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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필과 함께하는 영화산책]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11>전작의 이전 시점 다루는 ‘프리퀄 영화’ 5월 개봉예정
핵전쟁으로 멸망한 지구서 살아남는 인간들의 모습 그려
2024년 04월 18일(목) 11:00
어린 퓨리오사는 ‘풍요의 땅’을 거닐다가 불현듯 ‘바이커 군단’에 납치당한다. 금단의 선악과처럼 붉게 빛나는 홍옥 하나.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예고편 중>
창세기, 일찍이 ‘하와’는 에덴의 실과를 금(禁)하던 규칙을 어긴다. 그로부터 인류는 수치심을 깨닫고 가죽옷을 기워 입었으며 잉태의 고통을 겪는다.

신의 단죄는 하와를 유토피아에서 한 걸음 멀게 했다. “네가 그 값을 치를 때 진실을 알게 될 것이다”라는 ‘일리아스’(호메로스)의 경구마저 신의 전언처럼 들린다.

영화 ‘매드 맥스’의 여전사 ‘퓨리오사’는 일견 하와를 닮았다. 젖과 꿀이 흐르는 실낙원 ‘녹색의 땅’ 주민이었으나 금단의 바깥 세상으로 손을 뻗기 때문이다. “퓨리오사 너무 멀리 왔잖아”라는 목소리가 귓가에 가닿기도 전, 먼지 낀 고글에 시커먼 라이딩 마스크·래더 재킷을 걸친 ‘바이커 군단’은 그녀를 납치해 간다.

퓨리오사를 납치해 가는 ‘바이커 군단’의 모습. 이외에도 매드맥스에는 여러 세력들이 존재하는데 북쪽에 위치한 폐쇄된 정유공장에 거점을 둔 ‘가스타운’은 식인종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들이 지배한다. 또 서쪽 납광산의 ‘무기 농장’이나 물이 흐르는 시타델, 버자드 등이 있다.
퓨리오사가 핵전쟁 디스토피아에서 여전사로 성장하는 영웅 전기(Saga)를 다룬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가 최근 2차 예고편을 공개하고 5월 국내 개봉을 알렸다.

작품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조지 밀러의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보다 앞선 시점을 그린 프리퀄(prequel) 영화로, 퓨리오사가 세계에 분노를 품게 된 깊은 이유를 엿볼 수 있는 전사들을 담아 낸다. 시리즈의 9년 만의 후속작이어서 ‘매드맥스 팬’들의 기대를 높인다.

영화의 배경은 핵전쟁으로 황폐화된 ‘포스트 아포칼립스 지구’다. 도처에 모래 칼바람만 가득한 폐허 그 자체. 펼쳐진 기암괴석과 황무지를 뒤로한 채 질주하는 ‘개조 차량’들은 생존 수단이자 침탈의 무기로 활용될 뿐이다. 여성들을 납치해 우유를 강제로 착유하는 폭군 ‘임모탄’과 그를 맹목적으로 숭배하는 ‘워보이’(피주머니)들은 아쿠아 콜라(물)가 흐르는 낙원 ‘시타델’을 장악하고 있다.

워보이들은 전사들의 맹목적 긍지가 깃든 이상세계 ‘발할라’(전사들의 천당)에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임모탄을 섬기지만, 그곳은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아스가르드를 부르주아지의 입맛에 맞게 ‘편집’한 그럴 듯한 허상일 뿐이다. 이들은 매드맥스 사가에도 주역과 감초를 넘나들며 퓨리오사와 대적할 것으로 보인다.

전작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서 임모탈 군단의 진군 속도를 기타 연주로 전파하는 ‘두프 워리어’의 모습. 그가 타고 있는 개조 차량은 오직 ‘음향 전달’이라는 단일한 목적에 맞게 과할 정도로 개조됐다.
스크린 속 풍경들은 도처를 둘러봐도 황무지 뿐이다. 문명붕괴 후 45년이 흐른 작중 인류는 땅속에 파묻힌 총알과 무기를 캐내는 ‘무기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석산 인근에서는 산악용 MTB를 타고 다니는 ‘바이커’들이 지나가는 민간인을 약탈하는데, 이들은 특히 이번 작품에서 퓨리오사와 일대 결전을 펼치는 ‘바이커 호드’ 들이다.

