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담이 서늘…공포영화 어디까지 봤니
OTT 리뷰 <2> 공포영화 3편
죽음은 끝이 아니다 ‘넷플릭스-유전’…현실공포 도시괴담 ‘티빙-원정빌라’
100년전 공포가 다시 ‘쿠팡플레이-노스페라투’ 등 골라보는 재미 솔솔
죽음은 끝이 아니다 ‘넷플릭스-유전’…현실공포 도시괴담 ‘티빙-원정빌라’
100년전 공포가 다시 ‘쿠팡플레이-노스페라투’ 등 골라보는 재미 솔솔
![]() 여름에 볼만한 OTT 영화 3편을 추천한다. ‘원정빌라’ |
![]() ‘노스페라투’ |
![]() ‘유전’ |
![]() ‘유전’ |
후텁지근한 여름, 끈적한 습기가 온몸에 달라붙는다. 이럴 때 에어컨보다 확실한 냉기가 있다. 바로 공포. 무심코 커튼 너머를 쳐다보다 누군가와 눈이 마주칠 것 같은 두려움, 익숙한 공간이 낯설게 느껴지는 기이한 긴장, 등골을 타고 흐르는 소름이야말로 무더위를 잊게 만드는 묘약일지 모른다. 일상 가까이 숨어든 섬뜩한 현실 공포부터 아름다운 고딕 호러까지. 서늘한 여름밤을 책임질 OTT 공포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미드소마’ 등으로 잘 알려진 아리 애스터 감독의 장편 데뷔작. 가족은 언제나 가장 가까운 존재이지만, 때로 가장 깊은 공포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영화는 할머니의 죽음을 기점으로 벌어지는 섬뜩한 초자연적 현상을 통해, 가족이라는 공동체 내부에 숨겨진 트라우마와 억압된 감정을 파고든다.
주인공 애니는 어머니 엘렌의 장례를 치른 뒤, 가족 안에 이상한 기운이 감도는 것을 느낀다. 어린 딸 찰리는 불길한 행동을 반복하다 사고로 사망하고, 아들 피터는 환영과 자해에 시달린다.
영화는 불편하고 찝찝한 감정의 축적을 통해 관객의 숨을 조인다. 기존 공포 영화의 문법을 비켜간 전개와, 아리 애스터 감독 특유의 상징과 은유는 불쾌하면서도 묘한 여운을 남긴다.
◇티빙 ‘원정빌라’
공포는 때로 먼 곳이 아닌, 가장 일상적인 공간에서 시작된다. 김선국 감독의 영화 ‘원정빌라’는 재개발 지역의 낡은 빌라를 배경으로 불편한 이웃과의 갈등을 그려낸 현실 공포 스릴러다. 재개발을 둘러싼 갈등, 층간소음과 주차 문제, 이웃과의 불화 같은 일상적 긴장감이 점차 위협으로 번지며 공포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원정빌라 203호 주민 주현은 병든 어머니와 조카를 돌보며 힘겹게 살아가는 청년이다. 그의 평범한 일상은 303호 이웃 신혜와의 끊임없는 마찰로 조금씩 균열을 맞는다.
어느 날 주현은 신혜의 우편함에 사이비 종교 전단지를 꽂아넣는 소심한 복수를 감행한다. 그러나 그 작은 행동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갑자기 친절하게 변한 신혜는 이웃들에게 전도를 하기 시작하고, 빌라 곳곳에 기이한 분위기가 드리운다. 사이비 집단은 주민들의 틈을 파고들어 공동체를 무너뜨리고, 주현의 가족까지 위협한다.
특히 배우들의 열연이 눈여겨볼만 하다. 주현 역의 이현우는 가족을 지키기 위한 절박함을 섬세하게 표현했고, 신혜 역의 문정희는 정체불명의 공포를 기이하고 섬뜩한 분위기로 끌고 간다. 도시괴담 같은 설정은 흥미롭고 배우들의 연기도 설득력을 더하지만, 다소 빠른 전개와 설정의 비약은 아쉬움을 남긴다.
◇쿠팡플레이 ‘노스페라투’
100년 전의 공포가 다시 깨어났다. 고전 뱀파이어 영화의 시초로 꼽히는 무성영화 ‘노스페라투’(1922)가 로버트 에거스 감독의 손에서 새롭게 태어났다. 고딕 호러의 정수를 살린 이번 리메이크는 현대적 장르 문법을 따르지 않고, 극도로 절제된 미장센과 조명, 고풍스러운 세트를 통해 ‘그림 같은 공포’를 창조해낸다.
19세기 독일, 부동산 중개인 토마스는 외딴 성의 올록 백작과의 거래를 위해 긴 여정을 떠난다. 낮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백작의 기이한 정체를 직감한 그는 도망치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도시로 내려온 백작은 병과 죽음을 퍼뜨리고, 그의 시선은 토마스의 아내 엘렌에게 향한다. 엘렌은 스스로를 미끼 삼아 백작을 유인하고, 새벽 햇살 속에서 그를 파멸시킨다. 그러나 그녀 역시 생명을 잃고, 저주는 함께 끝을 맺는다.
영화는 이미 널리 알려진 뱀파이어 서사를 거의 그대로 따른다. 스토리 자체의 신선함은 크지 않지만, 고전의 아이코닉한 장면들을 현대적 감각으로 되살린 연출은 공포 영화 마니아들에게 충분한 매력을 선사한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