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 읽듯 술술~ 재밌는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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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일기 읽듯 술술~ 재밌는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기
내 손으로, 시베리아 횡단열차 이다 글·그림
2024년 08월 02일(금) 00:00
이렇게도 재미있는 여행기라니. 지루한 구석이 단 한군데도 없다. 피식 피식 끝없이 새 나오는 웃음에 감동까지 있다. 책을 한 번 잡으면 놓기 어렵다. 결국엔 여행 리스트에 한번도 없었던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몇 구간만이라도 타볼까 싶은 생각마저 든다.

‘이다의 허접질’을 통해 처음 접했던 일러스트레이터 이다의 책은 유쾌하다. 무엇보다 유머러스하고 따스한 글이 일품이고, 아주 잘 그린 그림은 아니지만(물론 뛰어난 그림도 많다) 포인트를 잡아낸 일러스트와 파스텔 느낌의 색채가 예사롭지 않다.

이번에 펴낸 여행기 ‘내 손으로, 시베리아 횡단열차’에는 사진이 한장도 없다. 100% 손그림과 손글씨로 완성한 ‘핸드메이드 여행 일기’다. 여행을 떠날 때면 “결국 남는 것은 사진”이라며 사진 찍는 데 모두가 몰두하는 시절에, 아날로그 방식으로 제작된 그의 책은 값지다. 이다는 지금까지 이런 방식으로 ‘내 손으로, 발리’, ‘내 손으로, 교토’, ‘내 손으로, 치앙마이’를 펴냈다.

한 도시에 머물며 여행하고 그림을 그려온 이다가 이번에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모스크바까지 무려 9288㎞를 이동했다. 이후 다시 8시간 기차를 타고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 며칠 머물며 여행을 마무리한다. 7개 도시 29일의 여정으로 기차를 타는 시간만 154시간이다.

이번 여행기 역시 B급 감성이 물씬 풍긴다. 밤에 자라는 잠은 안자고 조금이라도 더 놀아보고자 버둥대는 사람들이 모임인 ‘잠·싫·사(잠을 싫어하는 사람들)’ 멤버와 떠난 여행은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지만 결국 ‘해피엔딩’이다. 술취한 러시아 승객 등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결국 사람에게 치유받고, 에르미타쥬 미술관과 소비에트 생활박물관에서 마음에 쏙 드는 작품을 만난다.

저자는 일정과 준비물 꾸리는 과정, 미리 공부했던 러시아의 이모저모, 생생한 현장 여행기를 뛰어난 유머 감각으로 써내려 갔다. 직접 그린 지도와 약도, 관광지 티켓, 식당 영수증을 붙여 만든 컬렉션도 눈길을 끈다.

책의 당초 제목은 ‘내 손으로, 러시아’였다. 덕분에 횡단열차 이야기 뿐 아니라 블라디보스토크, 하바롭스크, 이르츠쿠츠, 예카테린부르크, 모스크바, 그리고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러시아 각 도시에서 만난 풍경과 사람, 먹을거리, 볼거리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이다가 여행을 떠난 시점은 2018년이다. 메모를 하고, 현장에서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어 축적한 여행 노트를 기초 삼아 손으로 그리고 쓰는 데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고, 코로나에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터지면서 출간이 늦어졌다.

저자는 ‘살아 있는 한’ 진행할 ‘내 손으로’ 시리즈의 다음 후보지로 대만, 튀르키예, 이탈리아를 꼽았다. 어디든 기다려진다. ‘이다표 핸드메이드’ 여행기는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가장 재미있는 여행기이니 말이다. <미술문화·2만6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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