게 몰입한다”며 “등장인물에 맞춰 목소리를 바꿔 읽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너무 흐뭇하고 귀엽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이 수업 시간을 기다렸다가 달려와 안길 때마다 이 시간이 아이들에게도 즐거운 기억으로 남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동네책방 역시 슬로우 라이프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빠르게 추천되는 콘텐츠 대신 우연히 발견한 책 한 권을 고르고 조용히 머무는 시간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만의 속도를 되찾는다.
광주의 골목을 걷다 보면 예상치 못한 자리에서 작은 동네책방을 만날 때가 있다. 대형서점처럼 많은 책이 빼곡하게 놓여 있지는 않지만 책의 선택과 공간의 분위기에는 주인의 취향과 시간의 결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조용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의 따스함, 이런 풍경 속에 천천히 머물며 책을 고르는 사람들의 움직임도 자연스럽게 느려진다.
누군가는 잠시 앉아 페이지를 넘기다 돌아가기도 하고 누군가는 책보다 공간의 공기를 즐기기 위해 머무르기도 한다. 알고리즘이 제시하는 콘텐츠 대신 책 한 권을 들고 앉아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깊은 집중을 가져온다. 혼자 머무는 시간이지만 고립되지 않은 느낌,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다는 분위기는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지내던 여유를 자연스럽게 회복하게 만든다.
![]() 걷기와 머묾, 자연과 함께하는 느린 여행도 슬로우 라이프를 향한 움직임이다. |
슬로우 라이프는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하루 중 잠시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자신에게 집중하는 작은 선택에서 시작된다. 그렇게 시작된 느림은 어느새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머물게 된다.
/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사진=주영이씨 제공, 광주일보D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