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시대, 에드워드 윌슨-리 지음, 김수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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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시대, 에드워드 윌슨-리 지음, 김수진 옮김
2024년 08월 02일(금) 00:00
포르투갈의 왕립 기록물 보관소장인 ‘다미앙 드 고이스’는 프로테스탄트 개혁의 최전선에 있던 루터와 교유했으며, 인문주의자인 에라스뮈스와도 소통하는 등 영향력이 있었다. 그런 다미앙은 어느 날 반쯤 타다 만 문서를 쥔 채로 벽난로 앞에서 숨진 채 발견된다.

현전하는 기록물들을 살펴보면 시신에는 폭력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다미앙이 정확히 불에 타 죽은 것인지, 교살된 것인지는 명확한 증거가 없어 확정할 수 없다고 한다. 이른바 ‘미스터리한 죽음’인 것.

케임브리지대 시드니 서섹스 칼리지 선임연구원으로 중세·르네상스 문학을 강의하는 에드워드 윌슨-리가 ‘물의 시대’를 펴냈다. 대항해시대에 항로 확장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해양 패권국이 됐던 ‘포르투갈 제국’을 중심으로 1550년대 세계사의 모습을 살펴본다.

책 속 서사는 다미앙의 기묘한 죽음을 추적하면서 전개된다. 그의 사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대 최고 시인인 루이스 드 카몽이스의 행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카몽이스의 저작물 중에는 왕립 기록물 보관소장 살인사건의 비밀을 풀 실마리가 숨겨져 있다. 1903년 포르투갈의 리스보아 국립 도서관에 보관된 문서들 중 포함된 카몽이스의 편지들은 그 단서다.

저자는 전 세계인을 하나로 묶었던 ‘물’을 모티브로 근대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각을 제시한다. 하나는 유럽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오만방자함이며, 다른 하나는 ‘물’의 유동성처럼 세계의 중심이란 그 어느 공간도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두 가지 시각은 카몽이스와 다미앙의 행적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까치·2만2000원>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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