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호미술상 한희원과 젊은 영혼들
한희원·박성완·노여운·손지원·김용철…4월 12일까지 광주시립미술관
![]() 김용철 작 ‘나의 고요’ |
‘과거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다.’
전시장을 둘러보며 들었던 단상이다. 작가의 예술 궤적은 그가 추구해온 작품 세계에 따라 다채롭게 변주된다. 스펙트럼이 넓은 작가일수록, 대작에 몰두해온 작가일수록 작품은 역동적이며 특유의 깊이를 발한다.
광주시립미술관(관장 윤익)에서 진행 중인 ‘한희원과 젊은 영혼들의 만남’전. 지난달 30일 개막해 오는 4월 12일까지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한희원 작가 외에도 젊은 작가 4인의 작품을 함께 볼 수 있는 자리다.(개막식은 3일 오후 7시)
50여 년 넘게 자신만의 화풍을 우직하게 일궈 온 한희원은 문화예술의 보고(寶庫)인 양림동이 배출한 우리 시대의 예술가다. 어느 공간에서 마주해도 한희원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만큼 그의 그림은 깊이와 서정, 철학과 사색의 흔적이 오롯이 투영돼 있다.
2025 오지호미술상 수상을 계기로 마련된 이번 전시에는 한 작가 외에도 모두 4명의 젊은 작가 그림도 만난다. 지난해 오지호미술상 특별상을 받은 박성완을 비롯해 노여운, 손지원, 김용철 작가는 각각 젊은 시절의 한희원 화가 작품 주제와 연계한 그림을 선보인다. ‘과거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다’라는 명제가 환기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윤익 관장은 “살아온 시대는 다르지만 한 작가의 작품이 시공을 초월해 이 시간 어떻게 젊은 작가 작품과 공명하고 조응하는지 의미 있게 살펴볼 수 있는 기회”라며 “나아가 오늘의 광주 화단의 면모를 조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의미를 전했다.
한 작가는 늘 현상 이면의 본질을 심미안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탐색해왔다. 예술과 사유라는 두 축은 모자라지도 넘지도 않은 절묘한 균형점을 이루어 왔는데 그것은 구도자처럼 묵묵히 작품 세계를 펼쳐온 ‘온유한 근기’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한 작가는 “지난 2023년 시립미술관에서 선보였던 전시는 탄생, 죽음, 사랑, 기억, 생의 파편 등이 주제였다”면서 “이번에는 서사, 서정 풍경보다 추상적 요소를 투영해 ‘우리 시대 작가들이 어떤 마음으로 그림을 그려야 할지’ 보다 궁극적인 질문을 탐색하는 대작 위주 작품들을 그렸다”고 말했다.
그의 그림은 시대 변화와 맞물려 몇 차례 변곡점을 맞았다. 70년대는 ‘세상에서 가장 낮은 존재’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으로 포착한 장면들이 주요 소재였다. 80년대는 ‘구례장터’, ‘순천 아랫장’ 등처럼 민중미술에 기반한 소시민들 삶을 핍진하게 구현했으며 90년대는 밤풍경, 나무, 별 등을 모티브로 한 그림에 천착했다. 당초 문학을 지망했던 그는 시적인 분위기, 문학적 요소를 작품에 가미했다.
2000년대 이후에는 사유에 초점을 맞춘 풍경을 캔버스에 담았다. 조형보다는 사유를 통해 자신만의 독자적인 화풍을 선보인 시기로 히말라야, 라다크 등을 여행하며 완성한 작품들에선 외로운 구도자의 심상과 이미지가 묻어났다.
2023년 시립미술관에서 열린 개인전을 계기로 그는 인간의 근원적인 존재와 삶의 본질에 천착한 작품을 그리고 있다. 깊고 넓게 확장되면서도 변주는 여전히 지속된다. “세기말적인 징후 속에서 존재에 대한 희망과 생명에 대한 메시지를 발신하고자 한다”는 말에서 그가 추구하는 예술의 여정이 대략 가늠이 된다.
노여운 작가는 사라져가는 골목의 풍경을 주목한다. 사실적 풍경은 황폐한 장면이 아닌 밝고 은은한 분위기를 발한다. 노 작가는 “추억과 흔적이 묻어 있는 공간이 주는 따스함을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박성완 작가의 민중예술적인 그림은 한 작가의 ‘낮은 존재’에 대한 애정과 연계된다. 그는 “‘과거가 현재를 돕는다’는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오지호 인상주의를 숙성시키고 연구해보자는 나름의 고민의 흔적도 담았다”고 했다.
감성적 느낌을 발하는 작품을 출품한 손지원 작가는 내밀한 감정과 감각을 투사하는 방식의 작업을 전개해왔다. 손 작가는 “새벽은 시간이 교차하는 시간이지만 한편으로는 시선이 교차하는 시간이기도 하다”며 “빛이 만들어낸 모호한 경계를 ‘보는 것’을 넘어 ‘확장하는 것’으로 구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독일에서 공부하고 있는 김용철 화가는 내면 탐구를 응축된 시각적 형식으로 펼쳐낸다. 작가는 인식하는 대상과 세계의 실재 사이에서 고뇌하고 유동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풀어낸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전시장을 둘러보며 들었던 단상이다. 작가의 예술 궤적은 그가 추구해온 작품 세계에 따라 다채롭게 변주된다. 스펙트럼이 넓은 작가일수록, 대작에 몰두해온 작가일수록 작품은 역동적이며 특유의 깊이를 발한다.
