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통합은 감정이 아니라 생존이다 - 차영수 전남도의원
  전체메뉴
광주·전남, 통합은 감정이 아니라 생존이다 - 차영수 전남도의원
2026년 01월 12일(월) 00:20
광주·전남 행정통합은 늘 언젠가의 화두였지만, 이번에는 결이 다르다. 1월 2일 공동선언에 이어 1월 5일 통합 추진기획단이 출범하면서 논의가 말에서 조직으로 넘어갔다. 통합이 실제 업무 체계로 잡히기 시작한 이상, 이는 더 이상 ‘검토’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이며, 필자는 이를 반기는 입장에서 통합의 필요를 정리하고자 한다.

통합 논의는 돌연한 의제가 아니다. 1986년 광주 직할시 승격 이후 분리된 체계 아래에서도 통합은 여러 차례 공론화됐고, 이번이 네 번째 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분리 이후 생활권은 계속 맞물렸는데, 광역교통·의료·산업 인허가처럼 경계를 넘나드는 사안일수록 조정에 시간이 걸리고 책임이 분산됐다. 반복은 우연이 아니라 행정 이원화가 조정비용과 중복을 누적시켜 왔다는 구조적 신호다.

특히 지금은 미래 전략의 축이 겹친다. 광주와 전남은 공공기관 이전, AI 인프라, 반도체 산단, 에너지 산업 등 국가 단위 사업을 두고 경쟁해 왔다. 권역 내부 경쟁은 결국 인센티브 소모전이 되기 쉽고, 유사한 사업을 각자 따로 설계하는 비효율로 이어진다. 전략은 분절되고 실행은 늦어진다. 통합은 경쟁을 협업으로 바꾸고, 부지·전력·인허가·교통·인재양성을 한 권역의 패키지로 묶어 같은 목표를 따로가 아니라 함께 실행하는 구조로 전환시키는 계기다.

지역소멸의 압력은 더 직접적이다. 전남은 다수 군이 인구감소지역일 정도로 청년 기반이 약하고, 광주·전남 전체로도 20대 순유출 흐름이 두드러진다. 인구가 줄면 학교·교통·돌봄 같은 기본 서비스는 줄이기 어렵고, 1인당 유지비용은 상승한다. 결국 소멸 대응은 ‘의지’보다 재정과 집행력의 싸움이 된다. 한편 광주는 산업 확장을 위한 공간·환경규제의 제약이 커 미래차 국가산단 예정부지조차 그린벨트 문제에 막혀 왔다. 통합은 광주의 인재·도시형 산업 집적과 전남의 에너지·항만물류·대규모 부지를 결합해 ‘사람은 있는데 일자리가 부족한 곳’과 ‘일자리는 만들고 싶은데 사람이 부족한 곳’의 불합치를 완화하는 설계를 가능하게 한다.

또 하나의 핵심은 중앙정부와의 협상력이다. 통합은 권한 이양·재정 특례·기관 배치 원칙을 하나의 패키지로 설계할 여지를 넓히고, 특별법·특례를 통해 권한과 재원을 함께 끌어오는 협상을 가능하게 만든다.

통합 지방정부에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지위를 부여하는 수준의 지원 논의도 여기에서 의미를 갖는다. 다만 이런 약속은 선언이 아니라 조문으로 잠길 때 비로소 협상력이 된다. 재원과 권한의 한계를 넘어 산업 구조 전환과 공공기관 유치 같은 과제를 ‘되게 하는’ 집행력을 확보하는 길이 열린다.

물론 숙제는 남아 있다. 군공항 이전처럼 상징성이 큰 갈등이 있고, 통합이 손익의 승패로 읽히면 명분은 약해지고 분열은 되돌아온다. 주민 동의 절차와 비용, 통합 이후 균형발전 장치에 대한 불안도 정면으로 다뤄야 한다. 광주로의 쏠림 우려는 감정이 아니라 설계 항목이며, 기관 분산과 재정 룰로 관리돼야 한다.

그래서 성패는 구호가 아니라 설계에 달려 있다. 부담과 편익을 투명하게 나누는 규칙, 기관 배치·재정 배분 기준, 지역별 서비스 하한선 같은 안전장치가 명문화되지 않으면 통합은 출발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과제 앞에서도 필자는 통합을 ‘우리가 본래 한 덩어리였는가’라는 질문으로 다시 바라본다. 1986년 이후 행정구역은 갈라졌지만, 호남의 위기 대응과 가치 선택은 늘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왔다. 1980년 독재 앞에서 광주만이 아니라 전남 각지에서도 분노와 연대의 목소리가 이어졌고, 최근 2024년 12월 계엄령 국면에서도 시민들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자유와 민주주의를 요구했다.

행정 경계가 다르다는 이유로 마음까지 달랐다고 말할 수 있는가. 지금의 통합은 새로운 공동체를 억지로 만들어내는 일이 아니다. 이미 여러 위기의 순간에 확인해 온 ‘같은 편’이라는 감각을 행정과 산업, 생활의 영역에서 다시 한 번 제도화하는 일이다. 이에 물음으로 본고를 마치고자 한다. “우리는 단지 행정구역이 달랐을 뿐이지, 마음은 같지 않았느냐고.”

핫이슈

  • Copyright 2009.
  • 제호 : 광주일보
  • 등록번호 : 광주 가-00001 | 등록일자 : 1989년 11월 29일 | 발행·편집·인쇄인 : 김여송
  • 주소 :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224(금남로 3가 9-2)
  • TEL : 062)222-8111 (代) | 청소년보호책임자 : 채희종
  • 개인정보취급방침
  • 광주일보의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