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선수서 배구감독 그리고 시인으로 인생 3막을 엽니다”
배구감독 출신 김기완 시인 시집 ‘슬픔을 헤아리며 펴내’
![]() 김기완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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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년부터 97년까지 상무중학교에서 배구감독을 역임했으며 2008년도에는 전대사대부고 배구감독을 맡아 전국대회 우승을 이끌었다. 초등 5학년부터 중고등학교까지 배구선수를 했다. 그러나 부상으로 선수생활을 접은 뒤에는 전남대 사범대 체육교육과에 진학했다. 졸업 후에는 13년간 배구감독으로 지도자 생활을 했다.
올 2월에 광주 전자공고에서 정년퇴임을 한 그는 “2년 전부터 전남대 평생교육원에서 시를 배웠다”며 “이전에도 소설을 쓰시는 정찬주 선생님으로부터 ‘시상이 괜찮다’는 말을 듣고 본격적으로 시 창작에 매달렸다”고 했다.
그는 부상이 악화돼 배구감독마저 포기한 채 일선의 체육교사로 물러난 이후 인생을 되돌아보게 됐다고 한다.
이번 시집에는 모두 72편의 작품이 수록돼 있다. 어렸을 때 봤던 ‘노을 풍경’을 비롯해 ‘자연’ 그리고 ‘어머니’ 등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 대다수다.
그는 “저의 문학적 원천은 고향인 영산강 주변 풍광의 서정과 가난 속에서도 희망이 돼준 어머니였다”며 “배구 선수 혹은 배구 감독 출신으로 시를 쓰는 만큼 자부심을 갖되 겸손한 태도로 창작을 하고 싶다”고 했다.
김 시인은 지난해 ‘문예사조’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후 동천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늦었지만 차분히 그리고 부지런히 창작애 몰두할 계획이다.
시 ‘나는 무엇일까?’는 왜 배구선수가 됐는지 고백하는 작품이다. 가난했던 탓에 상급학교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체육특기 장학생의 길밖에는 없었다. 결국 그는 상처투성이인 초로의 나이에 자신의 정체성을 배구가 아닌 시에서 찾게 된 것이다.
이번 작품집이 자신의 인생을 고백하는 묵시록이자 아름답고도 슬픈 서사시로 다가오는 이유다.
“앞으로도 시를 계속해서 쓰고 싶어요. 제가 보기에 세상에는 지친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나이 드신 분들은 말할 것도 없고 입시에 얽매인 청소년, 그리고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결실을 맺지 못한 50대 중후반에 이르기까지 마음이 아픈 분들이 적지 않죠. 그분들께 조금이라도 위안을 주는 시를 쓰고 싶습니다.”
한편 정찬주 소설가는 “김 시인의 맑고 향기로운 시심(詩心)으로 빚은 시를 볼 때마다 생각나는 금언이 하나 있다. 향을 싼 종이에는 향내가 나고, 생선을 싼 종이에는 비린내가 난다는 금언이 그것이다”면서 “시에는 실존(實存)의 슬픔과 외로움이 풀잎 끝에서 반짝이는 이슬처럼 맺혀 있는 것 같고 영산강의 노을로 핏빛을 발하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