![]() 박성완 작 ‘123국회앞’ |
광주시립미술관(관장 윤익)에서 진행 중인 ‘한희원과 젊은 영혼들의 만남’전. 지난달 30일 개막해 오는 4월 12일까지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한희원 작가 외에도 젊은 작가 4인의 작품을 함께 볼 수 있는 자리다.(개막식은 3일 오후 7시)
2025 오지호미술상 수상을 계기로 마련된 이번 전시에는 한 작가 외에도 모두 4명의 젊은 작가 그림도 만난다. 지난해 오지호미술상 특별상을 받은 박성완을 비롯해 노여운, 손지원, 김용철 작가는 각각 젊은 시절의 한희원 화가 작품 주제와 연계한 그림을 선보인다. ‘과거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다’라는 명제가 환기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 노여운 작 ‘머무르다 2’ |
윤익 관장은 “살아온 시대는 다르지만 한 작가의 작품이 시공을 초월해 이 시간 어떻게 젊은 작가 작품과 공명하고 조응하는지 의미 있게 살펴볼 수 있는 기회”라며 “나아가 오늘의 광주 화단의 면모를 조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의미를 전했다.
한 작가는 늘 현상 이면의 본질을 심미안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탐색해왔다. 예술과 사유라는 두 축은 모자라지도 넘지도 않은 절묘한 균형점을 이루어 왔는데 그것은 구도자처럼 묵묵히 작품 세계를 펼쳐온 ‘온유한 근기’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한 작가는 “지난 2023년 시립미술관에서 선보였던 전시는 탄생, 죽음, 사랑, 기억, 생의 파편 등이 주제였다”면서 “이번에는 서사, 서정 풍경보다 추상적 요소를 투영해 ‘우리 시대 작가들이 어떤 마음으로 그림을 그려야 할지’ 보다 궁극적인 질문을 탐색하는 대작 위주 작품들을 그렸다”고 말했다.
![]() 손지원 작 ‘번지는 순간들’ |
그의 그림은 시대 변화와 맞물려 몇 차례 변곡점을 맞았다. 70년대는 ‘세상에서 가장 낮은 존재’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으로 포착한 장면들이 주요 소재였다. 80년대는 ‘구례장터’, ‘순천 아랫장’ 등처럼 민중미술에 기반한 소시민들 삶을 핍진하게 구현했으며 90년대는 밤풍경, 나무, 별 등을 모티브로 한 그림에 천착했다. 당초 문학을 지망했던 그는 시적인 분위기, 문학적 요소를 작품에 가미했다.
2000년대 이후에는 사유에 초점을 맞춘 풍경을 캔버스에 담았다. 조형보다는 사유를 통해 자신만의 독자적인 화풍을 선보인 시기로 히말라야, 라다크 등을 여행하며 완성한 작품들에선 외로운 구도자의 심상과 이미지가 묻어났다.
2023년 시립미술관에서 열린 개인전을 계기로 그는 인간의 근원적인 존재와 삶의 본질에 천착한 작품을 그리고 있다. 깊고 넓게 확장되면서도 변주는 여전히 지속된다. “세기말적인 징후 속에서 존재에 대한 희망과 생명에 대한 메시지를 발신하고자 한다”는 말에서 그가 추구하는 예술의 여정이 대략 가늠이 된다.
노여운 작가는 사라져가는 골목의 풍경을 주목한다. 사실적 풍경은 황폐한 장면이 아닌 밝고 은은한 분위기를 발한다. 노 작가는 “추억과 흔적이 묻어 있는 공간이 주는 따스함을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박성완 작가의 민중예술적인 그림은 한 작가의 ‘낮은 존재’에 대한 애정과 연계된다. 그는 “‘과거가 현재를 돕는다’는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오지호 인상주의를 숙성시키고 연구해보자는 나름의 고민의 흔적도 담았다”고 했다.
![]() 시립미술관은 오는 4월 12일까지 ‘한희원과 젊은 영혼들의 만남’전을 펼친다. 한 작가의 그림 ‘생의 파문’ 앞에서 포즈를 취한 노여운 작가, 박성완 작가, 한희원 작가, 손지원 작가. (왼쪽부터) |
감성적 느낌을 발하는 작품을 출품한 손지원 작가는 내밀한 감정과 감각을 투사하는 방식의 작업을 전개해왔다. 손 작가는 “새벽은 시간이 교차하는 시간이지만 한편으로는 시선이 교차하는 시간이기도 하다”며 “빛이 만들어낸 모호한 경계를 ‘보는 것’을 넘어 ‘확장하는 것’으로 구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독일에서 공부하고 있는 김용철 화가는 내면 탐구를 응축된 시각적 형식으로 펼쳐낸다. 작가는 인식하는 대상과 세계의 실재 사이에서 고뇌하고 유동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풀어낸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