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이란 이름의 기억, 평화란 이름의 폐허 세트, 아케이디 마틴 지음, 김지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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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제국의 향취와 미래적 상상력이 교차하는 거대한 우주. 언어, 문화, 정체성, 이 모든 것이 제국의 무기이자 경계가 된다. 아케이디 마틴의 ‘테익스칼란 제국’ 시리즈는 그 경계선에 선 인물의 이야기다.
이야기는 거대한 제국 ‘테익스칼란’의 수도로 파견된 식민 기지 출신 외교관, 마히트 디즈마르의 시선에서 펼쳐진다. 그녀는 ‘이마고’라 불리는 기술을 통해 전임자의 기억과 인격을 계승한 채 제국의 수도로 파견된다. 그러나 그녀가 선망하던 곳에서 마주하는 것은 기억이 끊긴 전임자의 죽음과, 시(詩)로 이루어진 제국의 언어, 그리고 자신이 결코 완전히 속할 수 없는 문화다.
시리즈 1권 ‘제국이란 이름의 기억’은 이질적인 존재가 중심에 가까워질 때 마주하는 균열과, 외부자의 정체성을 가진 존재가 겪는 혼란을 정교하게 묘사한다.
2권 ‘평화란 이름의 폐허’는 이 고민을 제국 바깥으로 확장한다. 소통 불가능한 외계 세력과의 접촉을 통해 “우리는 누구이며, ‘우리’는 어디까지를 포함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마히트와 주변 인물들이 끊임없이 부딪히는 갈등은 오늘날의 식민성, 경계성, 정체성에 대한 메타포로 작동한다.
역사가이자 도시계획가, 기후 정책 분석가이기도 한 저자의 면모는 이 독특한 세계의 설계도에 깊이를 더한다. 우주적 스케일의 서사 중심에는 인간의 언어와 감정, 소속에 대한 질문이 놓여 있다. 이 시리즈가 휴고상 최우수 장편상을 연이어 수상하며 ‘듄’이나 ‘파운데이션’과 비견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황금가지·3만7000원>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이야기는 거대한 제국 ‘테익스칼란’의 수도로 파견된 식민 기지 출신 외교관, 마히트 디즈마르의 시선에서 펼쳐진다. 그녀는 ‘이마고’라 불리는 기술을 통해 전임자의 기억과 인격을 계승한 채 제국의 수도로 파견된다. 그러나 그녀가 선망하던 곳에서 마주하는 것은 기억이 끊긴 전임자의 죽음과, 시(詩)로 이루어진 제국의 언어, 그리고 자신이 결코 완전히 속할 수 없는 문화다.
2권 ‘평화란 이름의 폐허’는 이 고민을 제국 바깥으로 확장한다. 소통 불가능한 외계 세력과의 접촉을 통해 “우리는 누구이며, ‘우리’는 어디까지를 포함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마히트와 주변 인물들이 끊임없이 부딪히는 갈등은 오늘날의 식민성, 경계성, 정체성에 대한 메타포로 작동한다.
<황금가지·3만7000원>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