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에 맞서 ‘살아있는 민주주의를 선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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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에 맞서 ‘살아있는 민주주의를 선언하다’
문화로 만나는 ‘오월’ <3> 오월미술제
‘생물민주주의’주제…33명 작가 참여
29일까지 은암미술관·무등갤러리
회화·설치·영상·애니·미디어 아트 등
16일 시립미술관서 학술포럼·작가토크
2025년 05월 13일(화) 19:30
‘2025 오월미술제’가 은암미술관과 무등갤러리에서 ‘생물민주주의’를 주제로 오는 29일까지 펼쳐진다.
민주주의는 다양하게 정의된다. 보편적인 관점에서 정치체제로 규정되는데 대의민주주의가 이에 해당한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민주주의 개념과 범주가 유기적인 생명체로 확장되고 있다. 이때의 민주주의는 공생 진화하는 ‘생명 활동’으로 인식되며, 인간을 넘어 다른 생명체들의 주체적인 활동으로까지 연계된다.

오늘날 민주주의를 생물의 관점, 꿈과 욕망이 깃든 역동적인 생명활동의 시각에서 풀어낸 미술제가 열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오월미술제추진협의회가 주최하고 민족미술인협회광주지회(민미협), 은암미술관이 주관하는 ‘2025 오월미술제’(감독 김신윤주)가 그 것. 오는 29일까지 은암미술관과 무등갤러리에서 진행중인 이번 전시 주제는 ‘생물민주주의, 살아있는 민주주의를 선언하다’.

김화순 작 ‘일어서는 목소리’
이번 오월미술제에는 총 33명의 작가가 초대됐다. 회화, 설치, 영상, 사운드, 애니메이션, 미디어 아트 등 여러 매체의 작가들이 주제를 구현한다.

김신윤주 감독은 “이번 전시는 민주주의를 인간과 비인간, 시간과 공간, 역사와 환경 등 모든 주체들이 서로 접속하고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망 속에서 각자의 욕망과 잠재성이 새로운 사건으로 발현되는 장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먼저 은암미술관에는 김병택, 김희련, 최재덕, 박성완, 박태규, 손향옥, 김광례, 정희승, 박철우, 김우성, 박진희, 정만영, 김미련, 전진경, 전승일, 성효숙, 이정기, 양동규, 현유정, 신동석, Ainhoa Martinez 등 모두 21명이 초대됐다.

‘생물민주주의, 살아있는 민주주의를 선언하다’는 지난 12·3 비상계엄에 맞선 민주주의의 재재구성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작가들은 80년 광주 5·18민중항쟁을 윤석열의 비상계엄과 연계해 작품으로 표현했다.

박태규의 ‘파면불꽃’은 활활 타오르는 불꽃 사이로 ‘윤석열 파면’, ‘탄핵’이라는 선명한 문구를 배치해 민심의 분노를 묘사했다. 노도와 같은 불꽃은 민주주의를 뿌리째 흔들어버린 윤석열에 대한 심판의 의미를 투영한 것이다.

성효숙 작 ‘새날, 새날을 열어라’
성효숙의 ‘새날, 새날을 열어라’는 비상계엄이 무위로 끝나고 파면 이후의 도래할 ‘새날’을 구현한 것으로 짐작된다. 이별의 두 남녀가 재회하는 가운데 하늘에서는 커다란 새들이 이들의 만남을 축하한다. 커다란 눈동자를 배면에 배치해 활짝 열어젖힐 민주주의에 대한 기원과 감시의 뜻을 담아냈다.

정희승의 ‘미륵’은 오늘의 모든 상황을 굽어보는 미륵의 모습을 다각도로 포착한 작품이다. 무심한 듯 무표정한 미륵이 바라보고 희원하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인자한 표정 외에도 찌그러지고 다소 화가 난 모습의 미륵은 오늘의 시대를 향한 무언의 경고로 읽힌다.

이밖에 김병택의 ‘다시 만난 세계’, 박철우의 ‘12·3 내란’, 김우성의 ‘유령이 온다’, 손향옥 ‘밥그릇-비우고 채워지다’ 등도 민주주의를 다각도로 사유해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제2전시관인 무등갤러리에서는 ‘해방하는 신체’를 모티브로 12명 작가들이 전시를 열고 있다. 작가들은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일제로부터 해방을 이루고 민주공화국을 수립한 자유와 투쟁의 연대기를 저마다의 회화적 언어로 풀어냈다. 김경화를 비롯해 김화순, 노주일, 문서현, 박재열, 방정아, 서지연, 윤은숙, 이동근, 이상호, 최대주, 홍성담 등 12명 작가가 출품했다.

작가들은 일제 강점기 폭압의 시대를 탈피하는 일련의 활동을 ‘해방하는 신체’로 은유했다. 노주일의 ‘반토막 나라의 꿈’은 독립을 넘어 남북통일을 지향하는 염원을 투영했다. 바다에서 튀어 오른 물고기가 북을 주시하는 모습은 언제고 다가올 통일에의 꿈을 상징적으로 풀어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전시와 연계해 5·18 45주년을 기념하는 학술포럼이 오는 16일 오후 1시 시립미술관에서 열린다. 김신윤주 감독을 좌장으로 유기쁨(잡초와 연대-광장의 기억과 생태 코뮤니타스), 임지연(민주주의를 말할 수 없/있는 미학적 사정) 등이 발제를 한다. 같은 날 오후 4시부터는 작가 토크(작업실에서 광장까지)가 진행될 예정이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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