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읽기를 멈추지 않는 이들을 위한 찬가
계속 읽기: 기억하지 못해도-한유주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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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유주의 ‘계속 읽기’는 책과 읽기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소설 ‘통과비자’를 읽은 후 책에 등장하는 로제 와인과 피자를 먹으며 소설과 음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통과비자’를 원작으로 한 영화 ‘트랜짓’의 한장면. |
‘계속 읽기:기억하지 못해도’는 제목처럼, 책 내용을 ‘다 기억하지 못해도’ 여전히 읽기를 멈추지 않는 이들을 위한 찬가다.
저자는 읽기라는 행위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며 두 가지 개념을 언급한다. 하나는 ‘라쿠나(lacuna)’. 영어의 사전적 의미는 “(글·생각·이론 등에서) 빈틈”이라는 뜻으로 그는 “텍스트 안에 비어 있거나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은 틈”이라 설명한다. 책을 읽을 때 “왜 이 인물이 여기서 이런 선택을 할까?”라는 궁금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우리는 각자의 경험치 등을 녹여내며 ‘자신만’의 시각으로 비워 있는 틈을 채우는 ‘능동적인 독자’가 된다. 또 하나는 데리다의 책에서 언급된 ‘아포리아(aporia)’다. “막다른 골목”이라는 뜻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나 모순을 의미한다고 한다.
다양한 에피소드들과 함께 등장하는 책은 한 번쯤 읽어보고 싶어진다. 그녀가 스무 번쯤 읽었고 만듦새가 마음에 들었다 언급한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모데라토 칸타빌레’나 역시 저자가 20년간 수십 번 읽은 플로베르의 ‘마담 보봐리’, 책의 무게를 버거워하는 책장이 등장하는 인도 애서광의 에세이 ‘신음하는 선반’(프라딥 세바스찬) 등이다.
크리스토퍼 페촐트 감독의 영화 ‘트랜짓’과 원작 소설인 안나 제거스의 ‘통과비자’를 읽고 난 후 독서모임 회원들과 책 속에 등장하는 로제 와인과 피자를 먹으며 소설과 음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대목이나 대학시절 학교 근처의 서점에서 만났던 책 이야기도 흥미롭다.
책을 넘기다 보면 각자의 ‘읽기’를 떠올리게 된다. 책과 관련해서 빼놓을 수 없는 ‘몰입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었던 순간들이라든지, 생존 가방을 꾸리는 취미가 있는 저자를 따라 무인도에 가져갈 책을 꼽아 보는 것이라든지, 결코 버리지 못하고 있는 책의 목록이라든지.
그밖에 여러 종류의 독서대, 천으로 된 책싸개, 독서등을 비롯한 독서 관련 장비와 언제나 흥미로운 애서가들의 이야기, 작은 도서관을 찾는 즐거움, 같이 읽기, 메모 등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책의 가장 큰 수확 중 하나는 황채영 사진작가를 알게 된 점이다. 누구라도 책 표지를 보는 순간 그의 ‘다른’ 작품이 궁금해질 터다. <마티·1만 6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