전작에서 퓨리오사는 다양한 은유적 코드로 해석되어 왔다. 기성세력에 저항하는 레지스탕스, 외팔로 표상되는 소수자의 궐기, 여권 신장을 모티브로 한 페미니즘 등은 매드맥스에 붙어 있는 주석들이다. 이번 ‘매드맥스 사가’의 코드는 무엇일까. 예고편 등을 볼 때 주인공의 이름처럼 ‘분노’를 기반으로 한 복수 활극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바이커 호드 군벌의 지배자 ‘디멘투스’는 바이크 세 대를 연결한 기계 마차를 타고 다닌다. 로마 군단장처럼 붉은 망토를 나풀거리는 모습은 영화 ‘벤허’의 로마 전차 경주 장면 등을 연상시킨다.
한편 이번 편 메인 빌런은 황무지 군벌인 ‘바이커 호드’를 장악하고 있는 ‘디멘투스’(크리스 햄스워스 분)다. 그는 어린 퓨리오사를 납치한 장본인인 동시에 전작의 독재자 ‘임모탄 조’와 대적하는 관계다. 천둥의 신이자 영웅인 ‘토르’로 이름을 알렸던 그가 이번에는 악당 빌런으로 이미지를 탈바꿈해 새로운 필모그래피를 그린다는 점은 새롭다.

전작을 기억하는 팬들에게는 임모탄과 디멘투스가 직접 조우하는 예고편 속 장면은 특별한 여운을 줄 것이다. ‘분노의 도로’에서는 임모탄과 주인공이 적대관계였지만, 이번 프리퀄은 본편보다 앞선 시간을 담은 만큼 오히려 임모탄과 손을 잡고 퓨리오사가 디멘투스와 대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빛의 신전으로 가득찬 전사들의 낙원 ‘발할라’를 꿈꾸는 전투요원 워보이들은 시타델의 독재자 임모탄 조를 추종하며 퓨리오사 일당을 괴롭게 할 것으로 보인다.
신작 또한 ‘매드맥스’ 시리즈답게 자동차를 숭배하는 특유의 세계관이 내포돼 있다. 무너진 세상에서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황량한 사막을 넘나들 수 있는 차량 뿐이기 때문이리라.

이들은 차의 심장이 되는 엔진을 추앙하고 그중에서도 성능이 뛰어난 ‘V8 엔진’을 제의적으로 받든다. 전편에서도 각 차량들은 자신의 용도에 맞게 그 형태를 극한으로 과장해 개조됐는데 장애물을 넘기 위해 바퀴를 키운 ‘빅풋’이나 녹슨 창을 꽂아놓은 전투차량, 차체에 수많은 벙커와 무기를 내장한 임모탄 조의 전용 차량 ‘워리그’ 등이 그 예시다.

이번에는 어떨까. 예고편에서는 워리그의 압도적 위용을 잇는 새로운 차량이 모습을 내비쳤다. 족히 1만 갤런은 되어 보이는 탱크에 전투요원 워보이들이 여럿 탑승한 ‘대형 트럭’이 눈에 띈다. 트럭에 소형 벌컨포를 장착하고 거친 사막을 뚫고 가는 모습을 보면 항공기용 엔진 V16 여러 대를 사용했던 ‘워리그’보다도 압도적인 성능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퓨리오사’
영화는 제목 속 ‘MAX’라는 단어처럼 광기의 극한값으로 치닫는다. 모래바람을 뚫고 달리는 차량들의 추격전은 동일 선상에 놓을 수 있는 작품들의 ‘그것’과는 결이 다르다. 패러슈트와 행글라이더를 타고 적 차량 위를 침투하는 모습, 차량을 뒤집거나 본네트에 작살을 꽂는 장면 등은 매드맥스가 주는 스펙터클의 극치다. 게다가 기존의 아포칼립스 영화들이 정해진 윤리적 ‘선’이 있었다면 매드맥스 시리즈는 섹슈얼리티, 액션, 세계관, 캐릭터 등에서 통상의 윤리 기준을 꽤 벗어나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이번 작품이 ‘매드 맥스 트릴로지’(3부작)라는 아성을 더 견고히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